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종교 탐구 <24> 종교와 매춘의 공생관계에 대하여

세계 종교 탐구 <24>
발행일 발행호수 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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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1>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2만 4천년 전, 구석기 시대 만들어진 여성 조각상. 태고의 이상적인 여성상을 나타내어 ‘비너스’라는 별명이 붙었다. 풍만한 모습의 여성은 생식과 출산, 다산의 상징으로 주술적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출처: 빈 자연사 박물관)

매춘은 돈이나 어떤 대가를 약속받고 남에게 몸을 파는 행위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회악으로 규정하며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금지가 무색하게도 매춘은 여전히 사회 한쪽에서 버젓이 성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매춘은 인류 문명의 역사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지녔지만, 역사상 단 한 번도 근절된 적이 없었다. 그것은 흔히 성욕이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이라 얘기하지만, 매춘이 수천년간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할 수 있는 데는 매춘과 공생했던 조력 세력이 있었다. 그 세력은 다름 아닌 종교다. 종교와 매춘은 공생했다. 이들은 어떤 공생관계를 형성했던 것일까? 이번『세계 종교 탐구』에서는 수천 년간 유지해 온 종교와 매춘의 공생관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 종교적 제의(祭儀)가 매춘의 기원이 되다

지금과 같은 생물학적 지식이 없던 선사시대 인류에게 있어 성교·임신·출산의 생리적 메커니즘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신비스러운 과정이었다. 출산은 오로지 여자만 할 수 있었고, 생명이 탄생하는 자연의 신비에 대해 경외감을 가지게 된 인류는 그 힘을 여신의 형태로 개념화했다.<자료1> 그리고 성행위는 신성한 의식으로서 여신을 찬양하고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종교적 제의가 된다.

기록으로 남겨진 최초의 매춘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신전에서 이루어졌다. 서기전 4500년경, 메소포타미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신전에는 순례객과 여행자들이 모여들었다.<자료2> 신전에서는 먼 곳에서 찾아와 피곤한 이들에게 마음과 육체의 평안을 제공하고자 했고, 여사제들은 그들을 성적으로 환대했다. 순례객과 여행자들이 밀려오기 시작하자 신전에서는 이들을 위한 전문 접대부를 두게 되었고, 이것이 매춘의 시작이 되었다. 신전에서 몸을 바치는 것은 신성한 행위라 믿은 여성들은 기꺼이 몸을 바쳤다. 게다가 순례객들이 바친 공물들은 신전의 유지를 위해 불가결한 재원이 되었기에, 신전 매춘은 고대 종교에서 중요한 의식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자료2> 메소포타미아 신전으로 몰려드는 사람들
(출처: https://historienet.no/samfunn/religionshistorie/de-forste-jodene)

역대 이집트의 파라오들은 자신의 딸들을 신전 매춘부로 바쳐 모범을 보였다. 특히 제4 왕조 쿠프왕은 자신의 딸들에게 매춘을 하게 해 그 대가를 피라미드 건축비에 충당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신전매춘 풍습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이집트를 비롯해 그리스, 인도, 바빌로니아, 가나안 등에 전해져 성행하게 된다.

하지만 문명의 발달로 매춘이 반인륜적이란 윤리의식이 생겨나며 신전매춘은 4세기경까지 성행하다 점차 사라지고 상업적 매춘으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그 후 중세 교회에서도 신전 매춘이 존재했다. 중세 프랑스의 아비뇽에는 교회 속에 매음굴이 있었는데, 그곳의 여성들은 약간의 시간을 기도하고 종교적인 일을 하는 데 썼고, 나머지 시간은 고객들에게 서비스했다. 그들은 모든 순례객과 여행자를 맞이했던 고대와 달리 오직 그리스도교인들만 고객으로 맞이했다. 이 아비뇽 모델에 깊은 인상을 받은 가톨릭 교황 율리우스 2세는 16세기 초 로마에도 이와 비슷한 매음굴을 설치했고, 그 수익은 교회 재정으로 썼다.

