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위기와 국론분열

홍관희 /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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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관희 /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국가가 위기에 처하게 되면, 국론이 분열되기 쉽다. 이는 위기상황에 대한 인식과 처방이 제각각 나오는데 따른 것인데, 여느 단체나 가정에도 해당한다. 그러므로 위기를 극복하려면, 먼저 국론분열의 극복 곧 국론통일을 기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위기에 처해 국론통일에 실패해 국운이 기운 경우가 많다. 임진왜란 때 선조 치세의 조선은 왜국의 침략의도를 놓고 조정이 분열, 효과적인 대비를 하지 못해 전화(戰禍)에 시달려야 했다. 구한말 조선은 척사(斥邪)·척화(斥和)파 대 개화(開化)파로 분열, 종국에는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하였다.

일본의 경우는 좀 특이하다. 조선과 마찬가지로 개화파 대 척화파로 분열했으나, 무장력이 수반된 권력투쟁 과정을 통해 개화파가 승리, 일사불란한 ‘개항+근대화’의 길로 들어섰다. 국론분열을 극복하고 내부단결에 성공한 것이다. 그 상징이 ‘명치유신(明治維新)’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6·25 이래 최대의 국가위기에 직면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국가운영 원리, 국체, 국가이념 측면에서 타협하기 힘든 양극단이 정면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국가 정통성, 한미동맹, 자유민주통일 등과 같은 근본원리에 대해 반대파의 조직적인 뒤집기가 시도돼, 이를 수호하려는 측과의 필사적인 투쟁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통합을 이루기 위한 최소한의 합리성과 상식, 객관성 등이 결여돼 자칫 국가체제의 동요 상황이 올 수도 있고, 그런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지 이미 오래다.

국론통합은 보편타당한 가치관에 합일함으로써만 가능하다. 헌법에 나타나 있는 국가운영 원리에 국민 모두가 동의를 표하고 이를 준수할 때 진정한 의미의 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한 국론분열의 중심에 북한문제가 놓여있다. 곧 북한을 어떻게 보느냐가 분열의 핵심이다. 북한이 구제난망의 유일영도체제-세습독재-군사병영체제로서 주민에 대한 인권탄압을 비판하는 측과 북한을 같은 민족의 파트너로 인식하고 자주-민족대단결-화해협력의 접근을 기해야 한다고 보는 측 간의 가치관 차이가 분열의 원인이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보면, 북한체제는 동족임을 앞세우기 전에 같은 동족인 북한주민에 대해 무자비한 탄압을 자행하고 특히 대한민국에 대한 군사위협 및 공격을 감행하여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세력이다.

일반적으로, 가치관과 도덕률이 혈연보다 앞서는 명제다. 북한을 바라볼 때 이 점이 강조돼야 한다. 지난 2005년 가을 친북·좌파 세력이 “6·25 때 통일을 방해한 원수(怨讐)”라면서 맥아더 장군 동상을 철거하려 시도했을 때, 이 광경을 태평양 건너에서 지켜보던 美하원의장은 “한국민들, 너무 ‘동족’ 좋아하지 마라 … 인류 최초의 살인자는 형제였음을 기억하라!”는 명언을 남겼다.

최근 천안함 침몰사건을 놓고 벌어지는 극도의 국론분열상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국제전문가가 포함된 민군 합동조사단의 명백한 조사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괴담과 유언비어가 끊이지 않고 국론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건국 이래 미증유의 국가위기에 직면하여, 우리는 보편타당한 가치관에 뿌리를 내리고 이에 근거하여 뭉치고 단합하여 그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통합을 실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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