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 담화 검증과 일본의 궤변
호사카유지/세종대 정치학 교수일본정부는 고노 담화에 대한 검증결과 보고서를 6월 20일 공개했다. 공개된 보고서의 핵심은 첫째, 고노 담화는 한일 간의 문안조율로 작성되었다, 둘째, 한일 양국은 문안조율사실을 비밀로 하기로 했다, 셋째, 위안부 피해여성에 대한 인터뷰 후 일본정부는 인터뷰 내용에 대한 확인 작업을 하지 않았다 등이다.
그런데 고노 담화는 한국뿐만이 아니라 중국, 대만, 동남아, 유럽까지 포함되는 위안부 피해여성들에 관한 내용이기도 하고 그 중 가장 피해가 많았던 나라 한국이 문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한일 양국이 문안조율사실을 비밀로 하자고 했다는 일본 측 주장에 대해서는 이번 검증결과 보고서를 한국 측에서 반대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그 정도의 얘기는 항상 외교적 대화 속에서 나올 수 있는 얘기이므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본측 주장의 목적은 고노 담화가 어디까지나 사실을 외면한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고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위안부 피해여성들에 대한 인터뷰 후 그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고노 담화는 사실에 입각하지 않는 담화였음을 강조하려는 일본정부의 궤변이다. 원래 고노 담화는 담화 발표 2년 전부터 일본정부가 독자적으로 조사한 사실을 토대로 피해 여성들을 인터뷰한 결과를 추가해 작성되었기 때문에 고노 담화 발표내용 중 대부분은 일본정부의 사전 조사 결과에 입각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위와 같은 사실을 볼 때 역사적 사실을 충분히 반영한 고노 담화가 정치적 타협의 산물일 수 없다.
이번 검증결과를 토대로 일본이 노리는 것은 1965년의 한일협정과 1993년의 고노 담화, 그리고 일본 민간이 만든 ‘아시아여성기금’으로 위안부 피해여성들에 대한 법적문제, 일본 측의 사과, 그리고 보상 문제 등은 모두 끝났으며 더 이상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있다.
이에 대한 한국 측 답은 다음과 같다. 1965년의 한일협정 중 청구권문제는 1991년 일본정부가 공표했듯이 국가가 개인을 보호하는 의무는 소멸되었지만 개인이 상대국가나 기업 등을 상대로 제기할 수 있는 순수한 ‘개인적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고, 고노 담화는 현재 일본이 수정하지 않겠다고 확인했듯이 구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문서인데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문서가 아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추가로 국가적 사과가 필요하다는데 있다.
그리고 ‘아시아여성기금’은 민간단체가 실시한 운동이므로 국가적 사과를 대신할 수는 없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검증작업과 일본의 책임을 추구한 유엔인권위의 조사보고서가 고노 담화를 충분히 검증했으므로 일본의 국가적 사과와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한국 측 논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일본정부는 궤변을 통한 책임회피를 즉각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