▣ 종교적 제의로서 집단 성행위를 하다

<자료3> 이난나와 두무지의 신성한 결혼
(출처: arkeonews)

고대 수메르의 왕들은 매 신년 축제 기간 중 열흘째 날 밤, 여러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여대제사장과 풍요를 기원하는 “신성한 결혼” 제의를 거행했다. 성혼식에서 왕은 양치기와 풍요의 신인 두무지 역을, 여대제사장은 다산과 풍요, 사랑과 미와 금성의 여신 이난나 역할로 두 신의 결합을 재연한다.<자료3> 의식이 절정에 달하면 여사제와 왕은 연단에 놓여 있는 침대에서 향을 피운 채 사랑을 나누었고,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황홀경에 빠져 소리를 질러댔다. 그 후에는 방탕한 광란의 카니발이 이어졌다. 쾌락을 제공하는 여신의 능력에 사로잡힌 군중은 게임, 잔치, 춤, 음악, 마약, 집단적인 성행위를 즐기며 광란의 축제에 빠져들었다. 수메르의 이러한 여신 축제는 후대에 발생한 다른 종교에도 전파되었다.

이난나 여신은 그리스에 전파되어 아프로디테라는 이름의 여신으로 숭배되었다. 아프로디테 숭배 의식 중 가장 참석자가 많고 인기 있었던 숭배 의식은 봄철에 거행되던 아프로디시아(aphrodisia)라는 축제였다.<자료4> 이 축제에서 아프로디테 역을 맡은 여성은 옷을 벗고 물속에 들어가는데, 이는 아프로디테 여신의 능력을 불러내 땅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리고 숭배자들이 행렬을 지어 아프로디테 신전에 이르러 향을 피우고 사과를 바치고 나면 철야 축제가 시작되었다. 이 자리에서 사람들은 흥청거리며 포도주를 마시고, 마약을 복용하고, 음란한 춤을 추고, 하프와 피리를 연주하고 마지막으로 난잡한 성행위를 즐겼다. 아프로디테가 선택한 사람들인 신전의 창기들은 그날 밤 돈을 받고 사람들과 대대적인 사랑의 행각을 벌였다.

<자료4> 난잡한 성행위를 즐겼던 아프로디테 축제 ‘아프로디시아’ (출처: 빈 미술사 박물관)

고대 이집트인들도 여신을 기리는 종교 의식을 빙자하여 집단으로 혼음을 즐겼다. 서기전 1470년경 룩소르의 무트 신전에서는 해마다 섹스와 마약을 동반한 ‘만취 축제’가 열렸다. 이 축제는 사회 구성원들이 모여서 술에 취하는 행사로, 환각 상태가 되거나 걷지 못할 정도로 크게 취할 정도까지 마시는 것이었으며, 이 행사의 명분은 단순히 쾌락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류의 구원’에 있었다고 한다. 그 근거는 피에 굶주려 인간을 잡아먹던 여신 세흐메트가 태양신 레의 속임수로 피 대신 엄청난 양의 맥주를 마신 후 온화한 하토르 여신으로 거듭나 인류가 구원을 받았다는 이집트의 전설에 의한 것이었다.

고대 유대교에서도 수메르의 성혼식과 유사한 종교 제의가 있었다. 고대 유대교의 제례일에는 미모의 창부가 높은 누각의 제단 위에 설치된 무대에서 나체가 그대로 비치는 투명한 엷은 천을 몸에 감고 있다가, 천을 벗고 군중의 면전에서 치부를 드러내며 춤을 추었다. 그리고 골격이 장대한 미남 노예를 불러들여 침상에서 성교를 해 보였고, 군중들은 이 클라이맥스에 흥분하여 야단법석을 떨면서 제례의 서막을 열었다.

초기 그리스도교의 종교 의례도 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매춘이 하나의 종교적 의례가 되었고, 나체로 예배를 드리고, 기도와 함께 난교를 벌여 사람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당시 신흥 종교였던 그리스도교는 기존 종교와 크게 구별되지 않는다면 미래가 보장될 수 없었고, 이 같은 자각은 그리스도교에서 순결이나 금욕같은 주장이 나오게된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그러나 그런 주장과는 달리 그들의 난교 파티는 계속되었다.

<자료5> 바티칸 성직자들의 성 생활을 폭로한 책
바티칸의 추기경과 관리들 다수가 매춘부를 고용하고, 마약 섹스 파티를 열고, 교회 돈으로 그 비용을 지불한다고 폭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3월《바티칸의 불편한 진실: 권력·동성애·위선》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서가 출간되었다. (출처: 아마존)

예를 들면 1501년, 가톨릭 교황 알렉산데르 6세는 섹스 파티를 주최했는데, 이 잔치에서는 50명의 소녀들이 알몸으로 춤을 추면서 손님들을 접대하였으며 가장 많이 교접한 남자에게는 상을 주었다. 2017년에는 바티칸 교황청 신앙교리성 소유 아파트에서 마약에 취한 채 동성애 난교 파티를 지속적으로 벌여오다 발각되는 사건이 있었고, 2019년 미국에서는 바티칸의 추기경과 관리들 다수가 매춘부를 고용하고, 마약 섹스 파티를 열고, 교회 돈으로 그 비용을 지불한다는 폭로가 담긴 책이 출판되었으며,<자료5> 2021년 이탈리아에서는 가톨릭 사제가 마약과 동성애 섹스 파티용으로 교회 기금을 훔치고 강간 약물을 수입한 사건이 있었다.

