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이 따뜻해질수록, 겨울은 더 추워진다
지구온난화가 불러온 ‘이상 한파’
미국은 인구 절반이 폭풍 영향권
올겨울 북반구 전역이 기록적인 추위와 눈 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1월 하순까지 최저기온이 영하 15도 안팎으로 떨어지는 강추위가 이어졌고, 미국과 유럽,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도 대규모 한파와 폭설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북극만큼 춥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이례적인 겨울 날씨는 지구온난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올겨울 인구 절반이 넘는 1억 8천만~1억 9천만 명 이상이 한파와 눈 폭풍의 영향권에 들었다. 폭설과 결빙, 극심한 한파가 겹치며 최소 11명이 숨졌고, 22개 주와 수도 워싱턴 DC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하루에만 항공편 1만 편 이상이 취소됐고, 주말 동안 1만 4천 편 넘는 항공편이 결항됐다. 정전 피해도 심각해 루이지애나·텍사스·테네시 등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100만 가구 이상이 전력을 공급받지 못했다. 북동부 지역에는 최대 60㎝의 폭설이 예보됐고, 폭풍이 지나간 뒤에도 강한 한파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시민들이 쏟아지는 눈 속에서 건널목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강력한 눈 폭풍이 미 남부에서 북동부로 이동하면서 폭설과 결빙으로 인한 대규모 정전 사태와 항공편 결항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이 같은 극단적 겨울 날씨의 핵심 원인으로는 ‘극소용돌이’와 ‘제트기류’의 변화가 지목된다. 매년 겨울 북극 상공에는 매우 차갑고 강한 공기 흐름인 극소용돌이가 형성된다. 또 북위 약 60도, 상공 10㎞ 부근에는 시속 약 400㎞로 빠르게 흐르는 제트기류가 형성되는데, 이는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로 내려오지 못하도록 붙잡아 두는 일종의 ‘방어선’ 역할을 한다.
극소용돌이가 강하고 안정적일 때는 제트기류가 고위도에 머물며 북극의 찬 공기가 극지방에 갇힌다. 그러나 극소용돌이가 약해지면 제트기류의 경계가 물결처럼 출렁이며 구불구불해지고, 이 틈을 타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로 쏟아져 내려오거나, 반대로 중위도의 따뜻한 공기가 북극으로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기온 급강하와 폭설, 눈 폭풍이 발생한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 북극 온난화가 있다고 설명한다. MIT 환경·지구·대기과학과 연구팀은 북극 기온 상승이 최근 10년간 미국에서 나타난 극단적인 겨울 날씨와 연관돼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노르웨이와 러시아 위에 있는 바렌츠해와 카라해의 해빙이 녹으면서, 바다가 대기로 더 많은 열을 방출했고, 이로 인해 북극이 빠르게 따뜻해졌다. 이 온난화가 극소용돌이를 약화시키고, 결국 북미와 중위도 지역의 강력한 한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연구에 참여한 MIT 연구진은 극소용돌이가 강한 원형을 유지하는 기간은 줄어들고, 약화되거나 쪼개지는 빈도는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북극의 찬 공기가 예전보다 더 자주, 더 깊숙이 남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겨울의 혹독한 추위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나타났다. 러시아 극동 캄차카반도에는 하루 만에 눈이 2m 가까이 쌓이며 비상사태가 선포됐고, 핀란드에서는 기온이 영하 37도까지 떨어졌다. 동아시아와 북미, 북유럽, 러시아 극동 지역은 지형적 특성상 제트기류가 자주 굴곡을 이루는 지역으로, 극소용돌이 약화의 영향을 특히 크게 받는 곳으로 꼽힌다.

러시아 캄차카 지역에서 구조대원들이 고립된 주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주택을 둘러싼 눈을 파내고 있다. (AFP=뉴스1)
전문가들은 앞으로 매년 같은 형태의 겨울이 반복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지구온난화가 지속될수록 날씨의 변동성이 커지고, 갑작스럽게 매우 춥거나 매우 더운 현상이 더 자주 나타날 가능성은 높다고 경고한다. 북극이 따뜻해질수록, 중위도의 겨울은 오히려 더 불안정하고 혹독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겨울은 지구 기후 변화가 우리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