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종교 탐구 <37> 음란에 관한 종교의 가르침에 대하여-①

세계 종교 탐구 <37>
발행일 발행호수 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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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욕이란 성적 행위에 대한 욕망으로, 종족 보존을 위한 동물의 본능이기도 하다. 하지만 성적으로 문란한 것은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비도덕적인 것으로 여긴다. 특히 종교에서는 세속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금욕과 정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전 세계적으로 종교인들의 성범죄 소식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양에 비해 비교적 보수적인 우리나라만 해도 최근 10년간 종교인 흉악범죄의 90% 이상이 성범죄였으며, 성범죄로 검거된 전문직 직업군 1~2위가 ‘종교인(목회자, 신부, 스님)’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에는 다수의 미성년자가 포함돼 있었다.

지난 2019년, 가톨릭 사제들의 미성년자 성학대가 논란이 되자 가톨릭의 수장인 교황 프란치스코는 성학대 사제들을 “악마의 도구들(tools of Satan)”이라고 표현하며 “이 같은 성적 유린 행위는 악마의 손으로 저질러진 것”, “이는 교회의 도덕적 권위와 윤리적 신뢰까지 저버리는 행위”라고 얘기한 바 있다. 그의 말마따나 종교인은 일반인보다 높은 도덕성과 신뢰가 기대되어야 하는데, 왜 종교에서 악마의 짓이 성행하는 것일까? 이번『세계 종교 탐구』에서는 음란과 성행위에 대한 종교의 가르침에 대해 검토해 볼 것이다.

◆ 종교의 역사는 성행위와 함께 해왔다

260만 년 ~ 1만 2천 년 전 인류의 평균수명은 25세 전후 정도로 매우 짧았다. 다산(多産)은 종족 번성에 있어 중요한 요소였고, 생명을 탄생시키는 남녀의 생식 능력은 신비롭고 신성한 것으로 여겨졌다. 이에 인류는 성행위나 성기 숭배 등을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종교적 제의로 발전시켜 나갔다. 이 같은 현상은 세계의 원시 종교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고대 수메르에서는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의식으로써 성행위를 했다. 수메르의 왕과 여사제가 각각 풍요의 신과 다산의 여신 역할을 맡아 신들의 결합을 재연하는 것으로, 의식이 절정에 달하면 연단 위의 침대에서 성행위를 해 보였다. 군중들은 그 모습을 보고 황홀경에 빠져 소리를 질러댔고, 곧 춤, 음악, 마약, 집단적인 성행위를 즐기며 광란의 축제에 빠져들었다. 고대 유대교에서도 이와 비슷한 제의가 있었는데, 이는 유대교의 제례일에 행해졌다. 수많은 군중 앞에서 미모의 창부가 헐벗은 상태로 춤을 추었고, 클라이맥스에는 골격이 장대한 미남 노예를 불러들여 침상에서 성교를 해 보였다. 사람들은 이에 흥분하여 야단법석을 떨며 제례의 서막을 열었다.

성행위는 비를 기원하는 제의에서도 사용되었다. 아브라함이 살았던 수메르 문명 말기의 가나안 사람들은 풍년을 위해 기우제를 많이 올렸다. 당시 사람들은 하늘에 사는 여신이 성적으로 흥분해 땀을 흘리면 그것이 비가 된다고 생각했고, 신의 성적 흥분을 돕기 위해 신전에서 인간이 성행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신전 제례에 참가하는 사람은 여사제와 사통하는 의식을 치러야 했다. 이러한 의례는 격렬한 엑스터시(황홀경)를 동반하는 축제로 공공연한 난교의 장이었다.

<자료1> 인도 카주라호 사원의 벽면 장식
인도 카주라호 사원 벽면에 장식된 남녀 교합 조각상은 풍성한 생산, 다산을 추구하는 상징이라고 한다. (출처: 어도비 스톡)

<자료2> 탄트라 불교의 ‘환희불’
최상의 붓다인 ‘바즈라 다라’가 지혜의 배우자 ‘샥티’와 교합하는 모습. 성교를 수행법의 하나로 여긴다. (출처: 위키피디아)

인도 북부 카주라호의 사원 벽면은 수많은 조각상들로 장식되어 있는데, 그중 약 10% 정도는 아주 분명한 남녀 교합 장면이다.<자료1> 남녀의 일대일 교합뿐 아니라 그룹섹스와 요가 자세 행위, 심지어 동물과의 행위 등 상상 가능한 온갖 성행위가 묘사되어 있다. 부부간에 섹스를 잘해서 자식을 낳는 것은 힌두교의 네 가지 삶의 목표 중 하나이며, 이러한 남녀교합상은 풍성한 생산, 다산을 추구하는 상징이라고 한다. 힌두교와 불교의 일부 종파에서는 마이투나(maithuna, ‘성적 결합’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를 순간적인 쾌락만을 주는 일반적인 성행위와 달리 깨달음과 영원한 행복을 얻는 기술로 여긴다고 한다. 성행위라는 수련을 통해 쾌락과 욕망을 해탈로 승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자료2>

성행위는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를 넘어 신들을 기리는 일반적인 종교의식의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다. 세흐메트 여신을 기리는 고대 이집트의 ‘만취 축제’, 아프로디테 여신을 기리는 그리스의 ‘아프로디테 축제’, 디오니소스 신을 기리는 ‘디오니소스 축제’ 등에서 신자들은 집단 성행위를 하였다. 술과 마약을 동반한 집단 난교는 사람들을 신을 영접한 듯한 황홀경 상태로 이끌었다.

