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의 세 가지 숙제
장병옥 / 한국외대 명예교수 정치학 박사의회 역사상 최악의 국회로 평가 받는 19대 국회는 입법부의 기능을 마비시켜 경제가 파탄날 지경으로 포퓰리즘 법을 양산하였고, 여야 두 정당의 공천파동으로 국민의 정치에 대한 혐오감은 극에 달했다. 국회의원들의 수를 줄이거나 아예 없애 버리자고 할 정도로 분노한 국민들의 심판으로 지난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더불어 민주당 양당체제에서 신생정당인 국민당이 탄생하는 3당 체제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20대 국회는 이제 국민이 3당을 만들어준 의미를 되새기며 협치(協治)의 정치를 해나가야 한다. 20대 국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수많은 특권을 스스로 내려놓아야 한다. 5월 30일 20대 국회가 개원하는 현시점에도 국회의원이 누리는 200여 가지의 특권과 특혜는 그대로이다. 그동안 국회의원의 ‘세비와 수당’을 여야 밀실야합으로 자기들 멋대로 인상해 왔다. 아파트 경비원의 임금 인상도 주민들이 결정하듯이 국회의원의 세비와 수당도 당연히 국민이 결정하는 통제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근로자들에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기 전에 국회의원부터 그러한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또한 아무런 기여금 없이 매월 120만원씩 받아왔던 국회의원 연금도 당연히 폐지해야 마땅하다. 이참에 지자체 의원들도 원래 규정대로 무보수 명예직으로 바꿔야 한다.
둘째,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이 양적으로만 증가해서는 안 된다. 5월 30일 현재 제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건수는 1만7천여 건에 이른다. 그중 처리 법안이 7천여 건, 나머지 1만여 건의 법안이 계류 중이며 제19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된다. 중요한 민생법안은 여야가 협상과 타협으로 신속하게 처리했어야 한다. 또한 19대 국회에서 노동개혁 4법 역시 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된다. 국민의 일자리 창출은커녕 경제는 더욱더 나빠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복지 포퓰리즘으로 경제가 파탄이 나 유럽과 중남미의 좌파 정권이 몰락하고 있는 상황을 교훈삼아 여야가 표를 얻기 위해 복지 포퓰리즘과 같은 대중영합적인 정책을 더 이상 양산해서는 안 된다.
셋째, 20대 국회는 의원 각자가 하나의 헌법기관으로써 특정계파를 넘어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으로서 책무를 다하여야 한다. 따라서 특정인과 특정계파의 공천권에서 벗어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바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여야가 동시에 실시하는 것을 법제화하고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에 자청해서 국회의원도 포함시키며 남용될 소지가 많은 국회 선진화법과 상시청문회법을 개정 또는 폐기해야 한다. 그래야만 당리당략에 따른 거수기나 최고 권력층의 시녀 노릇을 하지 않고 국민만을 위해서 봉사하는 국회의원이 될 것이다.
끝으로 지난 선거운동 때 국민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한 표를 호소했던 후보들이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19대 국회 당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불체포 특권 등의 폐지를 넘어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하자는 국민의 분노를 잊지 말아야한다. 이를 거울삼아 20대 국회가 국민에게 새 희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국회다운 민의의 전당이 되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