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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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황 프란치스코가 세균 전염을 걱정한 적이 있다. 신자들이 인사할 때 교황의 반지에 키스하려고 하자 교황이 재빨리 손을 잡아 빼며 거부했는데 그 이유가 전염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수백 명이 키스한 반지가 세균 범벅이 될 것은 당연하다. 어쩌면 교황은 가톨릭과 전염병의 밀접한 관계를 생각하고 더 빨리 손을 뺐는지도 모른다.

전염이 치명적인 속도로 일어난 사례는 아메리카 신대륙에서 있었다. 콜럼버스를 필두로 신대륙을 향한 정복자들은 가톨릭 전파를 사명으로 삼았는데, 그들이 가톨릭과 함께 퍼뜨린 것이 있었다. 천연두, 홍역, 콜레라, 페스트 등의 전염병이었다.

십자가를 앞세운 선박이 도착하기 전까지 신대륙에는 대량 살상 능력을 가진 전염병이 없었고, 따라서 면역력도 없었다. 가톨릭 신도들의 도착은 생물학 폭탄을 투하한 것과 같았다. 일례로, 콜럼버스가 닻을 내렸던 1492년 당시 히스파니올라섬의 원주민은 800만 명이었으나 1535년 0명이 되었다.

가장 위력을 발휘한 것은 천연두였다. 1520년 아즈텍 제국의 원주민은 침입한 가톨릭 신도보다 100배나 많았지만 원주민 한 명이 천연두에 감염되자 더 이상 수적 우세는 의미 없게 되었다. 한 수도사는 “원주민들이 불길에 빈대가 타 죽듯이 몰살당했다.”고 기록했다. 몇 년 후 가톨릭 신도들이 남아메리카의 잉카 제국을 침략했을 때 다시 천연두가 휩쓸었고 잉카 인구의 75%가 사망했다.

살아남은 원주민들은 심리적 공황에 빠졌다. 천연두로 종기가 돋아나고 눈이 멀어 장님이 되고 급기야 떼죽음을 당하는 와중에도 아무런 해를 입지 않는 가톨릭 신도들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물론 면역력 때문이었지만 그들은 신의 보호라며 이렇게 외쳤다.

“하느님이 천연두를 내리셨다!”(프란시스코 데 아길라르) “우리 주님이 기적같이 그들을 죽게 하셨다!”(레라시온 데 메리토스) 급기야 원주민들까지 천연두를 ‘신의 종기’라고 부르게 됐다. 겁에 질린 원주민들은 앞다퉈 가톨릭으로 개종했다. 프란체스코회 수도사들이 한 번에 수천 명씩 세례를 주었지만 원주민들은 거룩한 미사에서 세례 받기 무섭게 죽어 나갔고, 아메리카 전역에서 원주민의 90%가 사라졌다.

이와 달리 전염이 은밀하게 일어난 사례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에서 있었다. 성병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매독이었다. 성행위를 통해 전염되며 성기에서 악취 나는 고름이 흐르고 손발에 종기가 뒤덮는 병이었다. 매독은 교황 알렉산데르 6세, 율리우스 2세, 레오 10세에게 전염되었다.

교황 알렉산데르 6세는 바티칸에서 열었던 광란의 파티로 유명했다. 무도회에서 남자들이 벌거벗고 춤추도록 했고 그 자리에서 50명의 매춘부들과 가장 많은 성교를 한 사람에게 상을 주었다. 알렉산데르 6세는 16명의 사생아를 두고 친딸과 근친상간을 할 정도로 성생활에 거침이 없었는데, 결국 애인들과 아들 체사레 보르자 추기경도 매독에 걸렸다.

율리우스 2세는 로마의 가톨릭교회 안에 공공연하게 매음굴을 설치할 정도로 당당했지만 자신의 매독만은 숨기고 싶어 했다. 당시 신도들이 교황의 발에 키스하는 의식이 있었는데, 교황은 종기로 뒤덮인 발을 내밀지 않았기 때문에 키스하려고 기대했던 신도들은 실망한 채 돌아서야 했다.

그 시대 또 다른 특징은 교황청과 추기경의 저택에서 동성애가 성행했다는 것이다. 일찍이 11세기에 다미아니 주교는 동성애로 향락을 즐기는 방법을 체계화하여 “고모라의 서”를 집필했다.

그로부터 1,000년이 지난 2017년에도 교황의 최측근 비서가 환각 상태로 동성애 난교 파티를 벌이다 경찰에 붙잡힌 것을 보면 그 집단의 전통으로 자리 잡은 모양이다. 그러나 동성애가 현대의 강력한 전염병과 연관될 줄은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흔히 에이즈(AIDS)라 불리는 후천성 면역 결핍증은 인간의 면역 체계를 파괴하는 전염병으로 주요 감염 경로는 성관계다. 그중 동성애의 감염률이 높은 것은 항문 성교가 보통의 경우보다 감염 확률이 5배 높은 것과 연관된다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2000년 1월과 11월, 에이즈 연맹(ACT UP)은 “가톨릭 사제들, 에이즈 은폐로 큰 타격을 입다(Priests hit hard by hidden AIDS epidemic)”는 제목으로 <캔자스시티 스타>의 보도를 인용했다.

미국 14개 주에서 사망 기록을 분석한 결과 가톨릭 신부의 에이즈 사망률이 일반인보다 6배 높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미네소타의 무어 신부가 에이즈로 죽었을 때 사망 진단서에 사인(死因)이 자연사로 표기됐던 것을 들며 에이즈 신부의 정확한 숫자는 파악할 수 없을 것이라 했다. 지금도 그들은 거룩한 사제복으로 위장하고 있을 것이다.

철학자 가브리엘레 조르고에 따르면 가톨릭 역사의 어두운 면을 보여 주는 ‘흑미사’가 있었다고 한다. 보통 미사에서 밀떡과 포도주를 먹는 성찬식이 핵심이라면 흑미사에서는 성교를 통해 절정에 오르는 것이 성찬식이자 핵심이었다고 한다. 그것이 어쩌면 인류를 암흑으로 뒤덮는 그 집단의 핵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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