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세상은 간 곳 없고 구속한 주만 보이도다”

<신앙체험기 502회 덕소교회 홍순호 권사>
발행일 발행호수 2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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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소교회 / 홍순호 권사

1937년생으로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난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스무 살이 되던 해 전도관에 처음 가게 되었습니다. 그전까지는 교회나 신앙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 감리교인이던 누나들이 교회에 가자고 할 때도 “하나님이 어디에 있나? 보여주면 믿겠다”며 거절하곤 했습니다. 그랬던 제가 전도관을 다니게 된 것은 친구 종국이 덕분이었습니다.

종국이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였는데, 어느 날 종국이네 집에 가던 중 우연히 길에서 만난 친구들이 “종국이는 전도관 지붕을 고치러 갔다더라. 걔가 요새 전도관에 빠져있는 것 같으니 너도 당분간 연락하지 마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항간에 전도관은 이단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던 터라 저도 이에 동조하여 정신 좀 차리라는 뜻으로 한동안 종국이에게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종국이와 소원해졌던 그 시기에 저는 파 농사를 짓고 있었습니다. 어느덧 파가 많이 자라서 햇볕 좋은 날에 밭에서 파를 수확하고 있었는데 종국이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종국이는 별말 없이 옆에 와서 함께 파를 매주었고, 한참 파를 매고 일어서니 저희 둘의 얼굴에는 구슬땀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가까운 남대천에 가서 멱을 감고 물가에 앉아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전도관 이야기를 하게 됐습니다. 종국이는 전도관은 나쁜 곳이 아니라며 “전도관에 한번 같이 가보자”고 했습니다. 저는 그날 기분도 좋고 묵묵히 일을 도와준 종국이에게 고마움을 느껴 알겠다고 했습니다.

주말이 되어 종국이와 함께 강릉전도관에 갔는데 전도관 사람들이 처음 보는 저를 반기며 따뜻하게 맞아주었습니다. 찬송을 하고, 설교를 듣는 일 모두 처음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즐겁고 기뻐지는 것을 느껴 전도관에 꾸준히 다녀보고 싶어졌습니다. 전도관에 다니며 여러 번 예배를 드리다 보니 이슬 같은 성신에 관한 말씀을 많이 듣게 되었습니다. 들을 때마다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저도 그 은혜를 직접 체험한 일이 있었습니다.

평소처럼 주일 예배를 드리는데 문득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니 예배실 안에 이슬비 같은 것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제단 안에 가득히 내리는 광경이 어찌나 성스럽고 경이롭던지 저는 그것이 말로만 듣던 이슬 같은 성신임을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날의 일은 평생에 잊지 못할 한 장면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번은 관장님께서 생명물을 컵에 따라 주신 적이 있었는데, 물에서 너무나 좋은 향기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관장님께서는 그것이 향취 은혜라고 설명해 주셨고, 향취는 물을 마시고 난 이후에도 계속 맡아져서 일상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코에서 맴돌았습니다. 그런데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불현듯 머릿속에 제가 싫어하는 친구가 생각났습니다. 평소에 비겁한 행동을 자주 하는 친구여서 머릿속에 떠오르자마자 미워하는 감정이 들었는데, 그 순간 향취가 끊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때의 일을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은혜가 끊어졌던 그 순간 깊이 회개하며 다시 은혜를 구해야 했는데, 당시에는 그런 것을 잘 몰랐습니다. 또한 그 친구에게 못된 마음을 가졌던 것을 지금까지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은혜를 체험한 이후로 전도관에 더욱 열심히 다니게 되었는데, 하루는 하나님께서 강릉전도관에 오신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당시 하나님께서는 전국을 순회하시며 예배를 인도해 주셨는데 강릉에도 몸소 와주신 것이었습니다. 저는 하나님을 뵙는 것은 처음이라 매우 설렜고, 설교하시는 동안 하나님 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았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예배를 마치신 후 교인 한 명 한 명 차례로 안찰을 해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눈이나 배에 가볍게 손을 대시는 것 같은데 앞에 사람들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서 왜 그렇게 아파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도 막상 하나님께서 눈과 배를 안찰해주실 때 너무 아파서 소리를 지를 뻔했습니다. 내 속의 죄가 성신에 대항하기 때문에 안찰을 받을 때 고통을 느낀다는 말을 듣고 저는 다시는 죄를 짓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하나님께서 강릉전도관을 다녀가신 후 저를 포함한 강릉 전도관 청년들은 마음을 모아 교회를 신축하였습니다. 교회 신축을 마치자마자 저는 군에 입대하게 되었고, 휴가를 모아서 1958년 6월에 노구산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사실 집회가 있는지 모르고 하나님께서 계신 소사신앙촌에 가보고 싶은 마음에 휴가를 낸 것이었는데 운 좋게도 집회가 열렸던 것입니다. 집회에는 산을 온통 뒤덮을 만큼 많은 사람이 모였고, 집회 기간에는 전국적인 가뭄 끝에 비가 아주 많이 내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은혜를 받고자 모인 수많은 인파, 그 인파 속에서도 또렷이 들리던 하나님 음성, 비가 내려도 자리를 지키며 큰 소리로 찬송을 불렀던 그날의 기억은 군에서도 신앙을 지키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후 1968년 덕소신앙촌에 들어가 건설대로 일했습니다. 덕소신앙촌 건설이 많이 진행된 시기에 들어갔기 때문에 건물은 대부분 지어져 있었지만 슬레이트 지붕 설치, 자갈 운반 등 제가 할 일이 많이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남들보다 늦게 신앙촌에 들어갔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조급하고 안타까워서 잠들기 전에 은혜를 많이 받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를 드리고 자는 날이 많았습니다. 하루는 하나님께서 오셔서 안찰해 주시는 꿈을 꿨는데, 안찰을 받으니 겪어본 적 없는 큰 기쁨이 마음에 넘쳐흐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꿈에서 깨어난 이후에도 정신이 맑고, 꿈에서 받았던 마음의 기쁨이 유지되어서 너무나 신기하게 생각되었습니다.

