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 하나에 면허 땄소’ (최홍순(79세) 승사 / 광주 서동교회)

최홍순(79세) 승사 / 광주 서동교회
발행일 발행호수 2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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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그라제, 낼 모레면 팔십이제.”
운전하는데 필수품인 선글라스를 쓰고 운전대에 앉으면 나이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그라제, 웨매 웨매” 말끝마다 터지는 전라도 사투리가 친근감있게 감긴다.
“그전에도 운전하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참 멋지다’ 생각했는데 2000년에야 운전학원에 등록했소. 보통학교 다닐 때 암산하면 반에서 일등을 했고 어려서 천자문과 사자소학을 금방 깨쳐서 쉽게 붙을 줄 알았는데 여섯번 만에 필기시험에 합격을 했고, 실기시험은 첫 번에 그냥 붙었어. 선생들이 박수를 치며 축하를 해줬지.”

젊어서부터 하던 소비조합. 최홍순 승사(광주서동교회)는 양말 대상(大商)이었다. 지금도 양말이 주 종목이고 간장, 두부, 요구르트 ‘런’까지, 광주뿐 아니라 인근의 화순에서부터 장흥 여수 순천 고흥 벌교… 예전에 고속버스로 2시간 걸려 가던 곳을 이제 손수 운전하며 한시간 30분에 간다는데 대부분 예전부터 거래를 해오던 이들이다. “80킬로를 놓고 달려야 하는데 어찌나 차들이 달리는지, 어쩔 수 없어, 나도 같이 가야제. 국도에서도 100, 120킬로씩 달리는데 고속도로에선 오죽 허겄소.”
운전하고 가다가 신호등에 걸려 서있으면 옆의 차가 ‘빵’하고 먼저 창문을 열며 ‘시도를 걸어’온단다. 나이가 몇이냐는 물음에 대답을 해주면 열이면 열, 엄지를 치켜 세우며 ‘화이팅’을 외치고 간다고. 지난 여름 영암에선 사진기를 들고 다니는 중년의 남자가, 지역신문 기자인지 사진을 찍겠다고 하도 사정하여 잠시 모델이 되어주기도 했다.

운전 하기전 매일 걸어서 다닌 새벽예배
후회없는 시간을 사는 것이 가장 현명해
‘언어의 실수’는 늘 경계하며 조심해야

새벽예배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다니는 최 승사가 운전을 하기 전에는 걸어서 새벽예배를 다녔다. “교회에서 가장 멀리 살 때는 한 시간 40분을 걸었제. 남자도 내 걸음을 못 따라오제.”
매일 새벽마다 걷기로 다져진 건강인가, 다부진 몸매에 지금도 돋보기 없이 장부를 작성한다.

“날 봐도 그렇고 젊은이들을 보면서도 그라제. 시간이 느그들을 안 기다려준다. 후회없는 시간을 산 사람이 제일 현명한겨. 오늘 내가 간다고 해도 부끄럼 없이 살았다 싶게 살아야제.”
젊은이들에게 인생의 선배, 신앙의 선배로서 해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묻자 “인생에 조심할 것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하게 되는 ‘언어의 실수’. 생각은 여러 번 하고 말을 한 번 하랬는데 언어의 실수로 신앙도 까먹는 경우도 봤어. 조심해야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기쁘고 즐겁고 보람있는 일이라는 최 승사에게 어떤 기쁨이냐고 묻자 “그 기쁨은 자신만 알지, 남은 모르지. 운전하고 가다가도 ‘하나님’하고 세 글자를 부르면,(목소리가 흔들리더니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건 기쁨의 눈물이고, 그 세 글자 안에 주시는 지혜와 답이 다 있어.”

51년 전 하나님 처음 뵙던 때를 이야기하며 지금도 영화 필름처럼 생생하다는 최 승사. “하나님이 계신데 뭔 걱정이 있소.” 그 음성이 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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