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관장 편 ⑦ ‘관장님도 화를 남발하신 것 같네요’ ‘그래서 수습하러 가는거다’

'관장님도 화를 남발하신 것 같네요' '그래서 수습하러 가는거다'
발행일 발행호수 2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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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토요일은 언제나 바쁘고 일이 많이 생긴다.
# 6월 24일 토요일6학년, 4학년 자매가 교회에 들어서는데 동생을 보니 울어서 눈이 빨개져 있다. 오는 길에 동생이 친구를 만나서 내일 교회에 오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같이 도와서 말해 줄줄 알았던 언니가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던 모양이다.“언니는 우리 교회가 부끄럽나?”“아니, 아니다~~” “그런데 왜 먼저 가는데…”  동생에게 혼쭐이 난 언니는 요즘 동생친구들만 만나면 언제 어디서든 반갑게 인사를 건넨단다.
 
# 7월1일 토요일 비가 내렸다. 초등학교 아이들을 만나러 가려고 준비를 하는데, 난데없이 보조반사 중학생 한 명이 오늘 교회에 못 오겠다고 문자메세지가 왔다. 그 아이는 차 타는 것 보다 걷는 걸 좋아해서 자주 걸어 다니는데 비가 오니까 오기가 싫은 모양이었다. 그래도 맡은 일이 있는데 결석을 하면 주일예배 준비가 힘들어진다.빗줄기가 점점 세지더니 이번엔 그 학교 다른 아이가 데리러 와 달라고 문자를 보내왔다. 토요일 오후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거의 같이 마치니까 둘 중 한 군데를 가야하는데, 비 온다고 보채는 학생들이 실망스러워진다. 이렇게 감정(憾情)이 앞설 때는 이성(理性)이 빨리 오기를 기다려야 된다. 그런데 오라는 이성은 안 오고 계속 못 오겠다는 메세지만 날아든다.중학교로 가서 아이들을 차에 태워 왔다.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최대한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냥 지나치지도 못했다. 예배가 끝난 후 2~3마디 잔소리를 섞어가며, ‘비가 온다고 마음이 바뀌는 너희들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반응이 가지가지다. 씨~익 웃음으로 넘기려고 덧니를 드러내 보이며 계속 나를 보고 미안한 웃음을 짓는 아이도 있고, 입을 씰룩이며 불편한 기색은 있지만, 고개를 숙이는 아이도 있다. 그런데 한 아이가 전혀 그런 뜻으로 문자를 보낸 게 아닌데 관장님이 오해 하신거라며 눈물까지 주르륵 흘렸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아무리 말을 해 줘도 자기 고집만 내세우고 변화가 없는 아이들은 정말 답답한데, 그러나 이 아이들은 말뜻을 이해하는 행동들을 하고 있다. 교회를 빠질 마음이 없었다는 것으로 된 것이다. 이럴 때 나는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 안다.최대한 주눅든 목소리로 그리고 진심을 담아서 말한다.“오해해서 미안!”그 한마디에 쉽게 풀어지지 않을 줄은 알지만, 토라져서 가버린 아이 둘 때문에 저녁 늦게까지 신경이 쓰인다. 야단을 들을 때 미안한 웃음을 짓던 아이에게 말했다.“오늘의 발단은 너 인거 알지?”“에이~~그만 하세요 관장님!”“왜? 잔소리라 듣기 싫으니?”“아니요, 되돌릴 수가 없어서요. 죄송해요” 할 말을 잃게 만든다.“그런데 관장님도 오늘 실수 하셨어요. 화를 남발 하신 것 같으네요.”“그래, 나도 알고 있어. 그래서 수습하러 가보려고.”찾아가는 길에도 쉴 새 없이 비는 계속 내렸다. 두 명 중 한 아이는 ‘시험기간이라 예민해져서 그랬나 보다’고 도리어 죄송하다고 말을 한다. 울고 간 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어~ 관장님 어떻게 하죠? 제가 지금 집이 아니고 독서실에 있어요.” 목소리가 밝다. 그리고는 독서실 위치를 아주 자세히 알려주는 것이다.
이번주에는 아이들이 기말고사를 봤다. 그런데 시험 보는 모습들도 제각각이다. 그 중에서 수학 100점을 맞은 아이는 기도가 특이했다. 배우지 않은 문제가 나오면 이렇게 한단다. “하나님 끝까지 따를 거예요.” 그러다 그 문제 틀리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그냥 제 다짐인 거죠.”하는 것이다. 이번 주도 조용히 넘어 가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화를 남발하지는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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