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초에 술고래던 남편은 은혜 맛을 본 후 술담배와 손을 끊고

전화순 권사(1) / 기장교회
발행일 발행호수 2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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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저는 1919년 충청남도 천안에서 무남독녀 외동딸로 태어났습니다. 제 나이 열일곱 살에 가족들이 인천 신흥동으로 이사하게 되어 거기서 양재 기술을 배우던 중,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故 이병환 집사)과 결혼을 했습니다.

당시 저희 앞집에는 인천 성당에 다니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는데, 저에게도 성당에 같이 가자고 자주 권유하곤 했습니다. 천주교인인 앞집 아저씨는 술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으로, 그분이 매일같이 거나하게 취해 사람들과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저런 것을 버리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들은 저를 볼 때마다 성당에 가자고 했지만 저는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북을 치며 찬송 인도 하시는 하나님께서 북을 치시는 찰나
둥그런 불덩이가 확 하고 튀어나와 사람들을 향해 뻗치는데
내 속으로 들어온 것처럼 후끈후끈하며 뜨거워져
‘불의 사자라고 하더니 세상에 저런 분이 다 있구나’ 생각

그러던 1955년 가을이었습니다. 하루는 남편이 하는 말이, 요즘 불의 사자 박태선 장로라는 분이 큰 부흥집회를 하셔서 전국이 떠들썩하다면서 이번에 인천에서 집회하실 때 꼭 가 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동산중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남편은 마치는 날까지 꼬박 일주일 동안 철야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집회에서 직접 체험한 일들을 소상히 들려주었는데, 박 장로님 손에서 불이 나오는 것을 수많은 사람들이 똑똑히 보았다며 ‘불의 사자’라는 말이 과연 사실이더라고 했습니다. 또 벙어리, 꼽추, 앉은뱅이, 전신불수 환자 할 것 없이 수많은 불치병자들이 깨끗이 나아서 기뻐 뛰었으며 자신도 그렇게 기분이 좋고 즐거울 수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평소 점잖은 성격인 남편이 집회 이야기를 하면서 정말로 기뻐하고 좋아하는 것을 보며 ‘그 집회에 뭐가 있기에 저렇게 좋아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 유학 시절에 술 담배를 배운 남편은 이틀이 멀다 하고 약주를 찾으며 골초라고 할 만큼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술 담배를 끊으라고 아무리 권유해도 도무지 줄어들지 않았는데, 남편이 박 장로님 집회에 참석한 뒤로 거짓말처럼 술 담배를 딱 끊어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남편은 담배를 입에 물려고 하는 순간 속이 뒤집히는 것처럼 메스껍고 술도 비위가 상해서 도저히 못 먹겠다면서, 장독에 가득하던 술을 전부 갖다 버리고 담배 또한 두 번 다시 피우지 않았습니다. 박 장로님 집회에 다녀온 뒤로 언제 술 담배를 즐겼던가 싶게 손도 대지 않는 남편을 보면서, 저는 박태선 장로님과 그분이 하시는 집회에 대해 더욱 알고 싶어졌습니다.

이듬해인 1956년 1월이었습니다. 박 장로님께서 전동에 인천전도관을 세우시고 개관집회를 하실 때 저도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예배실에 수많은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 차 머리만 새까맣게 보일 정도였으며, 그중에는 앉은뱅이와 꼽추, 자리를 깔고 누워 있는 환자들도 있었습니다.

등단하신 박태선 장로님은 머리에 기름을 발라 단정히 빗어 넘기시고 키가 훤칠하게 크신 신사 분으로 군중을 향해 인자하게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곧이어 북을 치시면서 찬송을 인도하셨는데 북을 치시는 찰나 거기서 둥그런 불덩어리가 확 하고 튀어나와 사람들을 향해 뻗치는 것이었습니다. 순식간에 불덩어리가 제 속으로 들어온 것처럼 후끈후끈하며 뜨거워지더니, 그때가 겨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땀이 흘러내렸습니다. ‘불의 사자라더니 세상에 저런 분이 다 있구나.’ 하면서 과연 보통 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회장에 운집한 사람들은 박 장로님의 인도에 따라 힘차게 손뼉을 치며 찬송을 불렀습니다. 찬송가를 전혀 몰랐던 저는 가사를 보면서 따라 불렀는데, 난생처음 부르는 찬송이 그렇게 재미있고 즐거울 수가 없었습니다. 어디서도 맛보지 못한 기쁨과 즐거움이 제 마음에 가득해서 아무리 귀한 보배를 준다고 해도 비좁게 앉아 있는 예배실 자리와 바꾸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 이래서 남편이 그렇게 좋아했었구나!’ 하면서 저 혼자만이 아니라 집회장에 운집한 수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기쁨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창 찬송을 부르던 어느 순간, 시원한 바람이 쉭 하고 코로 들어오면서 아주 좋은 냄새가 맡아지는데, 어떤 꽃향기나 향수와도 비교할 수 없었으며 이전에는 한 번도 맡아 보지 못한 향기였습니다. 그때 박 장로님께서 “지금 은혜가 내려서 성신의 향기를 맡을 수 있습니다.” 하시는 말씀을 들으면서, 제가 맡은 향기가 바로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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