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부인과 이인선 교수 건강 칼럼(4)

「동의보감」이란 의서는 구태여 한의학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대한민국 사람 대다수가 잘 알고 있는 책이다. 「동의보감」의 중요성은 이 책으로 인하여 한국 사람의 특성에 맞는 한국적 한의학의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점에 있다. 중국 사람은 생긴 모습이나 기질, 생활환경, 식습관 등이 우리나라 사람과는 다르다. 따라서 질병에 걸리는 원인이나 전개 양상에도 차이가 있는데, 「동의보감」에서는 이점에 착안하여 우리에게 맞는 치료법을 소개하고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여성의 생리적 특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첫째, 여성은 혈(血)을 많이 사용한다, 여성은 생리 때 많은 양의 혈이 소모되며, 임신하면 혈(血)로써 아기를 키우므로 많은 양의 혈(血)이 필요하다. 따라서 혈이 부족해지기 쉬우며 이런 사람은 얼굴이 창백하거나 몸이 마르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잠이 잘 안 올 수 있다. 부인병으로는 생리가 늦어지거나 양이 적고 생리통이 올 수도 있으며 임신이 안 되거나 태아의 발육이 늦다.

둘째, 여성은 음(陰)의 특성을 가진다. 음은 정적(靜的)이어서 어혈이 생기거나 몸이 차지기 쉽다. 더구나 혈(血)을 많이 사용하므로 쉽게 어혈이 생길 수 있다. 어혈은 여성 질환의 대표적 원인으로 생리통, 생리불순, 자궁근종과 같은 양성종양 등이 모두 이로 인한다. 산후에 어혈을 충분히 배출하지 않으면 훗배앓이를 하며 산후풍과 산후복부비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셋째, 기(氣)가 실(實)해서 병이 온다. 이는 기질이 강한 여성을 뜻하는데 요즘은 여성은 남성화되고 남성은 여성화 되가는 경향이 있다. 기질이 강한 여성은 두 가지 유형으로 크게 구별되는데 먼저 기질이 강한 사람의 경우 항상 긴장상태에 있기 쉬우며 이로 인해 스트레스에 의한 질환이 올 수 있고, 혈(血)의 소통이 되지 않아 생리불순, 불임과 같은 부인과 질환이 잘 올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성격이 급한 사람인데 이 경우 상기(上氣)가 많아 상대적으로 자궁의 혈이 약해지기 쉽다. 흔히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며 얼굴에 열이 나고 가슴이 갑갑하다. 하체가 약하여 허리나 다리가 잘 아프고 발이 유난히 차고 자궁에 피가 부족하여 유산이 잘 되고 생리양이 적을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질병의 발생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병원균이나 어떤 원인에 의하기 보다는 자신의 생활의 부주의로 오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 즉 밥을 잘 먹지 않는다든지 너무 차게 하거나 신경이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등의 건강하지 못한 생활습관이 문제이다. 따라서 자신의 건강은 생활의 결과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건강하고 싶다면 스스로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져야 한다.

먼저 자연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밤에는 자고 낮에 일하며, 여름에는 덥다고 너무 차게 하면 안 된다. 다음 식생활을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식사시간을 지키며 알맞은 양을 천천히 먹고 식후에는 가볍게 걸어주어 소화를 돕는다. 또 스트레스를 줄이고 즐겁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만 몸의 생기가 억제되지 않고 잘 펴 나갈 수 있다.

대개 생활에서 오는 병은 나쁜 습관이 오래 쌓여서 비로소 병으로 나타나는 것이므로 발병의 시점과 명확한 원인을 알기 어려우며 치료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한 자신의 그릇된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자주 재발하므로 내 건강은 내 스스로 지킨다는 생각으로 매일을 즐겁고 건강하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면 건강한 생활이 보답할 것이다.
/동의대 한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