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등반자

발행일 발행호수 2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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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 김홍빈씨는 한때 전국체전에서 스키 크로스컨트리 금메달을 딸 정도로 체력이 뛰어났다. 에베레스트(8848m)·낭가파르바트(8125m)도 다녀오는 등 자신만만한 등반가였다.

하지만 28세 때 큰 시련이 찾아왔다. 1991년 북미 알래스카 매킨리(6194m)에 혼자 오르다 탈진해 잠이 들어 의식을 잃고 말았다. 16시간 만에 구조돼 목숨은 건졌지만 동상에 걸려 열 손가락을 모두 잃었다. 손등까지 망가져 손목 부위에 철심을 박아 뭉툭한 손만 남게 됐다. 절망에 빠졌다. 혼자서는 옷을 입거나 벗을 수조차 없었다. 손잡이를 돌리지 못해 문을 못 여는 바람에 방 안에서 용변을 보기도 했다. 자살 충동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손을 잃기 전 쌓은 실력을 되살려 자신을 불구로 만든 산도 되찾았다. 1997년 유럽 최고봉 엘브루즈(5642m) 정상을 시작으로 2007년 7월 호주 코지어스코(2228m)까지 6개 대륙의 최고봉을 차례로 올랐다. 그리고 2009년 새해 2일 남극 최고봉 빈슨 매시프(4897m) 정상에 올랐다. 7개 대륙 최고봉을 모두 정복하는 데 성공했다. 11년이 걸렸다. 손가락이 하나도 없는, 혼자 등산화 끈조차 매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으로서는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처음이다. “7대륙 최고봉 등정에 이어 앞으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에도 계속 도전하겠다”는 마침표 없는 김홍빈씨의 도전 정신 앞에, ‘할 수 있다’는 인간의 뜻과 의지가 끝이 없음을 알 수가 있다.

인간은 마귀의 구성체이지만, 불가능에 도전하는 불굴의 의지가 있어서 구원의 희망이 있는 존재이다. 반드시 하고자 하는 뜻과 원대한 계획, 치밀한 실천력을 가지고 노력하면 구원의 높은 봉우리에도 도달할 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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