지금까지 소개된 여러 종교의식에는 혼외 성관계를 포함한 집단 난교들이 행해졌다. 하지만 종교라는 옷을 덧입히자 성스러운 의식이 되었고, 덕분에 신자들은 성스러운 행위를 하며 수치와 죄의식을 갖지 않게 되었다. 그렇다면 현대보다 다산의 가치가 높고, 종교적으로 성행위를 신성하게 여겼던 과거에는 성적 문란을 죄로 여기지 않았던 것일까?

◆과거에는 음란이 죄라는 인식이 없었는가

인간의 성욕은 생물학적 종족 번식 목적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 인간은 쾌락을 위해 성행위를 즐기는 거의 유일한 동물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성행위는 타인의 인권과 존엄을 해치고, 사회를 무질서하게 만든다. 이에 분별없는 성행위에 대한 금기는 시대와 장소에 상관없이 인간이라면 마땅히 지켜야 하는 보편 윤리로서 그 지위를 공고히 해왔다.

특히 강간과 간통, 근친상간 등은 사형에 준하는 처벌을 받았다. 예를 들어 4100년 전 기록된 우르남무 법전에는 “처녀인 젊은이의 아내를 다른 사람이 힘을 행사하여 강간했을 경우 그 사람을 죽일 것이다.”, “젊은이의 아내가 그녀의 뜻으로 다른 사람을 쫓아가 그가 그녀와 같이 잤을 경우에, 그 여자를 죽일 것이다.”라는 강간과 간통에 대한 조항이 있었고, 3760년 전 기록된 함무라비 법전에는 강간, 간통을 비롯해 “사람이 자기 아버지의 사후에 자기 어머니의 품에 누웠으면, 그 두 사람을 화형에 처한다.”와 같은 근친상간에 대한 조항도 추가되었다. 3650년 전 기록된 히타이트 법전에는 짐승을 상대로 성교하는 수간까지 조항에 포함 시켰다.<자료3> “만일 양과 더불어 죄를 짓는다면 그것은 죽음에 해당하는 죄로 죽음을 당할 것이다.”, “만일 돼지로 죄를 짓는다면 그는 죽을 것이다.”와 같은 조항이다.

<자료3> 수간을 금지하는 법조문이 적혀 있는 히타이트 석판
3650년 전 기록된 히타이트 법전에는 짐승을 상대로 성교하는 수간을 금하고 있다. (출처: en-academic.com)

<자료4> 성범죄 처벌 기록이 있는 이집트 파피루스 문서
3200년 전 기록된 이 문서에는 당시 권력이 매우 강했던 한 남성이 여성 여러 명을 성폭행했으며, 이 일로 법적 처벌을 받았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출처: 영국 국립 박물관)

3200년 전 기록된 이집트의 파피루스 문서에도 당시 권력이 매우 강했던 한 남성이 여성 여러 명을 성폭행했으며, 이 일로 법적 처벌을 받았다는 기록이 발견되었다.<자료4> 영국 리버풀대학교 이집트학과 교수인 로랜드 엔마치는 “고대 이집트인들은 간통죄를 도덕적으로 비난받기 쉬운 것으로 간주했다”고 얘기했다.

이처럼 성적 문란은 세속법 수준에서도 죄로 다스려 왔다. 일반적으로 종교는 세속보다 더 높은 도덕성과 분별력을 갖추고 선의 기준을 제시해야 할 단체로 인식되는 만큼 현존하는 종교의 교리에는 대부분 금욕이 포함되어 있다. 금욕을 주장하는 종교들은 실제로 금욕적인 삶을 살고 있을까?

◆ 금욕을 주장하지만 성범죄를 저지른다

세계 5대 종교인 힌두교, 불교, 이슬람교, 기독교, 유대교를 포함해 현존하는 대부분의 종교에는 교리에 성적 금욕이 포함되어 있으며, 최소한 혼외 성관계는 금지하고 있다.

