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 관장 편 ① 고마운 편지

고마운 편지
발행일 발행호수 2533
글자 크기 조절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Ctrl+V)해주세요.
인쇄하기
북마크추가
신앙신보 사진

시흥교회 아이들과 함께한 김혜경 관장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교역생활의 원동력이 돼
마음 따뜻한 아이들과 풍성한 결실 맺도록 노력하고파

“딩동딩동!!” 아침 등굣길에 아이들이 찾아온 모양이다. 문을 열어보면 추운 겨울 상기된 얼굴로 “관장님?” 하고 환하게 웃는 아이의 모습에서 따뜻한 정이 느껴진다.
1999년 나의 첫 발령지 안동에서의 일이다. 안동은 교회가 도로변에 있어 아이들 등하굣길에 지나가게 되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평일에도 아이들이 자주 왔었다. 가끔 교역자 회의가 있어 교회를 비우게 되면 어김없이 문틈 사이로 곱게 접은 편지들이 여러 개 와 있다. 노트를 뜯어서 쓴 아이들의 글자 하나하나가 들어온다. 비록 짧은 글이지만 나를 미소 짓게 한다.
“관장님? 오늘 어디 가셨어요? 왔다 가요. 내일 올게요. 내일은 꼭 있어야 해요.”
“관장님? 오늘 학교에 행사가 있어서 일찍 마쳤어요. 그래서 교회 왔는데 안 계시네요. 토요일에 올게요.”
지금처럼 핸드폰이나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기 전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는 것은 집 전화 아니면 편지였던 시절이었다. 유난히 많은 편지를 받았던 그 시절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 마음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

2005년 9월에 천호교회로 발령을 받았다. 그곳에서도 예쁜 학생을 만났다. 그 학생과는 5개월밖에 같이 있지 못했다. 그다음 해인 2006년 2월, 신앙촌 안에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했기 때문이다. 5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이라 더 잘해주지 못한 아쉬움이 늘 남아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학생이 나에게 다가와 작은 쇼핑백을 하나 건네주었다. 그 안에는 비누처럼 생긴 샤워용품과 나무젓가락에 둘둘 말려있는 편지가 들어있었다. 편지 내용에 맞게 하나하나 그림을 캡쳐해서 만든 150cm 정도의 긴 편지였다. 이 학생이 어떤 마음으로 편지를 썼는지 그 마음이 나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편지를 펼쳐 보는 내내 감동이 내 안에 들어왔다. 편지의 내용은 이랬다. 신앙촌에서 생활할수록 아름답고, 은혜롭고 깨끗한 곳에서 공부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내용이었다. 아이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졌고 그런 아이를 만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2016년 시흥교회에서 덕소교회로 발령을 받았다. 천부교 역사가 남아있는 덕소에서 생활한다고 생각하니 가슴 벅차고 설레었다. 덕소에 오기 전, 시흥교회 아이들에게 받은 편지를 보는데 이제 나온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초등학교 3학년 아이의 편지를 읽었다. 색종이로 접은 감동적인 편지와 오랫동안 아끼면서 모은 듯한 메모지와 스티커 사진이 들어있었는데 여는 순간 ‘이 아이가 참으로 아끼는 것을 나에게 주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아이의 따뜻함과 진심이 느껴졌다.

2017년 11월, 대전교회로 새롭게 발령받았다. 어떤 그림도 그리지 않은 흰색도화지와 같은 시점이지만 앞으로 이곳에서 새롭게 만나게 될 따뜻한 아이들과 마음을 모아 풍성한 결실을 맺는 예쁜 그림을 완성해 보고 싶다.
/대전교회 학생관장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Ctrl+V)해주세요.
인쇄하기
북마크추가
관련 글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