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영 관장 편 ③ 함께 하는 아름다움

박혜영 관장편끝
발행일 발행호수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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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2008년 3월25일 속초교회 새단장 예배 모습

“혜영아, 오늘 우리 도시락 반찬 맛있어, 좀 먹어볼래?” “으…응, 그러고 싶지만 미안해.” 학교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 중 하나인 점심시간, 그러나 나에겐 참 난처하고 속상한 시간이기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위장이 안 좋았던 나는 차를 타면 멀미는 기본이었고, 아침에 일어나면 어김없이 속이 쓰렸다. 양치질을 하면서 자주 위액을 토하여 아침부터 입이 썼던 것 같다. 이 정도로 위장이 약하여 남의 집 음식은 냄새만 맡아도 속이 메슥거리기 일쑤니 친구들 반찬을 먹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었고, 이런 사정을 친구들에게 얘기하면서도 무척 미안하고 속상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교역자로 첫 발령지에 온 지 몇 달 뒤부터 이런 현상이 점점 없어지는 것이었다. 위장을 개선하기위해 따로 하는 것이 전혀 없었음에도 예전에는 손도 대지 못했던 반찬들이 제단에서 먹을 땐 꿀맛이었고, 속이 쓰리던 현상도 거의 없어졌다. 오히려 음식을 참 맛있게 먹는다는 칭찬을 받기도 하였으니 나의 어머니께서는 “네가 음식을 이렇게 골고루 잘 먹게 된 이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교역자로 나오기 정말 잘 했구나.” 하시며 참 기뻐하셨다.

하지만, 어찌 이것뿐이겠는가. 내 삶의 가장 가치 있는 목표가 생겼고, 그로 인해 나 자신이 변화되는 체험을 하면서 이 귀한 길을 가고 있으니 이것이 가장 소중하고 기쁜 일이라 생각한다. 주신 직분이 교역인지라 아이들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더 느낄 수 있고, 아이들을 통해 나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을 수 있어 아이들을 만나도, 그 부모님을 뵈어도 참 소중하게 생각된다. “관장님, 음식 맛이 어때요?” “와~ 간도 딱 맞고 참 맛있네! 우리가 함께 만드니까 더 맛있나 봐.” “그렇죠? 관장님, 앞으로도 같이 해요.” 귀여운 참새들처럼 재잘대며 무엇이든 도와주려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즐거움. 자칫 개인적이고 이기적일 수 있는 아이들에게 ‘우리’의 소중함을 자연스레 알려주고, 더 나아가서 ‘하나님 은혜 안에 하나’가 되는 ‘우리’를 같이 깨닫는 이 시간이 참 기쁘다.

2008년 속초교회 새단장 때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함께 하고 있음에 깊이 감사

2년 전 2008년 초, 우리 속초교회를 새롭게 단장할 때도 마침 겨울방학이라 아이들과 학생 방 벽지와 장판, 커튼도 의논하여 고르고 청소도 같이 하였다. 더 깨끗해지고 예뻐지는 제단을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우리가 같이 하고 있다는 사실에 무척 감사했다. 그리고 새 단장 예배를 드리기 하루 전에는 강원도관 모든 관장님들과 교인들께서 다음 날을 위한 음식준비와 마무리 청소 등을 빈틈없이 해주셔서 내가 할 일은 물품조달 정도였다. 마침 필요한 물건들이 있어서 한꺼번에 사가지고 바쁘게 제단으로 들어서는 순간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는 것을 느꼈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제단 안의 모든 분들이 맡은 일들을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었고 정말 너무나 아름다웠다. 새 단장 예배를 하나님께 드리기 위한 목표로 정성을 다해 준비하는 그 모습. 서로 다른 일들을 하고 계셨지만 한 목표를 향한 움직임이었고, 그것은 마치 하나님의 지휘아래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드는 오케스트라 같았다. “‘한 몸같이 친밀하고 마음조차 하나 되어 우리 주님 크신 뜻을 지성으로 준행하세’의 참 뜻이 이런 것이구나, 십만이든 백만이든 하나님 은혜 안에 꼭 하나가 될 때 이렇게 아름답고 기쁘구나.” 코끝이 찡할 정도로 마음과 가슴깊이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산지사방에 흩어져 있어도 지금 자신의 위치에서 수고를 아끼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면 언제나 아름답게 이루어 주시기에, 오늘도 앞으로도 감사하며 하나님의 크신 뜻을 지성으로 준행하는 교역자가 되고 싶다.
/속초교회 학생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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