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재협상과 대비책
김광석 /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미 FTA가 리뷰(재검토) 될 것은 거의 틀림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한미 FTA 재검토 의사를 수 차례 밝힌 바 있기 때문에, 한미 FTA 재협상은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의 한미 FTA 재협상 불복 시 미국의 관세보복이 국내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재협상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기 어렵다.
다만 미국이 당장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미국의 통상관련 최대 고민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및 대 중국 무역적자이다. 2016년 주요국의 대미무역흑자 현황을 보면, 중국이 3,470억 달러, 일본이 689억 달러, 멕시코가 632억 달러, 독일이 649억 달러, 이탈리아가 285억 달러로 한국(277억 달러)은 상대적으로 후 순위에 있다. 미국이 순차적으로 통상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을 전제로 할 때, 한미 FTA 재협상 시작 시점은 1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의 무역은 FTA 체결국을 중심으로 증대되어 왔다. 특히, 한국의 총 수출에서 미국 수출은 13.4%를 차지하고 있어, 한미 FTA 재협상시 상당한 수출 리스크가 발생할 것으로 판단된다. 기업들 측면에서도 비관세 혜택 추구 및 공급사슬 관리 차원에서 전략적 방향성의 변화가 요구됨에 따라 수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한미 FTA 재협상이 현실화 될 경우 자동차, 반도체 등의 산업을 중심으로 대미 수출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 발효 후 한국의 대미 수출은 5년간 연평균 3.4% 증가해 왔다. 특히, 산업별로 세분화해서 볼 경우 자동차(12.4%), 자동차부품(4.9%), 반도체(4.2%), 원동기 및 펌프(7.7%) 등이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 미국은 한미 FTA로 한국이 수출상의 수혜를 입은 업종을 중심으로 재협상을 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재협상 시 자동차, ICT, 가전, 디스플레이 등의 수출산업 분야에서 심각한 타격이 있을 수 있다.
다만 반도체의 경우 1996년 정보기술협정에 따라 이미 무관세로 거래되어 왔기 때문에, 한미 FTA 재협상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에 관한 무관세가 유지된다면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FTA 지형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첫째, FTA 지형이 크게 변화할 것이기 때문에, 기업들의 FTA 활용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새롭게 FTA를 체결할 국가를 적극 타겟팅하고, FTA 개정 및 폐기 가능성을 진단해야 한다.
둘째, 한미 FTA 재협상시 예상되는 파급영향을 면밀히 분석하여, 리스크 요인에 대해서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산업별 파급영향이 큰 분야에 대해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한다.
셋째, 중소기업들도 통상정책 및 거시경제기조를 적기에 인식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정보공유 체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들은 미국의 강도 높은 보호무역 조치에도 수출이 불안정하지 않게 유지될 수 있도록 수출시장을 다변화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미국 등 주요국에 편중된 수출구조는 이러한 위기 시 대응하기 어렵게 만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