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조합은 겸손하게 은혜가 담긴 물건을 전하는 사람

김옥분 승사(2) / 소사교회
발행일 발행호수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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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지난호에 이어서

그 후 1962년 소사신앙촌에 입주를 했습니다. 신앙촌에 이사 가던 날, 신앙촌 입구는 들어오고 나가는 소비조합들로 북적이고 있었습니다. 바쁜 걸음걸이로 물건을 들고 나가는 소비조합들, 밝은 햇살 아래 즐겁게 웃는 얼굴에는 삶의 활기가 넘쳐 보였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희망하던 소비조합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바라던 소비조합이 되어 하루는 뚝섬 거리를 걷고 있는데
차가 경적을 울리며 길이 한산한데도 가질 않아 돌아보니
차안에 계신 하나님께서 제가 있는 쪽을 향해 축복하고 계셔
소비조합들에게 항상 축복해주신다는 말씀을 되새기며 깊이 감사

신앙촌 간장을 머리에 이고 서울 뚝섬으로 처음 장사를 나갔습니다. 저는 수줍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말을 꺼내기가 무척 어려웠는데, 사람들이 먼저 신앙촌 물건을 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신앙촌 간장이 맛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그 자리에서 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신앙촌 물건을 반가워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장사를 하는 것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간장을 이고 카스텔라를 손에 들고 나가면 그렇게 든든하고 힘이 날 수가 없었고, 먼 거리를 걸어 다녀도 피곤한 것 하나 없이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붐비는 버스 안에서 속으로 조용히 찬송가를 부를 때면 제 마음은 기쁨과 평안이 가득했습니다. 아무리 큰 부잣집에 가도, 그 집보다 신앙촌 보따리가 더 소중하고 귀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는 하나님께서 소비조합들을 안찰해 주신다고 하여 저도 안찰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나님 손이 배에 닿는 순간, 어찌나 아픈지 배 속에 있는 것이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제가 지은 죄를 지적하시면서 “시기, 질투, 고집, 이 죄를 다 빼야 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안찰을 받고 돌아올 때는 온몸이 정말 가벼워서 땅을 딛고 걷는 것이 아니라 훌훌 날아가는 것만 같았고, 그 시원한 느낌은 무어라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죄를 소멸해 주시는 하나님 은혜에 감사하고 감격한 마음으로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는 기도를 계속 드렸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소비조합들을 자주 불러서 안수와 안찰을 해 주셨고 말씀도 해 주셨습니다. 하나님을 믿고 나가면 길이 열리게 된다고 하시면서, 고객들을 만나기 전에 먼저 기도할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단지 물건을 팔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겸손하게 대하며 은혜가 담긴 제품을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 말씀을 기억하면서 제 마음과 몸가짐을 돌아보고 정성껏 사람들을 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장사를 다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뚝섬 거리를 걷고 있을 때 제 뒤에서 “빵, 빵~” 하며 경적 소리가 울렸습니다. 거리에 차가 별로 없어서 ‘저 차가 옆으로 가겠지.’ 하며 걸어갔는데, 차가 가지 않고 또 “빵, 빵~” 하며 경적을 울렸습니다. 그래서 뒤를 돌아봤더니 하나님께서 타신 차가 제 뒤에 있는 것이었습니다. 뒷좌석에 앉으신 하나님께서는 제가 있는 쪽을 향해 ‘쉭! 쉭!’ 하시며 축복을 하고 계셨습니다. 순간 들고 있는 물건의 무게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온몸이 가뿐해졌습니다. 하나님께서 소비조합들에게 항상 축복해 주신다고 하셨던 말씀이 마음 깊이 새겨지며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저는 장사를 다니면서 외아들인 경섭이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틈틈이 기도드리며 하나님 은혜 안에서 바르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랐습니다. 아들이 제단에 열심히 다니면서 스스로 학교생활에 충실한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께 늘 감사를 드렸습니다.
소사신앙촌에서 소비조합 활동을 하는 분 중에는 김난임 집사님이라는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그분은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셨고, 그 집에 가면 제 손을 꼭 쥐며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작게나마 소비조합을 하면서 기쁘고 부지런하게 사시는 분이었습니다.
그러던 1972년경, 하루는 도매소에 갔다가 김난임 집사님이 앙고라 담요를 사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불과 몇 시간 후에 도매소에 광고가 나오기를, 소사 삼거리에서 김난임 할머니가 기차 사고를 당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소비조합 몇 명과 함께 그곳으로 달려갔더니, 기찻길 옆에 할머니가 숨진 채로 누워 있었습니다.
경찰들이 김 집사님의 신원을 조회해 보니 혈육이 아무도 없다면서 시신을 모시고 가라고 했습니다. 저는 장례반 집사님과 함께 시신을 차에 모시고 돌아오면서, 할머니가 마지막 가시는 길에 정성을 다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상주가 되어 장례를 치르겠다고 하자, 장례반 집사님도 자기 부모님처럼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시신을 모실 관과 수의 등 필요한 물건을 모두 구입해 갔더니, 김 집사님 집에 소비조합 총무님과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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