▣ 매춘으로 독신을 유지하다

그리스도교의 신학자들은 매춘을 ‘필요악’이라 주장했다. 초기 그리스도교 신학의 체계를 만든 교부 아우구스티누스는 “매춘부를 세상에서 제거해 버린다면 사람들은 모든 것을 색정으로 더럽힐 것이다. 만일 매춘부를 정숙한 일반인들 사이에 풀어 놓게 되면 사람들은 치욕과 수치스러움을 느끼게 될 것”이라 했으며,<자료6> 중세 그리스도교 신학을 집대성한 토마스 아퀴나스는 “도시의 매춘은 왕궁의 하수구와 같다. 하수구를 없애버린다면 왕궁은 오물로 가득찰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매춘을 추방하면 세상은 남색(男色), 수간(獸姦)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죄업으로 넘쳐 흐를 것이다.”라고 했다.<자료7> 간음과 다름없는 매춘을 정화의 수단쯤으로 취급한 것이다.

<자료6> 교부 아우구스티누스
초기 그리스도교 신학의 체계를 만든 교부 아우구스티누스는 “매춘부를 세상에서 제거해 버린다면 사람들은 모든 것을 색정으로 더럽힐 것이다.”라며 매춘이 ‘필요악’이라 주장했다. (출처: 위키피디아)
<자료7>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
중세 그리스도교 신학을 집대성한 토마스 아퀴나스는 “도시의 매춘은 왕궁의 하수구와 같다. 하수구를 없애버린다면 왕궁은 오물로 가득찰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매춘을 추방하면 세상은 남색(男色), 수간(獸姦)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죄업으로 넘쳐 흐를 것이다.”라고 했으며, 미혼 남자의 성욕을 매춘부를 통해 채울 수 있다고 교리적으로 허용했다.(출처: 위키피디아)

매춘은 수도사들의 독신 생활도 지켜주는 훌륭한 수단이었다. 매춘을 하수구에 비유했던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미혼 남자의 성욕을 매춘부를 통해 채울 수 있다고 교리적으로 허용했다. 즉, 결혼을 할 수 없으니 매춘으로 성욕을 해결하라는 것. 그는 다만 경건해야 할 주일과 축일, 40일간의 고난주간은 피하라고 권고했다.

토마스 아퀴나스가 해석해준 이 너그러운 교리는 교황들도 환영했다. 교황 식스투스 4세는 로마에 공식 매춘장소인 ‘여성의 집’을 열었고,<자료8> 여성의 집은 공적인 환락의 장소가 되었다. 원래 수도자는 ‘여성의 집’에 출입할 수 없었는데, 은밀한 출입으로 여성의 집 수입의 약 20퍼센트는 수도자에서 나왔다고 한다.

교황 알렉산데르 6세는 호색이 심해 르네상스 시대 교황들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는 교황이다.<자료9> 알렉산데르 6세는 자신의 혈기를 주체하지 않았다. 그가 여러 여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사생아는 16명 이상으로 추정되며, 자신의 혈육으로 공식 인정한 사생아만 8명이었다. 그는 아들과 함께 자신의 딸과 번갈아 근친상간하기도 했다. 문란했던 그는 성병인 매독에 걸려 죽게 된다. 15세기 유럽에는 매독이 무서운 속도로 번지기 시작했는데, 몇몇 추기경과 대주교 그리고 교황 알렉산데르 6세까지 매독에 걸리자, 당시 사람들은 성수가 매독을 옮긴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다른 교황들, 여성의 집을 만든 식스투스 4세와 로마에 매음굴을 만든 율리우스 2세, 그 외 레오 10세도 매독으로 사망했다.

