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계절감 그 안에 피어나는 상념들(울산교회 정지철 관장)
울산교회 정지철 관장기다리지 않아도 가을은 또다시 우리의 시야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어떤 진한 약속이라도 되어졌던 것처럼 때가 되니 어김없이 도래한 것입니다.
가을은 하늘빛이 그러고 산색이 그러며 또 들(野)빛이 그러듯이 모든 것들이 짙게 짙게 안으로 여물어들면서도 또 뭔가 모르게 아쉬움을 안고 오는 계절입니다. 부족함 없이 풍족하면서도 또 어디론가 기필코 멀어져가야 하는 듯, 시작부터 아쉬움을 안고 오는 계절입니다. 그래서 가을은 뭔가 놓치지 않고 따라 잡아야겠다는 듯한 부단(不斷)한 생각으로 이어지는 사념(思念)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언듯, ‘언약’이라는 단어에 생각이 멈춥니다. ‘언약’이라는 이 평범한 말 한마디가 도대체 뭐길래, 우린 이처럼 갈구하듯 이 말을 반복하여 기도 드리는가? 문득 생각속에 떠오르는 모습이 있습니다.
“나는 변치않아. 그대로 지키면 그건 100% 데리고 가. 그러나 자꾸 죄를 짓고 어기면 그 할 수가 없어. 난들 할수가 없잖아. …… 그 언약은 ‘영 불변하오니’ 변하지를 않는다 그거야.”라며 역설 하시듯 몇번이고 우리게 당부하시던 그 모습입니다. ‘언약이란, 말로써 맺은 약속’이라고 까지 쉽게 풀이해 주시면서, 그 언약해 주심으로써 구원을 허락 하시던 그 모습 말입니다.
그 언약해주심을 지켜주고 또 끝까지 기다려 주겠다는 의지에 찬 그 사랑을 헤아리는 상념(想念)이 다시 저 훤히 열린 푸른 하늘가로 끝없이 이어지는듯 하는 계절. 가을은 과연, 이 땅에 사는 우리만이 누릴수 있는 특혜인듯 합니다.
수수만년 긴 세월의 반복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이어지는 일년사계(1年四季)의 정확한 순환법칙의 이행현상은, 변할수 없는 그 언약의 의미를 자연현상에 상징적으로 묘사해 둔 것 같기도 합니다. 자연의 변화현상의 주기가 어김없이 이렇듯이 하나님 언약해주심도 그 결과는 그렇게 다가오리라는 뜻으로 말입니다.
봄·여름·가을·겨울이 제 각각 철따라 우리생활에 새 활력을 주지만, 우리생각을 깊게하는 가을은 유독 그렇습니다. 그 귀한 언약·영 불변하시니·그 나라 가기까지·끝까지 지키니 등 언약과 연결지어지는 이 언어들은 나약한 자를 다시 붙들어 당겨주고 안심시켜 다시 용기를 갖게하는 등 바른 신앙의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석류알 헤아리듯, 귀하고 값진 이들의 의미를 되새겨 음미(吟味)케 하는 이 가을의 계절감도, 또 멀지 않은날, 철 따라 아쉬움으로 끝맺어 보내야 하리니…이 가을이여, 언제까지라도 이 곁에 있어 줄 수는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