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

발행일 발행호수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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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증가로 쌀 판매량을 제한하오니 양해 바랍니다.’
23일 미국 워싱턴 근교의 대형 유통매장인 샘스클럽을 찾은 교포 스텔라 김(45) 씨는 이 같은 안내 문구를 보고 당혹감을 느꼈다. 김 씨는 “어차피 그렇게 많이 살 생각은 없었지만 ‘제3세계 식량위기’ 운운하던 게 미국에도 상륙하나 싶어 착잡했다”고 말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식량 위기는 전 세계 1억 명 이상을 굶주림으로 내모는 ‘소리없는 쓰나미(silent tsunami)’”라고 경고했다. 특히 영국의 ‘가디언’지는 식량위기가 지구촌 안보에 위협을 주고 있다며 아이티에서는 최근 시위대들이 50%까지 치솟은 주요 농산물 가격에 항의하기 위해 대통령궁 앞에서 폭동을 일으켰고, 이집트, 인도네시아, 세네갈, 카메룬 등에서는 배고픔에 시달린 수많은 주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물가 폭등에 항의 시위를 했고, 베트남에서는 쌀 도둑이 극성을 부리는 범죄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농부들에게 24시간 논을 지킬 수 있도록 엽총으로 무장하도록 했다. 이상기후와 바이오 에너지 파동으로 옥수수가 기름 생산에 전용되자 곡물 값이 폭등한 것이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 본능인 ‘먹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인간은 모두 야수로 변하고 만다. 노아의 홍수 때 물이 점점 차 오르자 힘 센 놈이 약자를 물에 처 넣고 자기가 높은 곳을 차지하다가 마지막에는 제일 힘 센 놈이 제일 높은 산 꼭대기에서 물에 빠져 죽은 것과 같이, 배고픔을 해결하려는 ‘정글의 법칙’이 식량위기에 횡행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벌써부터 세계 각국은 쌀 수출을 금지하는 등 자원민족주의 정책을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식량사정은 언제까지 안심할 수 있는지, 또 에너지난에 이은 식량위기는 어떠한 심각한 양상으로 인류에게 재앙으로 다가올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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