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과 문화국가 만들기

발행일 발행호수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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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숭례문의 소실을 보고‘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를 세우고 싶다했던 백범 김구 선생의 말을 먼저 떠올리고 싶다. 백범 선생은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8·15 직후의 그 어려운 시절에, 이런 말씀을 하신 걸 보면 정말 백범 선생은 큰 어른인 것 같다. 백범 선생의 말이 아니라도 세계에 드러날 강소국이 되려면 경제력이나 군사력만 가지고는 안된다. 그 나라를 빛낼 문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나라는 경제적으로 부자인 나라, 군사적으로 강한 나라가 아니라 높은 문화를 지닌 나라이다.

일찍이 윈스턴 처칠은 “셰익스피어를 잃느니 차라리 인도를 버리겠다.”라고 영국의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한껏 뽐냈다. 프랑스의 국가 영웅들이 묻히는 파리의 판테온에는 정치가가 아니라 빅토르 위고, 볼테르, 마리 퀴리 등 사상가, 예술가, 과학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그 나라의 문화 숭상의 분위기를 말해주고 있다. 문화가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는 것은, “사람이 밥만 먹고 어떻게 사느냐?”라는 세간의 이야기에 그 핵심이 담겨 있다고 생각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도 기자회견에서 “과거의 성장 위주 발전 체제와는 다른 ‘신 발전 체제’를 만들겠다.”며, 신 발전 체제란 “경제의 선진화와 삶의 질의 선진화가 함께 가는 시대”라고 말했다. 그리고“대한민국에 산다는 게 행복하도록 하겠다. 태어나면서부터 노후까지 인생의 매 단계에서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겠다. 자기계발과 자아실현의 기회가 넘쳐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명박 당선자가 미처 취임도 하기 전에 대한민국의 문화적 자긍심을 상징하는 국보 제1호 숭례문이 소실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문제는 모든 사람들이 문화를 강조할 줄은 알았어도 그것은 빈말에 그쳤다는 것이 이번 사건으로 증명됐다는 것이다. 서울시장, 문화재청장, 중구청장, 소방방재청장 등 어느 누구도 실질적인 문화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진정한 마음과 구체적인 매뉴얼은 갖고 있지 못했던 것이다. 오죽하면 국보 1호 안에서 노숙자가 라면을 끓여 먹고, 소방방재청은 유사시의 화재 진압 도면 하나 안 가지고 있었겠는가?

하루빨리 숭례문 소실을 초래한 사회적 병리를 치유하고 이 나라에 진정으로 문화가 꽃필 수 있는 토양이 조성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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