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일 유착과 한국의 딜레마
홍현익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국수주의적 성향의 일본 아베정권이 집단자위권 행사를 빌미로 자위대의 재무장과 역할 강화를 모색하고 있고 미국이 이를 지지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재정적자로 군사비를 대폭 감축해야하는 상황에서 중국을 견제·봉쇄하는 아태지역 전략적 재균형정책을 추진하는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중국 견제의 선봉을 자처하고 미국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덜어주는 일본의 행보는 고무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모든 국가는 고유 주권사항으로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는 한국의 주권과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우려의 대상이 된다. 일본 아베정권은 과거 일본 제국의 식민지배시에 범했던 민족말살 정책, 강제 징용, 공권력에 의한 전시 위안부 동원, 식민지인 생체실험, 대량 학살에 이르는 부당하고 반인륜적인 잔혹행위를 자행한 것을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미화까지 함으로써 재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2차대전 전범국인 독일은 영토 상실을 수용하고 나치만행에 대한 지속적이고 진지한 반성을 통해 유럽의 평화와 통합을 선도한 데 반해 일본은 오히려 청일전쟁의 전리품인 센카쿠열도(댜오이다오)를 계속 영유하고 있고 독도에 대한 영유 야욕까지 부리고 있다.
소련에 이어 중국이 패권 도전국으로 부상하는 듯하지만 아직은 미국이 훨씬 우월한 국력을 갖고 있으므로 동아시아에서 상생·공영의 질서를 제창하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 요망된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을 포위·견제 대상으로 설정하며 일본을 전략 거점으로 삼아 중국 주변국들을 반중친미 국가로 만들고 동아시아 군사력을 강화하면서 냉전적 질서를 재형성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이 한·미동맹을 반중동맹화하려 하므로 한·미동맹을 유지·강화하고 중국과도 전략적 우호관계를 구축하려는 한국정부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중 교역이 한·일과 한·미 교역의 합보다 훨씬 더 큰데다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며 북한의 급변사태를 원활히 수습할 뿐 아니라 평화통일을 달성하려면 중국의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므로 중국과 적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어리석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저지하기보다는 그것이 한국의 국익을 해치지 않도록 다짐을 받는데 주력해야 한다. 일본이 독도의 한국 영유권을 인정하기 전에는 어떤 경우에도 자위대의 독도 접근은 불가하고 대북 선제공격이나 한반도 진입은 한국의 사전 승낙을 반드시 취득해야 함을 일본과 미국에게 확약받아야 한다. 또한 남한과 일본을 점령통치했던 미국이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독도의 한국 영유권을 명시하지 않은 책임을 통감하고 이제라도 일본에게 과거사를 진심으로 뉘우치고 부당한 영토야욕을 포기할 것을 종용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일본의 일탈된 행동을 막고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강화하는 책무는 일차적으로 미국에게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