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일본총리의 미국양원 연설을 생각한다

호사카유지 / 세종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484
글자 크기 조절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Ctrl+V)해주세요.
인쇄하기
북마크추가
신앙신보 사진

호사카유지 / 세종대학교 정치학과 교수

지난 4월 29일 미국의회 양원에서 아베신조 일본총리가 연설을 했다. 태평양전쟁 후 일본 총리가 미국의회에서 연설하는 것은 몇 번 있었지만 상하양원에서 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연설 후, 그의 연설에서 ‘사죄’라는 말이 빠진데 대해 찬반양론이 일었다.

아베총리는 2013년 4월 ‘침략의 정의는 국제적으로나 학술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하면서 사실상 일본의 아시아 침략이나 식민지지배를 정당화한 바 있다. 이와 반대로 일본정부도 참여한 가운데 채택된 유엔의 ‘침략의 정의’가 있다. 이 정의에 의한다면 합법적인 절차를 무시하여 무력으로 타국에 침입하는 모든 행위를 ‘침략’이라 했다. 아베정권은 ‘침략행위’란 입장에 따라 그 정의가 달라진다고 하면서 일본의 아시아침략을 정당화하려는 언행을 되풀이하고 있다.

아베총리는 현재 A급 전범 14명을 신으로 모시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적극 추진했다. 매년 야스쿠니신사의 봄과 가을의 여대제 때는 총리의 이름으로 공물을 바쳐 왔고 총리로 취임한 지 1년이 된 2013년 12월 26일에는 스스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이때 미국정부는 일본의 미국대사관을 통해 ‘실망’이라는 외교용어를 쓰면서 높은 수준의 유감을 표명했다. 일본의 우익진영은 태평양전쟁이란 결코 침략전쟁이 아니었고 백인지배에서 아시아를 해방시키려고 한 해방전쟁이었다는 왜곡된 시각을 갖고 있고 아베총리도 그런 시각을 갖는 대표적 우익인사인 셈이다.

일본의 우익진영과 아베총리는 일본이 침략국가, 혹은 전범국가라는 오명을 갖게 된 것은 실제로 그랬다기보다 전쟁에 패배했기 때문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다. 그들에 있어서 일본은 운이 사납게 2차대전에서 패배한 것이고 혹시 당시 일본이 승자가 되었더라면 입장이 바뀌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에 있어 일본의 최대 잘못은 미국과 전쟁했다는 사실에 있다. 그러니 반대로 앞으로는 미국과 함께 전쟁을 수행하는 일을 통해 과거의 오명을 씻고 일본 국민들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열등감을 씻어내야 한다는 그릇된 신념을 아베총리는 갖고 있다.

그러므로 그는 지난해 7월, 60년 이상 지켜져 온 헌법해석을 마음대로 바꿔서 미국과 같이 전쟁을 할 수 있다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각회의에서 결정했다.

일본을 보통국가로 정의해 군대를 부활시키는 일은 그의 최대이자 최종목표다. 미국은 일본 자위대를 미군 대신 세계의 여러 지역에 주둔시키고 싶은 욕망 때문에 역사적 사실에 눈을 감고 아베총리의 미국의회 연설을 허용했다. 그러나 그후 187명에 달하는 세계적인 학자들이 아베총리의 연설 속에 ‘사죄’의 말이 빠진 것을 우려했고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일본은 아베정권이라는 역사수정주의 정권을 맞이하여 패전 이후 걸어온 평화와 민주주의의 길을 왜곡시켜서 현재 진리와 진실을 말살하려는 지역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국은 이에 대해 감정적인 대응을 그만두고 이성적이고 신사적인 방법으로 일본과 세계를 설득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Ctrl+V)해주세요.
인쇄하기
북마크추가
관련 글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