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 생사 확인 및 교류 촉진을 위한 제언
남성욱 /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남북 양측 이산가족 문제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이상가족 상봉 정례화 등
근원적 대책 필요”
남북이 오는 8월 20~26일로 예정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한 이산가족 생사확인 의뢰서를 지난 7월 3일 교환했다. 이후 생사확인 회보서의 생존자 중 최종 상봉 대상자를 각각 100명씩 선정해 8월 4일 이산가족 상봉자 최종 명단을 교환하게 된다. 최종 상봉자로 선정된 이산가족들은 상봉 행사 하루 전날인 8월 19일 방북에 따르는 교육을 받은 후 이튿날 상봉 장소인 금강산으로 이동해 꿈에 그리던 혈육과 상봉하게 된다.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 정상은 ‘민족 분단으로 발생한 인도적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며 남북적십자회담을 개최해 이산가족·친척 상봉을 비롯한 제반 문제들을 협의 해결해나가기로 했다’고 합의했다.
3년 만에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남북 각각 100명씩의 이산가족 상봉은 상황의 시급성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숫자다. 상봉 대상자 선정을 위한 컴퓨터 추첨에서 탈락한 95세 노인의 눈물은 이산가족 상봉의 절박성을 상징한다.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이산가족은 2018년 5월 31일 현재 13만2124명이지만 고령화로 인해 사망자가 빠르게 늘어 현재 생존자는 5만6890명에 불과하다. 생존자는 90세 이상이 1만2391명(21.8%), 80~89세가 2만3569명(41.4%), 70~79세가 12,743(22.4%)로 70세 이상 고령자가 85.6%의 절대다수를 점한다.
지난 2000년 이후 20차례의 상봉이 있었다. 현재의 속도로 이산가족 상봉이 추진된다면 수십 년이 지난도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닌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향이 검토되어야 한다.
첫째, 이산가족 문제를 보다 철저하게 인도주의 관점에서 접근하여야 한다. 평화정착과 통일로 가는 길은 물질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사람 간의 만남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가상현실 프로그램(VR) 등을 활용한 화상 상봉 등 다양한 상봉 방식이 검토되어야 한다.
둘째, 남북 양측은 이산가족 문제의 시급성을 인식하여야 한다. 이산가족 1세대의 생존율이 급격히 하락하여 부모 자식, 형제간 상봉보다는 조카 등 친인척 차원으로 상봉의 수준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몇 년이 지나면 과거 보는 사람들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감격적 상봉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셋째, 이산가족 상봉은 북한으로서는 수작업에 의해 상봉 대상자를 발굴하고 장장 복장을 입혀 평양 고려호텔에서 상봉 전후 교육을 시켜야 하는 번거로운 작업일 수 있다. 특히 상봉 후 남한의 자본주의에 오염될까 철저하게 사후 교육을 시켜야 하는 평양 당국 입장에서는 과도한 에너지가 소요될 수 있을 것이다. 인도적인 북측의 노력에는 물질적인 보상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과거 동서독 통일 이전 단계에서 서독 정부의 지원을 받은 교회가 동독의 정치범을 송환받기 위해 현금을 지불했던 프라이카우푸(Frei-Kauf) 방식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우리정부는 미국의 미군 유해 찾기 노력과 일본이 납치 일본인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를 배워야 한다. 자국민을 보호하려는 미국 정부의 끈질긴 시도와 일본인 납치 문제를 북일 회담 의제로 제기하는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과 원칙은 참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