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속적 도발 그냥 두고만 볼 것인가
홍관희/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한미동맹 더욱 견고히 강화해야
선의와 신뢰에 입각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비롯한
수많은 한·미 현안을
긍정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핵·미사일을 앞세운 북한의 군사 위협이 우리의 방어 수준을 넘어섰다. 핵무장은 이미 완성단계에 도달했고, 핵탄두 수가 내년에 100개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핵폭탄 운반 수단인 미사일 능력도 일취월장해 중·단거리는 물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SLBM(잠수발사탄도미사일)도 곧 확보할 전망이다. 여기에 회피기동과 자탄능력을 갖춘 다종의 신형미사일과 초대형방사포 등 김정은이 ‘우월한 전술적 무기체계’라고 자랑하는 4종 세트를 갖추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안보 현실과 너무 괴리된 인식을 갖고 있어 국민적 우려가 크다.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인정하지 않고 북한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태도가 국민 불안을 가중시킨다. 11월초 국회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북한의 ICBM 이동발사대 능력을 부정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문제는 며칠 후 미 전문가에 의해 판가름이 났다. 북한의 이동발사 능력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현재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한 유일한 대응책은 한·미 동맹과 한미연합방위체제이다. 그런데 정부는 말로는 한·미 동맹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론 동맹을 약화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테면 연합방위의 핵심인 전시작전권을 서둘러 환수하려 한다. 미국이 북한의 핵능력을 근거로 유예하려 하나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한미연합훈련도 잇달아 축소 또는 취소되고 있다. 미군 훈련이 축소·연기되면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방위태세에 족쇄를 채운 것이 9·19남북군사합의이다. 한미 군의 정찰과 훈련을 결정적으로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북한 김정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는 한편, ICBM 발사 가능성을 흘려 미국을 압박하는 이중전략을 구사한다. 핵보유를 인정받고 대북제재를 완화시키며 ‘체제안전보장’이라는 미명하에 한반도 평화협정과 미군철수를 획책하는 것이다. 이러한 위험한 미·북 직거래를 한국이 막아내야 하는데, 문 정부는 오히려 적극 독려하고 중재한다. 역대 한국 정부들이 미·북 빅딜을 막으려 심혈을 기울여 온 것과 너무 대조적이다.
한·미 동맹의 다른 한 축인 한·일 안보협력이 마비 수준에 이른 것이 또 하나의 안보위기 요인이다. GSOMIA(한일정보보호협정) 파기는 안보와 과거사 문제를 분리해야 함에도 이를 결부시키는 우를 범한 패착이다.
지금 동아시아 국제질서는 중·러가 군사적으로 연대하며 북한을 반미 전략의 전위로 앞세워 공세를 취하는 탓에 신(新)냉전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이에 대응해 미국이 ‘인도·태평양 연합’으로 맞서면서 한국은 이 틈바구니에서 외교노선을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중요한 전환점에 도달했다.
분명한 것은 권위주의 진영의 위성국가가 되어선 우리의 자유와 생명을 지킬 수 없고 오직 자유민주주의 진영에 가담해 이들과 힘을 합쳐 국가안보를 구축할 때 우리의 살길이 열린다는 점이다. 한·미 동맹을 더욱 견고히 강화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이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비롯한 수많은 한·미 현안을 선의와 신뢰에 입각해 긍정적으로 해결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안보·외교 및 대북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