<자료8> 교황 식스투스 4세
교황 식스투스 4세는 로마에 공식 매춘장소인 ‘여성의 집’을 열었다. 원래 수도자는 ‘여성의 집’에 출입할 수 없었는데, 은밀한 출입으로 여성의 집 수입의 약 20퍼센트는 수도자에서 나왔다고 한다. 시스투스 4세는 성병인 매독으로 사망했다. (출처: 위키피디아)
<자료9> 교황 알렉산데르 6세
교황 알렉산데르 6세는 섹스파티를 열고 아들과 함께 딸을 근친상간 하는 등 호색이 심한 것으로 알려진 교황이다. 그에게는 16명 이상의 사생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인정한 사생아만 8명이었다. 문란했던 그는 성병인 매독에 걸려 죽게 된다. 교황을 비롯한 성직자들이 계속 죽어나가자, 당시 사람들은 성수가 매독을 옮긴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출처: 위키피디아)
<자료10> 교황 요한 12세
교황 요한 12세는 교황청을 매음굴로 만든 인물이다. 그는 생전 교회 물건 절도, 성직매매, 위증, 살인, 간음, 근친상간 등으로 고소되었고, 간음을 저지르다 마비에 걸려 죽었다. 자기의 전 생애를 간통에 소비했다는 기록도 있다. (출처: 영국 국립 박물관)

교황 요한 12세는 일찍이 교황청을 매음굴로 만든 인물이다.<자료10> 가톨릭 백과사전에서는 그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그는 더러우며 부도덕한 사람으로 그 생애가 너무 문란했기 때문에 로마 교황청이 창녀촌이 되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 요한은 교회 물건 절도, 성직매매, 위증, 살인, 간음, 근친상간 등으로 고소되었고 (…) 간음을 저지르다 마비에 걸려 8일 후 죽었다.” 교황들의 생애를 수록한 책인 『리베르 폰티피칼리스(Lliber Pontificalis)』에서는 그가 “자기의 전 생애를 간통에 소비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리스도교의 4대 교부 중 한 명인 히에로니무스는 매춘부를 “많은 남자들의 쾌락에 도움이 되는 여자”라고 말했다. 매춘부들은 종교인들의 성욕을 해소해 주었고,<자료11> 독신의 수도사들은 엄청난 수의 사생아를 산란하듯 쏟아냈다. 결국 넘쳐나는 매춘과 사생아로 인해 중세 말기 유럽의 공중도덕은 완전히 붕괴되었다.

<자료11> 매춘부들은 종교인들의 성욕을 해소해주었다.
(출처: 위키미디어, https://tofujoe.com/2020/11/27/monks-gone-wild/, https://www.knyghtlyarmes.com/index.php/menu-decameron-day03)

▣ 매춘을 허용하여 교회 재정을 충당하다

중세 교회가 매춘이 지속되기를 바란 데는 뚜렷하고 실용적인 이유가 있었다. 매춘을 이용하면 상당한 수입을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축재를 위해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매춘부들의 돈을 우려냈다. 수익 창출 방법은 다양했다. 윤락업소를 직접 운영해 세를 거둬들이기도, 매춘을 단속하여 세를 거둬들이기도, 매춘부에게 직접 헌금을 받기도 했다.

교회는 성 산업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며 자신들이 소유한 윤락업소에서 고액의 임대료를 거둬들였다. 교회 소유의 윤락업소는 널리 성행했고, 심지어는 수녀와 창녀의 이중생활을 하는 윤락업소도 있었다. 당시 수도원을 향해
‘상반신은 성녀, 하반신은 매춘부’라는 속담이 생기기도 했다. 주교구 내의 많은 수녀원과 수도원은 물론 교황령의 자산 목록에도 윤락업소가 포함되어 있었다. 교황의 비서관들은 로마의 교황 소유 윤락업소에서 세를 거둬들였지만, 일부 교황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교황 클레멘스 2세는 자신의 업소에서 일하는 모든 매춘부에게 임종시 재산의 절반을 수녀원에 유증하도록 요구했다. 식스투스 4세는 매춘부 면허제와 직접 과세 시스템으로 세를 거둬들여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 건립에 사용했고, 여성의 집에서 조달한 자금은 터키와의 전쟁에 물 쓰듯 썼다. 교회는 세입을 훨씬 더 많이 늘리기 위해 고위 성직자들은 하위 성직자들이 윤락가를 방문할 때마다 벌금을 징수하는 정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중세의 대성당은 창녀와 고객들이 즐겨 찾던 장소였는데, 대성당에서 호객 행위를 하는 매춘부들을 붙잡아 소유물을 몰수하는 것으로도 상당한 수입을 거둬들였다.

