음란물이 범람하는 인터넷

양해림 / 충남대 철학과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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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해림 / 충남대 철학과 교수

음란물은 성에 대한 감추어진 본능적 욕구를 표현하는 것으로 보편적 사회윤리와 규범을 벗어난 내용을 담고 있다. 다음, 야후코리아, 네이버, 네이트 등 거의 모든 국내 포털업체들이 성인정보를 제공한다. 이들 업체들은 청소년의 접근을 막기 위해 자율적으로 ‘성인인증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같은 단어를 반복하거나 성인 관련 단어가 들어간 문장을 만들어 검색하면 성인인증을 받지 않고도 성인물을 손쉽게 볼 수 있다.

성인도 음란물에 빠지면 스스로 절제하기가 힘든데,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시기의 청소년들이 음란
물에 중독되면 성적 정체감 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로의 접근은 상업주의의 집요한 유혹과 ‘익명’이라는 자유로움에 더하여 다른 사람과의 직접적인 접촉 없이도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날로 그 강도를 더해 가고 있다.

기성세대들이 교사의 눈을 피해 학교에서 포르노 잡지 등을 돌려보며 성적 호기심을 충족했다면, 인터넷이 보급 확산된 이후의 ‘N세대’들이 접하는 음란물은 이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일부 인터넷 방송의 음란물은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음란한 대화와 늘씬한 여자가 나와 댓글에서 요구하는 대로 옷을 벗거나 성행위를 실연하는 음란 동영상은 호기심 가득한 사람들을 쉽게 음란물 중독, 나아가 사이버 섹스 중독에 이르게 한다. 미국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보고에 의하면, 미국의 경우는 인터넷 사용자의 15% 정도인 2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사이버 섹스 중독자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경우도 한국정신병리 진단학회의 연구에 의하면, 네티즌들의 15% 정도가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접근했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중독되는데, 특히 내성적이고 순진하며 공부 잘하는 청소년이 음란물 중독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무엇에 중독이 되었다’고 하면 그 원인을 일차적으로 개인의 의지가 박약한 탓으로만 돌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인터넷 중독은 약물 중독과 유사하게 생물학적인 질병만으로 혹은 도덕적인 타락만으로 조망해도 문제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처하기 힘들다. 자기 통제력의 상실이 핵심인 인터넷 중독은 병적 도박의 경우와 같이 충동조절장애의 일종으로써 개인의 의지박약만을 탓해서는 문제해결에 효율적일 수 없다.

중독자들이 정상상태로 원상복귀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중독자 자신이 스스로의 의지로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 데 있다. 자신이 행위중독자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면 무엇보다 먼저 스스로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전문가의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 치료해야 한다. 따라서 인터넷 음란물의 중독은 광범위한 사회문화 현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는 개개인의 심각한 고통을 치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복잡한 사회문화 현상의 하나로 접근해 나간다. 인터넷 음란물 중독의 원인이 개인에 기인하느냐 환경적 요인에 기인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대처방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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