1970년대 기장신앙촌 나염 공장의 프린팅 기계

기장신앙촌이 지어지고 나서는 나염 공장에서 나염기사로 일했습니다. 이불을 만드는 천에 무늬를 찍어내는 일이었는데 처음 해보는 일이었지만 같이 일하는 기술자에게 배워가며 열심히 일했습니다. 무늬가 예쁘게 찍혀 나온 천으로 당시 인기 많았던 신앙촌 수예 제품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한번은 한참 열중해서 일하는데 키가 크신 분이 제 옆에 서 있는 것이 느껴졌고,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하나님이셨습니다. 당시 하나님께서는 공장을 직접 돌아보시면서 일의 진행 상황도 확인하시고, 직원들도 많이 격려해 주셨습니다. 그때 저는 하나님을 뵙고 매우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제 신앙이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죄송한 마음에 제대로 인사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그날 밝게 인사드리지 못했던 것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또 어느 날은 무릎을 다쳐서 절룩거리며 다니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하나님께 찾아갔습니다. 하나님께서 다정한 음성으로 “어디가 아파?”하셔서 “무릎 관절이 아픕니다” 하고 말씀드리자 무릎을 쉭 하고 축복해 주셨습니다. 그러자 무릎의 통증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서 곧바로 멀쩡히 걸어 다닐 수 있었습니다. 나이가 든 지금까지도 축복받은 그 무릎은 아픈 적 없이 건강합니다.

그 후 하나님께서 낙원에 가신 이후의 일이었는데 평소와 다름없이 집에서 기도를 드리는데 갑자기 온몸이 뜨거워지더니 잠시 후에는 몸 전체가 포근하게 감싸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러더니 마음이 너무나 평온해져서 머릿속에 다른 잡념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나와 세상은 간 곳 없고 구속한 주만 보이도다’하는 찬송가 가사와도 같은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하나님을 보여주면 믿겠다며 오만하게 큰소리쳤던 철없는 시절의 제게 보여주신 귀한 은혜를 떠올려 봅니다. 그 크신 사랑과 은혜를 받아 지금껏 이 길을 따라올 수 있었습니다. 은혜받기만을 바라며 간직하지 못한 제 모습이 너무나 부끄럽고 죄송스럽지만 저희에게 구원의 길을 열어주신 하나님의 귀한 뜻을 생각하며 오늘도 은혜를 구하는 간절한 기도를 드립니다. ‘죄짓지 말라’ 안타까이 바라셨던 하나님 말씀대로 하루하루 맑게 살아 한 걸음 더 구원에 가까워지는 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미움 많은 세상 속에서도 아름답고 선한 마음으로 참되게 사는 법을 가르쳐주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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