또 매춘부들은 수입 중 상당 부분을 교회에 예물로 바쳤다. 그렇게 하지 않고 죽을 경우 그들은 천국도 지옥도 아닌 연옥에 오래 머물게 되며, 예물을 많이 바칠수록 죽어서 천국에 빨리 갈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독일의 역사가 에두아르트 푹스는 그 당시 교회에 대해 “교회는 세계적 조직을 가진 역사상 유례가 없는 가장 거대한 수탈단체”라 표현했다.

▣ 구원을 대가로 몸을 바치다

<자료12> 십자군을 따라다니는 매춘부
중세 초 십자군 원정에서 수천 명의 창녀가 그리스도교 군대와 함께 성지를 순례했다. (출처: 양태자,『중세의 뒷골목 풍경』, 도서출판 이랑, 2011, p.84 삽화)

중세 초 십자군 원정에서 수천 명의 창녀가 그리스도교 군대와 함께 성지를 순례했다.<자료12> 1189년에는 프랑스 십자군이 여성들을 모집하고 그들 없이는 항해하지 않겠다며 노골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 사건도 있었다. 12세기경 아랍의 연대기 작가인 아부 알 피다는 십자군 군대와 함께 성지를 찾은 창녀들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300명의 사랑스러운 프랑스 여성이 배를 타고 도착했다. 젊음과 아름다움이 넘치는 그들은 바다를 건너왔고 죄를 씻기 위해 자신들을 제물로 바쳤다. (…) 그들은 육체적 결합을 향한 열정으로 달아올라 있었다. 그들은 모두 음탕한 창녀들이었다. (…) 그들은 이것이 비할 바 없이 경건한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그녀들은 자신들의 몸을 바쳐 죄를 씻는 경건한 행위를 하는 것이라 생각한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인의 기준에서 매춘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생각은 난센스로 보이지만, 그렇게 교육받고 세뇌된 사람들은 실로 그렇게 믿을 수 있다. 죄를 씻고 구원을 얻는 것은 모든 종교인들의 궁극적인 소망이다. 그런데 위 사례와 같이 어떤 종교들은 기어코 그러한 소망을 이용하여 자신의 몸을 바치게 만든다.

지난 7월, 일본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총격으로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건은 통일교를 향한 증오 범죄였다. 범인은 자신의 가정을 파탄낸 원흉인 통일교의 現 교주를 죽이고 싶었으나 어려울 것 같아 아베 전 총리를 노리게 됐다고 진술했다. 아베 전 총리가 공식적으로 통일교 신자인 것은 아니었다. 그의 동생이나 가톨릭 신자인 그의 배우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아베 전 총리가 통일교 행사에 축하 영상을 보낸 것이 화근이 됐다. 영상을 본 범인은 아베가 통일교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확신한 것이다. 사건 후 실제로 아베를 비롯한 많은 일본 정치인들이 통일교와 연루된 것이 드러나며 일본 정치계에는 이른바 ‘통일교 게이트’가 열리게 되었다. 사건의 발단이 된 통일교는 그리스도교에 뿌리를 둔 신흥 종교로, 집단 혼음 사건이 드러나 논란이 됐던 종교이다. 그들에게 성관계는 죄를 정화하는 종교 의식이었다.<자료13>

<자료13> 통일교 관련 옛날 신문 만평
통일교는 그리스도교에 뿌리를 둔 신흥 종교로, 집단 혼음 사건이 드러나 논란이 된 종교이다. 당시 신문엔 “통일교회 지도자와 간음 행각”에 대한 만평이 실렸다. 만화 상단의 텍스트는 “우부 × 문교주 = 소위 음양 심판”, 하단의 텍스트는 사회희평(사회만평)이다. 우부는 어리석은 부인을 뜻하며, 음양은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암시한다. (출처: 六マリアの悲劇.com/1955-통일교-사교)

그것은 원죄론에서 비롯된다. 원죄론은 최초의 인간인 아담이 죄를 지었고 그 죄가 유전되어 후손들에게 전달되었고, 결국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죄가 있다는 이론이다. 그리스도교에선 아담의 오염된 정액이 유전된 것이며, 원죄를 해결하려면 자신들의 정통교단에서 태어나자마자 유아세례를 받아야 하고, 이후에 지은 죄는 고해성사를 통해 죄를 사함받을 수 있다고 가르친다. 그리고 통일교는 사탄에 오염된 아담의 피가 유전된 것이며, 피를 정화하려면 거룩한 피와 교환하여 ‘혈통 복귀’를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 복귀 의식의 방법이 성교였다. 재림 예수인 교주와 3회씩 성교하면 복귀가 된다는 것이었다. 복귀 받은 여인은 다른 남성 신도를 복귀시킬 수 있었고, 그 남성은 또 다른 여성 신도를 복귀시키는데, 이러한 섹스 릴레이를 통해 전 세계의 인간이 참부모 밑 하나의 가족처럼 되는 것이 통일교의 목표였다.

