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

강수돌 / 고려대 경상대학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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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강수돌 / 고려대 경상대학 교수

한국 경제는 그 규모가 세계 10위권일 정도로 급성장했다. 수출액과 수입액 등 무역 규모 면이나 생산되는 총 부가가치를 뜻하는 국내총생산(GDP) 수준에서도 그러하다. 1960년대 초의 1인당 국민소득이 80불 정도였는데 비해 2010년대 초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불 수준이니 평균적으로 250배나 부자가 되지 않았던가?

하지만 물질적 성장이 불과 50년만에 250배 급증했다 하더라도 과연 그 정도로 우리의 정신적 성장이나 내면적 행복이 높아졌는지는 의문이다. 250배는 고사하고라도 25배라도 행복해졌을까, 아니면 25배 스트레스가 더 늘었을까? 최근 10대 청소년들의 불만족 지수를 실태조사한 결과를 보면 70% 이상이 심각한 스트레스 상태에 있으며, 심지어 절반 정도는 자살까지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한다.

어른들은 어떠한가? 각종 워킹푸어, 하우스푸어, 렌트푸어와 같은 현상은 물론이요, 취업자는 성과 압박이나 해고 압력에, 실업자는 실업자로서의 상실감이나 절망감에 시달리고 있다. 취업자들도 설사 일정한 직장이 있다고 하더라도 비정규직인 경우엔 새로운 신분 차별을 경험하면서 고통을 받고 있다.

이 모든 현실은 지금 한국 경제나 사회가 마치 점점 뜨거워지는 물속 개구리 신세와 같음을 말한다. 그리하여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빠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집단적 불감증’에 빠져 우리 스스로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잘 인지조차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 헌법 119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경제 민주화 조항은, 여태 앞만 보고 달려온 한국 경제가 이제는 좀 장기적이고 폭 넓은 시각으로 건강하게 나가자는 취지를 갖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균형 성장, 공정 분배, 독점 방지, 주체 조화 등을 기본으로 한다. 즉,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균형, 사회 양극화의 방지 및 복지 사회 건설, 독과점 방지와 재벌 전횡 타파, 노동자나 농민, 여성 등 사회적 약자의 배려 및 다양한 경제 주체 사이의 조화와 균형 등을 실현해야 우리 사회경제가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2012년 총선부터 약속해온 경제민주화 법안이 또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 재계의 반발이 일차적이고, 대통령마저 ‘대기업 옥죄기’를 우려하며 “경제민주화는 어느 한 쪽을 누르고 옥죄는 게 아니다”고 했다. 또,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지금은 경제위기 국면이기 때문에 경제민주화는 일단 뒤로 미뤄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결국, 이런 식으로 나라 전체의 건전한 도약을 위한 경제 민주화 정책 의지가 후퇴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더욱 불안하게 될 것이다. 끓는 물속에서 죽는 개구리 신세가 되기 전에, 지금이라도 초심으로 돌아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경제민주화를 이루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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