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교회에는 은혜가 없으니 죄를 씻을 수가 없어

김엄정 승사(2) / 영덕교회
발행일 발행호수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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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그렇게 향취를 맡은 후로 제 마음이 기쁘고 즐거워지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 기도처에서 예배드릴 때 ‘여기가 이단이라는데…….’ 하고 교인들을 둘러보던 저는 어느새 교인들과 함께 손뼉을 치면서 찬송을 불렀으며, 예배를 마치고 나면 다음 날 예배 시간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동생은 매주 일요일마다 대신동의 부산전도관에 박태선 장로님께서 오신다면서, 대구로 가기 전에 꼭 그 예배에 참석하라고 했습니다. 동생의 권유에 흔쾌히 승낙한 저는 그 주 일요일에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부산전도관에 가게 되었습니다.

큰 건물인 부산전도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옆 사람과 무릎이 닿을 정도로 빼곡히 앉아 있었습니다. 예배 시간이 되자 전도사님이 등단하여 하시는 말씀이, 그날 기상악화로 비행기가 뜨지 않아 박 장로님께서 부산전도관에 못 오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찬송을 부르자고 하시더니 힘차게 손뼉을 치며 찬송을 인도하셨습니다. 옆에 있던 동생이 “언니, 예배 시간에는 안대를 빼면 어떨까?”라고 하여 저는 안대를 빼서 주머니에 넣고 예배를 드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찬송을 부를 때 어찌나 기쁘고 즐거운지 하루 종일이라도 찬송을 부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한참 찬송하는 중에 동생이 저를 보고 깜짝 놀라더니 “언니, 빨리 눈 좀 봐!”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눈이 아픈 뒤로 항상 손거울을 가지고 다녔는데, 거울을 꺼내 눈을 보는 순간 놀라움으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검은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고 눈이 아프기 전보다 눈망울이 더욱 맑아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눈동자 전체를 덮었던 살점이 사라져서 눈이 보이게 된 것은 말할 것도 없었으며 퉁퉁 부었던 눈두덩도 감쪽같이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저는 찬송을 부르느라 여념이 없어서 눈이 나은 것도 몰랐던 것이었습니다. 옆에 계시는 어머니에게 “어머니! 눈 좀 보세요. 다 나았어요!” 했더니 어머니도 깜짝 놀라시며 “이게 꿈이니? 생시니?” 하고 당신 볼을 꼬집어 보셨습니다. 그 순간의 기쁨과 감사함을 어디에 비할 수가 없었습니다.

박 장로님께서 단상에 오르시자
순간 제 몸이 휘청할 정도의 강한 회오리 바람이 불면서
진한 향취가 맡아져서 깜짝 놀라

동생은 박태선 장로님께서 은혜를 주셔서 제 눈이 나았다면서 그때부터 박 장로님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박태선 장로님은 성경에 기록된 ‘감람나무’이시며 귀한 은혜를 주시는 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단순하게도 ‘그날 박 장로님이 전도관에 오시지 않으셨는데 어떻게 은혜를 주시나?’ 하고 생각하면서 동생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았습니다. 동생은 그런 저를 안타까워하면서 “다음 일요일까지 기다렸다가 언니가 박 장로님을 뵙고 안찰도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했습니다. 저는 박 장로님을 뵙고 싶은 마음보다는 전도관에서 예배드리는 것이 너무나 즐거웠기 때문에 일요일까지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일요일이 되어 부산전도관에 간 저는 제일 앞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박 장로님께서 단상에 오르시는 순간 제 몸이 휘청할 정도로 강한 회오리바람이 불어오면서 진한 향취가 맡아지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하며 놀라울 뿐이었습니다. 등단하신 박태선 장로님은 말쑥한 정장 차림의 젊은 신사 분이셨습니다. 저는 그 전까지 이단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박 장로님에 대해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갖고 있었는데, 환하게 빛나는 얼굴과 온화하신 모습을 직접 뵙고 보니 아주 귀하신 분일 거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성교회에서 이단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은 저는
박장로님에 대한 선입관이 좋지 않았는데
등단하신 분을 뵈니 얼굴은 환히 빛나는데 표현할 길 없이 온화하신 모습,
아주 귀한 분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어

설교 시간에 박 장로님께서는 ‘기성교회에는 구원이 없다.’라는 요지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기성교회에는 성신의 은혜가 없고, 은혜가 없으니 죄를 씻을 수 없고, 죄를 씻지 못하면 천국에 가지 못한다. 그러니 기성교회는 구원을 줄 수 없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은혜에 대해서 말씀하실 때는 사이다를 예로 들어서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사이다의 맛이 어떻다고 말을 해 줘도 안 먹어 본 사람은 결코 그 진미(眞味)를 알 수 없다. 직접 먹어 봐야 사이다가 톡 쏘는 맛도 있고 달콤한 맛도 있는 것을 아는 것처럼 은혜를 직접 받아 보고 체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찬송을 부를 때는 성경 구절을 들어서 ‘시편 47편에 보면 손바닥을 치며 하나님께 찬양을 드리라는 구절이 있다.’ 하시면서 손뼉을 치며 찬송을 부르자고 하셨습니다. 조목조목 설명하시는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힘차게 찬송을 부르면서 예배 시간이 어느새 다 지나갔습니다.

목사가 기도해줘도 안 낫는 눈이
장로가 어떻게 낫게 하나 의심했는데
박 장로님은 미리 아시고,
`그 처녀는 눈이 다 나았으니 안찰 필요없다`

그날 예배 시간에 박 장로님께서는 참석한 사람들 모두에게 안수를 해 주셨습니다. 어머니는 안수를 받는 순간 가슴에 불덩어리가 확 하고 안긴 것처럼 몹시 뜨거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예배를 마친 후에 안찰을 해 주셨는데 그날은 전도한 사람들에게 안찰을 해 주셨기 때문에 저는 당연히 못 받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동생은 제가 꼭 안찰을 받아야 된다며 안타까워하더니 안찰받는 곳에서 안내하시는 전도사님께 사정을 이야기했습니다. “저희 언니가 멀리서 왔는데 이제 곧 돌아갑니다. 안찰표는 없지만 안찰을 받을 수 없을까요?”라고 하자 전도사님은 “그럼 영모님께 말씀드려 보지요.”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돌아온 전도사님은 “영모님께서 안찰받을 필요가 없다고 하십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박태선 장로님께서는 이미 제 사정을 다 알고 계시는 것처럼 “영해에서 온 그 처녀는 눈이 나았으니 안찰 받을 필요가 없어요. 그냥 가라고 하세요.” 하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얼마나 놀랐는지 그 놀라움을 다 표현할 길이 없었습니다.

저는 장로교회에서 “박태선 장로는 이단이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그때까지만 해도 ‘박태선 장로님’이라고 ‘님’자를 붙이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동생이 편지를 보내서 박 장로님께 은혜를 받으면 눈이 나을 거라고 했을 때도 ‘목사님이 기도를 해 줘도 내 눈이 안 나았는데 어떻게 장로가 낫게 해 주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눈이 나았을 때 ‘이것이 정말 박 장로님이 주시는 은혜일까?’라고 의심했던 일까지 생생하게 되살아나면서 ‘이 모든 일을 다 아시겠구나!’ 하는 생각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그 죄송함과 부끄러움을 어찌해야 할지, 모든 것을 다 아시는 존재 앞에서 떨리고 두려울 뿐이었습니다. 또한 그때까지 제가 체험했던 은혜가 바로 박 장로님께서 주시는 은혜임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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