<자료14> 2013년 통일교 합동 결혼식 중 성수의식
통일교 합동 결혼식 중 부부들에게 성수를 뿌리는 의식이 있다. 결혼식 전에는 성스러운 포도주를 마셔 사탄의 혈통을 하나님의 혈통으로 전환한다는 성주식을 한다. (출처: 뉴스1 유튜브 캡처)

신도들은 구원을 대가로 교리에 따라 교주에게 자신의 몸을 바쳤고, 혼음도 하게 된다. 혼음 사실이 논란이 되자 통일교는 합동결혼식이란 방법도 고안해냈다.<자료14> 합동결혼식에선 결혼식을 올리기 전 성스러운 포도주를 마시는 성주식(聖酒式)을 하고, 결혼식 후 부부끼리 3일간 세 차례 성교하여 성적 타락을 복귀한다고 한다.

또 어떤 종교들은 죄를 씻고자 했던 신도들의 마음을 이용해 원치 않는 성교를 감내하게 만들기도 한다.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한 실화 다큐멘터리 ‘천사들의 증언’은 그러한 사례를 다루었다. 피해자는 어린시절 성폭행을 당해 순결을 빼앗긴 것에 죄책감을 느꼈고, 이를 털어놓기 위해 자신이 다니는 가톨릭 고등학교의 고해소에 들어간다. 그러나 그녀의 치부를 손에 넣게 된 가해 신부들은 그녀를 지속적으로 성폭행하며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너는 정말 나빴다. 네가 신께 용서받으려면 그 죄 많고 악한 짓들을 다 비워내고 성령을 채워야한다.”, “내가 하는 일은 신성한 것이다. 나의 정액은 성령이니 삼켜야 한다. 성령을 받아라.”, “예수께서 내 몸에 흐르는 성령을 네가 받길 원하신다.”<자료15>

<자료15> 키어 대주교 고등학교 전경과 그루밍 성범죄를 저지른 신부들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한 실화 다큐멘터리 ‘천사들의 증언’에는 신부들에게 성폭행당한 여학생의 증언이 나온다. 키어 고등학교라는 가톨릭 학교의 두 신부는 고해하러 온 여학생을 지속적으로 성폭행했다. 그들은 “너는 큰 죄인이고 나를 통해 죄를 씻을 수 있다. 신이 원하신다.”는 논리로 학생을 가스라이팅하며 그루밍 성범죄를 저지른다. 그루밍 성범죄는 보통 어린이나 청소년 등 미성년자를 정신적으로 길들인 뒤 이루어지는데, 피해자들은 피해 당시에는 자신이 성범죄의 대상이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가톨릭 교회의 성학대 사건 피해자는 대부분 만 3세 ~ 14세 사이의 어린이와 청소년이다. 대부분 성인이 되어서야 잘못됨을 깨닫고 뒤늦게 피해 사실을 깨닫는다. (출처: 넷플릭스)

너는 큰 죄인이고 본인을 통해 죄를 씻을 수 있다거나 신이 원하신다는 논리는 비단 이 사례뿐만 아니라 성폭행을 저지르는 성직자들이 주로 내세우는 대표적인 가스라이팅 수법이다. 이렇듯 종교는 권위를 이용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그루밍 성범죄를 일으키기 수월하다. 그루밍 성범죄는 보통 어린이나 청소년 등 미성년자를 정신적으로 길들인 뒤 이루어지는데, 피해자들은 피해 당시에는 자신이 성범죄의 대상이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가톨릭 교회의 성학대 사건 피해자는 대부분 만 3세 ~ 14세 사이의 어린이와 청소년이다. 대부분 성인이 되어서야 잘못됨을 깨닫고 뒤늦게 피해 사실을 알리게 되어, 수사가 어렵고 공소시효가 지나가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안타깝게도 전세계적으로 종교의 성범죄 사건은 매일같이 보도되고 있다. 종교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종교가 악을 물리치고 죄를 사하며 구원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주장이 사실인지는 어느 종교에서 이런 비극적 소식들이 들려오는지 지켜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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