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관계에서도 힘뿐이다

일본 시마네현 의회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과 일본 우익 진영의 역사교과서 왜곡사태가 심각한 한일 외교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정부는 새로운 한일 관계 독트린을 발표하고 일본에 대한 강경대응을 선언했다. 처음에는 일개 지방자치단체가 한 일을 가지고 너무 과잉 대응하는 것이 아닌가 하였으나 일본 정부가 치밀한 각본에 따라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음이 밝혀져 우리의 분노를 더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맞아 우리는 도무지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할 줄 모르는 일본의 ‘도국(島國) 근성’을 다시 한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나치의 만행을 무릎꿇어 사죄하고 경제적 보상뿐만 아니라 후세에 대한 교육자료로서의 역사 교과서를 피해국들과 공동 저술하는 등의 진지한 태도를 보이는 독일의 경우와 비교하여 일본의 태도는 너무나 차이가 있다.
 
일본은 경제력을 앞세워 안보리상임이사국 진출 등 세계의 지도국이 되려 하고 있으나 이웃나라에 끼친 죄악을 회개할 줄 모르는 그들의 도덕적 협량(狹量)을 가지고서는 자격미달이라 할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힘이 없다면 일본에 대해 우리가 아무리 분노를 표출 해도 그것은 한낱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할 것이다. 정부가 ‘비장한 각오’로 강경 일변도의 ‘외교전쟁’을 벌이겠다고 해도,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고 보면 ‘메아리 없는 함성’이 될 뿐이다. 과거 김영삼 대통령이 일본에게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겠다”고 공언하여 화제가 된 것이나, 일본에 큰 소리를 치다가 IMF가 터지자 긴급 외화지원을 일본에 간청하여 나라의 체모를 구긴 일은 무엇을 말해 주는가?
 
뿐만 아니라 한일 관계의 악화는 한·미·일의 대북공조까지 뒤흔들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한미관계는 소원해지는 반면 미일관계는 한층 돈독해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일본과 외교전쟁을 벌이다가 만에 하나 한미동맹까지 손상을 입게 된다면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더 크지 않겠는가? 한국이 한·미·일 삼각관계로부터 이탈해 한미일의 대북 억지(抑止)전선에 균열이라도 생긴다면 그것은 일본의 독도 침탈 이상의 재앙이 될 것이다.
 
일본의 전략은 역사를 왜곡하고, 월등한 경제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이를 세계에 홍보하는 것이다. 식민지배로 엄청난 고통을 한국민에게 안기고도 ‘한국 근대화에 기여했다’고 말하고, 태평양전쟁을 일으키고도 ‘원폭 피해국’으로 선전하는 식이다. 이러한 일본의 전략을 분쇄하려면 우리의 국력을 기르고 우리의 국가 경쟁력을 기르는 길밖에 없다. 국제관계에서도 힘만이 정의요 실력만이 통한다는 것을 우리는 다시 한번 명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