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빈곤

발행일 발행호수 2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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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한국 천주교에 추기경이 또 한명 임명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천주교 사제들은 유달리 복장과 장신구가 요란하다. 사제부터 교황까지 신분에 따라 입는 복장이 다르고 쓰는 모자의 색깔까지 다르다. 그들이 기본적으로 입는 수단이라고 하는 발목까지 길게 늘어지는 옷은 사제는 검은색, 주교와 대주교는 자주색, 추기경은 진홍색, 교황은 백색이다. 검은색은 세속에서 하나님께 바친 삶을 뜻한다는 것이고 추기경의 진홍색은 순교자들의 피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사제들은 또 주께토(zucchetto)라는 작고 동그란 모자를 정수리 부분에 쓰고 비레타(biretta)라는 4각형 모자를 주께토 위에 쓰는데 꼭대기 부분에는 방울을 달았다. 주교는 목장(牧杖)이라는 지팡이를 들고 미트라(mitra)라는 주교관(主敎冠)을 쓴다. 목장이란 양떼를 돌보는 목자를 나타내려는 것인데 주교에서 추기경까지는 끝이 동그랗게 구부러진 것을 사용하고, 교황은 윗부분이 십자가 모양으로 된 것을 쓴다. 미트라는 뾰족한 관인데 보통 아무런 장식이 없는 흰색과 화려하게 장식된 흰색 혹은 금색 2종류로 나뉜다. 화려한 장식의 미트라는 예식을 주관하는 주교가 쓴다.

그러나 그들이 유달리 울긋불긋한 옷과 여러 종류의 모자와 손에 든 막대기, 손가락에 낀 반지 같은 것으로 꾸며서 자기의 존재감과 권위를 나타내려 하는 것은 그만큼 속이 빈 것을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닐까. 방울 달린 모자에 주교관이니, 주께또니, 비레타니, 사제의 반지니 하는 장식물들로 사람의 눈을 현혹하여 만인을 구원할 인격과 사상, 교리와 진리가 없음을 은폐하려는 것은 아닐까? 사정이 이러하니 가난한 자와 함께 하겠다느니 분열을 치유하겠다느니 하는 말은 단지 화려한 말장난에 그칠 뿐이다. 무릇 진리는 외양에 있지 않고 내재(內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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