힌두교는 섹스하는 기술이 상세히 설명된 경전이 있을 정도로 성관계와 출산을 장려하는 종교이지만, 혼외 성관계는 금지한다. 불교에서 성욕은 깨달음의 길에 방해가 되는 불편한 본능임과 동시에 극복의 대상으로 여긴다. 이에 출가자들은 수행을 위해 독신 생활을 한다. 아브라함계 종교인 이슬람, 기독교, 유대교에서는 혼외 성관계를 죄악시한다. 그들의 공통 경전인 구약 성경의 신은 누구든지 남의 아내와 간통하면 간음한 남녀를 둘 다 죽이라(레위기 20장 10절)고 명하고 성적으로 방탕했던 도시들을 멸망시키는 모습도 보여준다. 신약 성경에서 예수 다음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인 바울은 음란에 빠지지 않기 위해 배우자를 두라(고린도전서 7장 2절)고 조언했다. 가톨릭교회의 경우 사제와 수녀들은 결혼을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 기록과 전 세계 언론 보도, 인권 단체 등 각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일반 신자에서부터 고위 사제와 종교 수장까지 종교인들의 성범죄 사실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의 대부분이 힌두교 신자인 인도는 ‘강간의 나라’라는 오명을 가진 나라다. 인도 국가범죄기록국(NCRB) 통계에 의하면 인도에서 한 해 3만 2천여 건, 하루 평균 88건 성폭행 신고가 접수됐다고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도의 보수적인 문화를 고려할 때 신고되지 않은 범죄가 훨씬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실종된 여성과 소녀들이 13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자료5> 파키스탄 이슬람 학교에서 일어난 성학대 사건과 은폐를 다룬 기사
(출처: DW)

국민의 대부분이 이슬람 신자인 파키스탄에서 이슬람 성직자들의 성폭행 사건들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슬람 교육기관 마드라사의 학생이 이슬람 성직자에게 1년 넘게 성폭행당했으며,<자료5> 같은 해, 또 다른 성직자의 아동 성학대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2017년에는 파카파탄 지역에서도 9세 소년이 성직자에게 성폭행당했으며, 2018년에는 라호르 지역의 미성년자가, 2019년에는 물탄 지역의 13세 장애인 소녀가 성직자에게 성폭행당했다. 많은 사람들이 성직자들에게 책임을 물었지만 그들은 자신의 잘못을 강력히 부인했다. 파키스탄의 비평가들은 성직자들이 주로 취약한 아동을 표적 삼고, 자신들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그들의 종교적 지위와 정치권력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불교, 유대교, 그리스도교에서도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그루밍 성범죄, 위력에 의한 성범죄 등의 사례들이 주로 보고되고 있다. 불교계에서 일어난 성범죄 사례들은 다음과 같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60대 승려가 입양한 10대 동자승을 수년간 성폭행한 사건, 고위 승려가 신입 직원을 성추행하고도 승진한 사건, 고위 승려가 모텔과 유흥업소에 방문해 신자들을 성추행한 사건 등이 있었다.

<자료6> 초정통파 유대인이 성학대로 고소당하자 자살한 사건을 다룬 기사
(출처: Forward)

유대교 중에서도 현대 문명과 세속적인 삶을 거부하고 유대 율법대로 엄격한 종교 생활을 하는 초정통파 유대교를 하레디라고 한다. 2021년, 하레디의 간판 스타급인 한 랍비가 치료를 위해 찾아온 22명의 여성과 어린 여자아이들을 상대로 성폭행을 한 것이 드러났다.<자료6> 조사가 시작되자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각에선 그를 두둔하고 몇몇 지도급 랍비들은 그가 공개 망신을 당했다며, 성폭행 의혹을 제기한 이들을 비난하는 듯한 주장을 했다고 한다.

<자료7> 영국 성당의 봉쇄 섹스파티 사실이 폭로되자 바티칸이 자체 조사하겠다는 기사
(출처: 더타임즈)

개신교와 가톨릭교회의 성범죄 사실도 전 세계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자신의 범죄행위가 음란이 아니라 영적 체험이나 신앙생활의 일환인 것처럼 속여 종교적 신념을 악용해 범행을 저지른다. 성직자를 신뢰한 신자들의 상담 내용이나 고해성사를 통해 얻은 정보를 약점으로 삼아 협박하는 사례, 죄를 씻어주겠다며 성적 접촉을 하는 사례, 자신이 가진 사회적 권위와 신뢰, 영적 권위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무력화시키는 사례 등이 보고되고 있다. 가톨릭의 경우 교황청 건물에서 마약, 동성애, 섹스파티를 하다 적발된 사례, 영국의 대성당에서 봉쇄 섹스파티를 하다 적발된 사례,<자료7> 폴란드 교구 소속 건물에서 남성 매춘부가 의식을 잃을 정도로 통제불능 마약 섹스파티를 하다 적발된 사례 등이 알려져 있다. 또한 역사적으로 계속되었던 역대 교황들과 가톨릭교회의 강간, 혼음, 근친상간, 매춘, 사생아 문제 등의 성적 부패상은 관련 서적이나 방송 등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금욕의 교리가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왜 종교에선 이러한 성범죄들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일까? 지금부터는 음란에 대한 그들의 가르침을 검토해 볼 것이다.

세계 종교 탐구 음란에 관한 종교의 가르침에 대하여-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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