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도 매일 기쁨속에 살아요’ 말하는 모습에 이끌려

최재복 권사(1) / 소사신앙촌
발행일 발행호수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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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저는 1926년 황해도 옹진군 용호도라는 섬마을에서 태어나 열아홉 살에 결혼을 했습니다. 남편은 여러 가지 해산물을 판매하는 사업을 했는데, 몇 년 동안 사업이 잘되어 큰 집을 장만하고 재산도 꽤 모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6·25 전쟁이 일어나 난리통에 피난을 다니면서 재산을 많이 잃게 되었고, 인천 경동에 정착했을 때는 빈손이나 다름없는 형편이었습니다. 생계가 막막했던 그때, 다행히 아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작은 구멍가게를 차리게 되었습니다.

1956년 1월경, 저희 가게와 거래하는 분의 심부름으로 명원해 집사님(현재 송탄교회 권사)이라는 분이 찾아왔습니다. 그분은 용건을 말하기 전에 먼저 방에서 무릎을 꿇고 조용히 기도를 드렸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곱고 참하게 보여서 저도 모르게 계속 그분을 바라봤습니다. 서로 초면이었지만 그분과 저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명 집사님이 “저는 가난하지만 매일 매일 기쁘게 살아요.”라고 이야기하는데, 미소를 머금은 얼굴이 정말로 기쁘게 보였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그렇게 기쁘냐고 물었더니, 명 집사님은 박태선 장로님의 부흥집회에서 은혜를 받았다면서, 은혜를 받으면 그렇게 기쁘고 즐겁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분의 말에 저는 귀가 번쩍 뜨이는 것 같았습니다.
당시 저는 곤궁한 형편에 하루도 마음 편할 날 없이 살고 있었습니다. 구멍가게에서 하루 종일 장사를 했지만 다섯 식구들 끼니를 마련하기도 어려웠던 것입니다. 찬 바람이 들이치는 허름한 방에 누우면 이북에 두고 온 좋은 집과 전쟁에서 잃어버린 것들이 계속 떠올라 너무 괴로웠습니다. 그런데 명 집사님은 가난하게 살아도 마음이 기쁘다고 하니, 저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하고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명 집사님은 박 장로님께서 세우신 인천전도관에 다닌다면서, 저도 생각이 있으면 같이 가 보자고 했습니다. 인천전도관에는 매주 일요일마다 박 장로님께서 오셔서 예배를 인도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전도관에서 예배를 드리면 명 집사님처럼 마음이 기뻐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예배에 참석하겠다고 선뜻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박 장로님 집회와 전도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어디선가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며 제 몸이 후끈후끈해 왔습니다. 그때가 한겨울인 데다 저희 집은 외풍이 세서 무척 추웠는데 어디서 그런 훈훈한 기운이 오는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그 후 일요일에 명 집사님과 같이 예배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날을 손꼽아 기다렸던 저는 새벽부터 일어나 몸단장을 깨끗이 하고 전도관에 갔습니다. 인천전도관은 전동에 있는 짠지 공장 2층을 예배실로 꾸며 놓은 곳으로, 박 장로님께서 단에 서서 예배를 인도하셨습니다. 말쑥한 양복 차림의 박 장로님은 키가 크셨고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굉장히 환하게 보였습니다. 저는 박 장로님께서 인도하시는 대로 찬송을 부르고 설교 말씀에 귀 기울이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인천전도관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어느 일요일예배 때 박 장로님께서 단상을 ‘탁! 탁!’ 하고 치시자, 거기서 뽀얀 것이 나오더니 비가 오는 것처럼 무언가 쏟아져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건물 안에 무슨 비가 내리지?’ 하며 옷을 여기저기 만져 봤지만 보송보송할 뿐 젖은 데가 전혀 없었습니다. 또 어느 순간 아주 향긋한 냄새가 나기에 어디서 나는 냄새인가 하고 주위를 둘러봤는데, 화장한 사람도 없고 그런 냄새가 날 만한 것이 없는데도 좋은 향기가 계속해서 맡아졌습니다. 그 향기는 이전에 한 번도 맡아 보지 못했던 냄새였고, 무어라 표현해야 할지 모를 만큼 너무나 좋았습니다. 그 후로 저는 제단에 계속 다니면서 그때 일이 은혜를 체험한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고질적인 두통이 있었는데, 머리가 막 쏘는 것처럼 아파서 며칠씩 머리를 동여매고 울면서 앓곤 했습니다. 특히 여름이나 겨울이면 두통이 더욱 심해져 눈도 못 뜰 정도였습니다. 병원에 갈 형편이 안 되어 저는 아플 때마다 끙끙 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예배 때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배실에 빽빽이 앉아 예배를 드렸는데, 저는 그날도 머리가 아파서 고개를 숙인 채로 설교를 듣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오늘 머리가 굉장히 아픈 사람이 싹 나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때는 그 말씀을 흘려들었는데 예배가 끝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제 머리가 거짓말처럼 하나도 안 아픈 것이었습니다. 그 후로 두통이 말끔하게 나아 여름이 되고 겨울이 되어도 머리가 전혀 아프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고생해 온 병이 다 나아 하나님께 너무나 감사할 뿐이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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