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오 사건과 식품안전
오창환 / 세명대학교 한방식품영양학과 교수2015년 5월 7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가짜 백수오’ 사건이 불거진 4월 22일부터 5월 5일까지 건강기능식품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나 줄었다고 한다.
백수오는 2010년 4월 27일 N사가 당시 식약청으로부터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인정받은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의 주요 원료이다. “갱년기 여성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기능성을 표방하여 2014년 N사는 완제품 한 품목으로 1240억 원의 매출을 올릴 만큼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문제는 ‘이엽우피소’의 혼입이다. 중국에서는 백수오로 분류되는 이엽우피소가 우리나라에서는 등록되지 않는 약재이다. 본 사건의 발단이 되었던 2014년 6월 10일 대한한의사협회의 보도자료에서는 이엽우피소가 하수오 및 백수오와는 전혀 다른 기능을 가진 약재이며 더불어 식약공용한약재인 백수오 등의 건강기능식품 원료 효능 등이 한약재인 하수오 및 백수오와는 다르다고 주장한 바 있다.
기능성을 인정받은 원료가 아닌 다른 원료를 사용했다는 사실은 법적, 도덕적으로도 비난 받아 마땅한 일이다. 백수오 또는 이엽우피소 모두 사실은 우리가 매일 먹는 식품이기 이전에 병을 치료하기 위한 한약재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백수오 등 188종의 한약재를 식품으로 사용가능한 ‘식약공용한약재’로 분류하고 있다.
식품은 한약재와 달리 평생을 섭취해도 문제가 없어야한다는 점에서 의약품에 비해 더욱더 안전해야한다. 그러나 많은 한약재들의 경우 사람이 평생을 지속적으로 섭취하였을 때 과연 안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어느 과학자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재까지의 과학이다. 다만, 이제까지 경험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독성이 적다고 판단되는 한약재들에 한해서 건강기능식품 등의 형태로 섭취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식약처는 건강기능식품의 원료 및 기준·규격을 재평가하고 질병의 치료·예방 기능이 있는 것은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인정할 수 없도록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였다. 즉, 앞으로는 한약재의 식품원료 사용 등이 보다 신중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요즘처럼 사회 복지의 국민적 요구가 급속히 증대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최대한 국민의 세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안 마련에 전력을 기울여야하며 식품안전 분야 또한 예외가 아니다. 식품을 생산하는 산업계는 정해진 규격에 따라 양심적으로 안전한 식품을 생산·관리해야하며, 정부는 시장에 유통 중인 제품의 규격이 적확하고 안전한가에 대하여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수행함으로써 식품 안전 확보의 효율적 운영 방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국가 연구비의 상당부분을 식품안전 모니터링에 투자해야한다. 신뢰성 있는 민간 전문 분석기관을 양성하고 지속적인 대규모 식품안전 모니터링 업무를 위탁·관리함으로써 정부는 몸집을 줄이고 민간 인프라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창출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나날이 늘어가는 국민의 식품안전 강화 요구에 대한 산업계의 도덕성과 정부의 슬기로운 대처가 절실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