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바꾸기’ 정치인

제성호 /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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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성호 /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치인의 말 바꾸기가 세간의 빈축을 사고 있다. 한명숙 통합민주당 대표는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로 재임하던 2007년 1월 “FTA는 대한민국 경제에 활력을 주는 모멘텀이 될것”이라며 성공적인 마무리를 강조했다. 당시 한 총리는 한·미 FTA를 반대하는 시민단체에 대해 정부 지원금을 끊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정동영 상임고문 역시 2007년 3월 “우리의 미래를 위해 이것(FTA)을 적극적인 도전 기회로 삼아야 된다”고 말했다. 그에 앞서 유시민 현 통합진보당 대표는 2006년 12월 한 대학생 아카데미 강연에서 “통상국가로 성공하려면 아예 세계 자본주의의 본토로 진출해 보자. 이게 한·미 FTA”라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이런 정치인들이 지금은 전혀 딴 소리를 하고 있다. 한명숙 대표는 독소조항 운운하며 19대 국회와 12월 대선에서 출범하는 새 정부의 모든 권한을 통해 한·미 FTA를 폐기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 유시민 대표도 “대통령이었다면 한미 FTA 하자는 말은 안했을 것”이라며, 말을 뒤집고 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사업의 경우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한명숙 대표는 2007년 총리 시절엔 “미래 대양해군과 국가전략상 제주해군기지는 필요하다, 경제적 효과도 있어 계속 주민들을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2011년 12월엔 “평화의 섬 제주에 도민의 동의 없이 추진되는 강정 해군기지 강행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변했다. 당시 유시민, 정동영 의원은 군사전략상 필요하다며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에 찬성 입장을 보였지만, 지금은 ‘총선 후 전면 재검토’를 외치고 있다.

정치인들의 이 같은 오락가락 발언은 국민들을 헷갈리게 만든다. 자칫 FTA 발효 후 국민경제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대신 대한민국의 대외 신인도만 떨어뜨릴까 우려된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공조체제에도 균열이 생길 위험이 있다. 제주 해군기지사업과 관련해선 국론분열 가중, 국가예산 낭비, 안보 국책사업 표류 등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이 말 바꾸기를 서슴지 않는 것은 평소 그들이 품고 있는 ‘친북·반미’ 정서, ‘안보 경시’ 태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위와 같은 행태는 국가 백년대계, 막대한 사회적 비용 발생, 국민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선거전략만 생각하는 ‘소아적 정치병’에 뿌리를 둔 것으로 보인다. 즉, 여야 편가르기를 통해 총선 및 대선에서 자기 진영의 득표율을 높이려는 수준 낮은 정치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것은 정치불신만 낳을 뿐 국가안보와 국익 증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뿐이다.

말 바꾸기는 결국 이전에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도 거리낌 없이. 권력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수시로 입장을 바꾸는 사람은 신뢰할 수 없다. 도덕성과 신뢰성이 결여된 이런 사람들을 우리가 다시 국민대표로 뽑아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될 시점이다. 아무쪼록 금년 총선과 대선에선 정파적 이익 대신 오로지 국가와 국민만 생각하고 원칙에 입각해 정치를 하는 믿을 만한 사람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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