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아동보호위원회, 신앙교리성과 갈등
교황청 아동보호위원회의 창립 위원인 한스 졸너 신부가 지난 3월 29일 사임했다. 위원회 내부에 많은 문제가 있었으며, 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졸너 신부는 사직서를 통해 ‘의사결정의 불투명성, 재정 관리 책임의 부족, 바티칸 신앙교리성의 비협조 등’을 사임 이유로 언급했다고 알려졌다.
졸너 신부는 2001년부터 전 세계의 모든 사제 성학대 사건을 처리해 온 바티칸 신앙교리성과의 어려운 관계를 지적했다.
신앙교리성은 종교재판을 주도했던 이단심문소의 후신으로 자신의 영역을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수 세기에 걸친 비밀을 지켜온 전통과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탄압으로 유명하다. 신앙교리성은 아동보호위원회의 제안이나 협조 요청에도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프란치스코는 작년에 교황에게 직접 보고하는 임시 기구였던 아동보호위원회를 교황청 내부에 배치했다.
당시 위원장인 션 오말리 추기경은 이번 조치로 위원회가 바티칸에서 더 많은 제도적 비중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한스 졸너 신부은 거의 1년이 지난 후에도 두 기관의 관계를 정리하는 규정이 없다고 불평했다.
아동보호위원회 창립 위원의 사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창립 위원이었던 아일랜드 성학대 생존자인 마리 콜린스가 2017년 아동보호위원회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교황청의 모습에 좌절하여 사임한 것이다.
콜린스는 교황에게 보낸 편지에서 “직접적인 이유는 위원회의 활동에 대한 교황청 관료조직인 쿠리아 구성원들의 저항 때문”이라며 “특히 성추행 사건 처리에 가장 깊이 관여하고 있는 교황청 사법 당국의 비협조는 수치스러울 정도”라고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해, 성학대 생존자 피터 사운더스도 비슷한 이유로 위원회에서 사임했다.
최근 한스 졸너 신부의 사임 소식이 알려지자 마리 콜린스는 교황청에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편지에는 “가장 경험이 풍부한 한스 졸너 신부가 아동보호위원회에서 사임한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는 “아동권리위원회는 허물어질 것이며, 불행하게도 교황청이 다음 UN 아동권리위원회 당사국의 정기 보고를 할 경우, 이번 사건으로 인해 제네바에서 경악을 금치 못할 것입니다” 라고 했다.
교황청이 다음 UN 아동권리위원회 당사국 정기 보고를 언제 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바티칸 당국은 1997년에 제출해야 하는 아동권리에 관한 2차 보고서를 15년간 제출하지 않다가 2012년에야 2차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