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의 성공조건
배병휴 / 월간 경제풍월 발행인정치권이 주도하는 경제민주화 대논란에 재계가 깊은 충격이다. 핵심은 재벌개혁이고 오너개혁이다. 잘못하면 우리경제의 성공모델과 기본적인 성장의 기축을 뒤흔들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올 수 있는 일이다.
오너개혁 과녁은 총수지분 1% 미만, 순환출자방식에 의한 소유와 지배, 부당 내부거래, 골목상권 침탈, 세금 없는 편법증여, 상속 등 부도덕, 비윤리 항목이 누적되어 있다는 혐의다. 또 재벌경영 성과가 우수하다지만 ‘고용 없는 성장’, ‘분배 없는 독식’이라는 사회적 혹평에 따른 ‘승자의 저주’가 다가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대통령으로 자부한 MB정부가 비즈니스 프렌드리를 앞세웠다가 오히려 양극화와 불균형을 심화시켰다는 정치적 혹평도 추가된다.
특히 노동권력이 몽땅 야권으로 넘어가고 국회 환노위가 여소야대로 구성되어 노동관계법 전면 재개정을 추진하는 것도 엄청난 충격이다. 한국노총과 민노총이 민주당과 연대했으니 재벌해체를 주장하는 통합진보당과도 간접연대로 경제민주화를 정치이슈화할 참이다.
여기에서 경제민주화가 정치와 사회적 논리위주로 일방통행 해서는 안된다는 반론이 나온다. 아무리 경제민주화가 시대적 요청이라 해도 자본과 시장의 반발을 촉발하는 ‘재벌 포위 압박식’으로 추진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중소기업계도 경제민주화가 재벌 때리기로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해명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불공정거래, 불합리한 제도, 불균형한 시장 등 3불(不)개선만을 원한다고 밝혔다. 대쪾중소기업 관계는 동반쪾공생 관계로서 정치와 사회논리가 경영과 시장논리와 화합하여 점진적 균형을 회복하는 방안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다.
양극화와 불균형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압축성장해 온 오랜 과정의 산물이다. 이는 우리경제의 성공모델 내부에 누적되었기에 이를 개선하는데도 충격과 부작용을 흡수하는 과정이 불가피함을 말해준다. 더구나 양극화와 불균형의 내부세계도 천차만별이고 층층시하다.
상위재벌과 하위재벌,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중소기업과 영세기업 간 불균형과 양극화도 문제다. 이를 상위재벌 오너의 군림방식 한 가지 개혁만으로 해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노사문제를 정치이슈화 하여 정치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노조 내부에도 귀족노조와 서민노조로 양극화되어 있고 노조 지도부의 기득권과 특권도 눈에 보인다. 양대 노총이 야권과 연대하여 정치세력화 했지만 노조 조직율은 10% 미만으로 90% 근로자들의 권익을 대변한다고 볼 수 없다.
이 같은 정치상황에서 경제와 시장논리는 완전 배제한 채 순환출자의 전면금지,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금쪾산분리 강화, 부자증세 등으로 기존의 재벌경영 모델을 일거에 해체하려는 식으로 가면 우리경제의 성장 축은 어찌되겠는가. 경제계에서는 국내의 경영여건이 최악일 때 선거 치르다가 경제 다 망치면 뒷감당은 누가 책임지느냐고 한탄한다.
때문에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더라도 오너경영을 전면 부정하거나 죄악시 해서는 안 되고 한국적 경영의 특례적 노하우는 살려가면서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 정치쪾사회논리와 경제쪾시장논리와의 화합과 균형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