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개념(無槪念)

발행일 발행호수 2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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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얼마 전 종교간의 친선 축구 경기를 바티칸에서 개최했는데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마라도나를 비롯해 다양한 종교를 가진 전ㆍ현직 축구선수들이 참가했다고 한다. 이날 교황 프란치스코는 ‘종교를 초월해 스포츠 경기로 형제애와 우정을 나눈’ 선수들에게 감사한 후 특히 마라도나에게 다정한 치하의 말을 했다. 이에 대한 답례로 마라도나는 교황에게 현역 선수 시절 자기의 등번호인 10번을 새겨 넣은 유니폼을 선물하는 등 두 사람의 분위기는 시종 화기애애했는데 이것은 마라도나가 가톨릭과는 불구대천의 앙숙관계에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광경이었다.

마라도나는 일찍이 아르헨티나 전 국민이 시청하는 텔레비전 생방송에 나와서 교황에게 ‘창녀의 아들’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던 것이다. 마라도나가 교황에게 ‘창녀의 아들’이라고 한 것은 예수가 로마 군병의 성폭력으로 태어난 사생자요, 그 어머니는 ‘동정녀’가 아닌 로마 군병들의 ‘창녀’였다는 세간의 소문을 근거로 한 것이었다. 이와 같은 마라도나의 욕설에 대해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가 “마라도나는 정신병자”라고 매도하는 등 가톨릭은 거센 분노를 나타냈다. 이쯤 되면 마라도나는 가톨릭의 이면을 파헤친 소설 ‘다빈치 코드’에 나오는 템플기사단에 의해 처형 대상에 오를만한 가톨릭의 공적 1호가 되고도 남을 인물이다.

시간은 좀 흘렀지만 그런 마라도나에게 교황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만면에 미소를 띠고 선물까지 받았다면 그것은 무슨 개념, 무슨 논리에 의한 것인가? 마라도나를 아예 불한당 쯤으로 취급하고 무시한 것인가, 아니면 동정녀 탄생이라는 기독교 교리는 이미 무의미하게 됐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문제시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혹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무개념 행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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