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화 제스처의 진의

고유환 / 동국대 북학학과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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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환 / 동국대 북학학과 교수

고유환 / 동국대 북학학과 교수

남북화해협력을 위해 헌신해왔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북한이 김기남 비서를 단장으로 ‘특사조문단’을 남측에 파견함으로써 남북 당국간 접촉과 이명박 대통령 면담이 이뤄졌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첫 남북고위당국간 접촉에서 현안에 대한 폭넓은 의견교환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평양을 방문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정일 위원장을 면담하고, 대결에서 대화로 국면전환을 원하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본국에 전달했다. 북한의 특사조문단도 남북관계 발전을 강력히 희망하는 김정일 위원장의 메시지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북측 조문단에게 “우리 정부의 일관되고 확고한 대북원칙을 설명한 뒤 이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해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북한의 연이은 화해 움직임을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진정으로 핵문제 해결에 적극성을 보일 것을 전제로 한 화해 움직임인지, 아니면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을 덜기위한 유화 제스처인지 북한의 의도를 면밀히 분석해봐야 할 것이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가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제재와 압력을 회피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유화 제스처를 쓴다면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으로 보인다. 북한의 특사조문단 면담과정에서 보인 우리 정부의 원칙적 대응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민간과 통하고 정부를 멀리하는 이른바 ‘통민봉관’식의 접근자세를 보인 북한 조문단에 공식절차를 요구하며 청와대 예방을 확답하지 않아 북측 조문단이 하루 더 체류해야 했던 것이다.

북측 조문단이 일정을 연장하면서까지 이 대통령의 면담 성사를 위해 노력한 것은 김 위원장의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에 민감한 내용이 있다고 청와대가 이를 밝히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이번 면담에서 남측은 북한 핵실험 이후 한반도 정세 악화에 대한 우려와 비핵화에 대한 남측 정부 확고한 의지를 전달하고 대북정책의 일관된 원칙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6·15와 10·4선언의 이행을 촉구하면서 남북교류협력 확대 등 남북관계 복원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억류중인 연안호 선원석방문제와 이산가족상봉문제 등 현안은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사이의 면담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이 주고받은 메시지의 정확한 내용은 확인할 수 없지만 양 정상간의 간접대화가 이뤄짐으로써 남북관계의 물꼬가 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북측 조문단에 보인 남측정부의 신중하고 원칙적인 대응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현재는 제재국면이기 때문에 비핵화에 대한 북측의 의지가 확인되지 않는 한 국면전환은 어려울 것이다.

미국과 한국이 최근 북한의 유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한 목소리로 대북정책 원칙에 변화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은 국제공조로 북한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비핵화 결단을 내려야 제재국면이 대화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고, 남북관계 복원도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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