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법원, “낙태죄 처벌은 위헌”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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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멕시코에서 낙태 합법화를 요구하는 행진에 참가한 여성. 사진=AP

9월 6일 현지시각AP통신에 따르면 멕시코 대법원이 낙태에 대한 모든 연방 형사 처벌을 기각하고,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국내법이 위헌이며 여성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결했다.

고등법원은 연방 형법에서 낙태를 삭제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의료기관에서는 낙태를 요구하는 환자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정부 의료 제공자는 연방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인구의 80%가 가톨릭 신자인 멕시코에서 일어난 이 획기적인 변화는 중남미 국가들의 낙태 합법화 노력에 힘을 실어 줄 전망이다.

그러나 멕시코 대법원의 판결은 모든 주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주 의회와 주 법률에 따라 법의 적용 범위가 제한되는 멕시코는 현재 32개 주(州) 가운데 20개 주에서 여전히 낙태를 불법화하고 있다. 해당 주의 판사는 법원의 결정을 따라야 하지만 모든 처벌을 없애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법적 작업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멕시코에서는 낙태가 범죄로 기소되지는 않지만, 많은 의사들이 법을 이유로 낙태 제공을 거부하고 있어 수백만 명의 여성이 판결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멕시코 관측통들은 이번 판결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멕시코 수도인 멕시코시티가 2007년 가장 먼저 낙태를 합법화했고, 지난달 중부 아과스칼리엔테스 주가 낙태 형사 처벌을 폐지한 12번째 주가 되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톨릭 인구가 많은 멕시코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중남미 여성 인권 운동인 ‘녹색 물결’의 영향이 크다. 녹색 물결은 가톨릭의 영향으로 임신중지를 금기시해 오던 중남미 국가에서 임신중지 합법화를 요구하며 시위 때 초록색 스카프와 손수건을 사용해 붙여졌다. 이들의 노력 끝에 아르헨티나는 2020년에 임신중지 절차를 합법화했고, 보수국가인 콜롬비아도 2022년에 임신중지를 허용했다.

중남미 국가의 변화는 미국 일부 지역에서 낙태에 대한 제한이 강화되는 것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지난해 미국 대법원은 1973년 전국적으로 여성의 낙태권을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뒤집고 임신중지권 폐기 판결을 내렸다. 그 이후로 보수적인 주지사가 이끄는 대부분의 주에서는 임신중지 금지 또는 더 엄격한 제한을 채택했고, 자유정부 주에서는 낙태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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