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다 사했어요’

발행일 발행호수 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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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에서 한 유명 작가가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작가가 아주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고 곧바로 신부가 달려왔다. 작가는 천주교인이었던 것이다. 신부는 병자성사(가톨릭에서 마지막에 병자에게 주는 성사)를 주겠다고 했다. 병색이 짙고 잘 움직이지도 못하던 병자는 애절한 표정으로 신부를 쳐다보았다. 생사의 기로에서 필사적으로 신부에게 의지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윽고 ‘고백성사’를 끝내자 신부가 병자에게 말 했다. “이제 당신은 모든 죄로부터 용서받으셨어요. 평안하세요”라고… 베드로의 후계자, 신의 대리인인 신부에게 죄를 고백하고 신부가 “이제 당신은 죄 사함을 받았으니 염려 말라. 이제 죽어도 지옥에 갈 염려는 없고 반드시 천당에 갈 것이다”라고 한 것이다. 이생을 마감하려는 엄숙한 순간, 일생 지은 죄를 생각하고 저 세상에서는 어디로 갈 것인가 조마조마 했던 병자는 병고도 잊은 채 웃음을 띄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한다. 세상의 모든 죄인들이 듣고 싶어 하고 믿고 싶어 하는 말을 신부가 해주었기 때문이다.

정말로 우리도 천주교회 만세요, 그 신부 만만세다. 이렇게 죄 사함을 뚝딱 간단히 받게 했으니 세상에 걱정할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세상의 모든 악과 괴로움이 죄에서 비롯되고 있는데 신부가 말 한마디로 간단히 죄를 해결했으니 얼마나 대단한가? 사람들은 죄의 문제로 고민할 것도 없이 모두 천국에 갈 것이고 이 세상의 모든 악인과 싸움과 미움은 사라지고 순식간에 천국으로 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뻐하기에는 이르다. 일찍이 돈을 받고 면죄부를 판 교황들의 역사를 들출 것도 없이 신부의 ‘뚝딱 죄 사면’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죽음의 순간을 이용하는 거짓은 더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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