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빙하 붕괴가 불러온 초대형 홍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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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6일 네팔 북부 히말라야에서 발생한 대홍수로 네팔과 중국 티베트 지역에 걸쳐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재난은 단순히 많은 비가 내려 강물이 불어난 홍수가 아니었다. 히말라야의 랑탕 리룽(Langtang Lirung) 산 일대에서 빙하와 암석이 대규모로 붕괴하면서 발생한 산사태가 계곡으로 쏟아져 들어간 것이 직접적인 시작이었다. 이후 물과 얼음, 바위와 토사가 거대한 흐름을 이루며 약 100㎞에 걸쳐 하류 지역을 휩쓸었다.

마을 위 높은 곳에서 촬영된 이 영상은 갑작스러운 홍수의 규모를 보여주는데, 영상 시작 36초 만에 나무슐리 마을의 강을 가로지르는 트리슐리 다리가 무너져 내리면서 완전히 유실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ABC News)

◆ 빙하와 암석이 무너지며 시작된 재난

사고는 8월 26일 오전 랑탕 리룽 산 북쪽 사면에서 발생했다. 대규모 빙하와 그 아래 암석이 한꺼번에 떨어져 나가면서 거대한 암석·빙하 사태(rock-ice avalanche)가 발생했다. 무너진 물질은 높은 산에서 계곡 바닥으로 빠르게 내려오면서 주변의 암석과 흙까지 휩쓸었다. 이 과정에서 랑탕 지역의 지류인 렌데 콜라(Lhende Khola)의 물길을 막았다가 붕괴시키면서 강력한 홍수파가 하류로 퍼져 나간 것으로 분석된다.

빙하와 암석이 계곡 바닥으로 충돌할 때 발생한 충격은 매우 컸다. 유럽우주국(ESA)은 위성 자료 분석을 통해 당시 충격이 규모 5.2의 지진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진이 발생해 산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 거대한 빙하와 암석이 붕괴하면서 지진과 비슷한 진동이 발생한 것이다.

◆ 물만이 아닌 ‘얼음·바위·토사’가 밀려왔다

이번 홍수가 일반적인 하천 범람보다 훨씬 파괴적이었던 이유는 물과 함께 엄청난 양의 얼음과 암석, 토사가 움직였기 때문이다.

붕괴한 빙하와 암석은 하천을 따라 내려오면서 주변의 흙과 돌을 추가로 끌어모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거대한 물과 토사의 흐름은 하천 주변의 마을과 도로, 교량, 국경 시설, 수력발전소 등을 차례로 휩쓸었다. 홍수파는 약 100㎞를 이동하면서 더 많은 물과 토사를 끌어들여 피해 규모를 키웠다.

특히 트리슐리강 계곡에는 여러 수력발전 시설이 들어서 있어 피해가 컸다. 당시 약 900명의 수력발전소 근로자가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으며, 일부 근로자들은 갑작스럽게 밀려든 토사에 막힌 터널 안에 고립됐다. 터널 일부는 15~30m 깊이의 토사와 암석에 묻힌 것으로 조사됐다.

◆ 왜 피해를 피하기 어려웠을까?

이번 재난은 발생 속도가 매우 빨랐다는 점도 피해를 키운 요인이다. 산사태로 발생한 홍수파가 계곡을 따라 빠르게 내려오면서 하류 지역 주민들이 대피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더욱이 히말라야의 깊은 산악 지역은 도로와 통신시설이 제한적이어서 재난 발생 직후 구조대가 현장에 접근하기도 어려웠다. 홍수에 휩쓸린 도로와 교량이 추가로 파괴되면서 구조와 수색 작업은 더욱 늦어졌다.

◆ 기후변화가 원인일까?

이번 재난을 “기후변화 때문에 발생했다”고 단순하게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이번 홍수의 직접적인 원인은 랑탕 리룽 일대에서 발생한 빙하·암석 붕괴와 그에 따른 산사태 및 돌발홍수다.

다만 기후변화는 히말라야에서 이 같은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이는 장기적인 위험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온이 상승하면 빙하가 녹고 산악 지역의 얼음과 암석을 지탱하던 환경이 변하면서 산사면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 역시 급격한 기후변화가 진행되는 히말라야 지역에서 빙하와 산악 지형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재난을 예측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 사망 1,400명 육박…실종자 수색 계속

현지 시각 9월 13일 기준, 네팔에서는 1,357명이 숨지고 5,326명이 실종됐다. 13,583명이 구조됐으며 6,827명이 부상을 입었다. 중국 티베트에서도 43명이 사망하고 519명이 실종돼 네팔과 티베트를 합치면 약 1,400명이 숨지고 5,845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 기후변화 피해에 국제사회 보상 요구

네팔 정부는 이번 대홍수를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로 보고 국제사회에 보상과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중국·미국·인도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의 책임을 언급하며 국제적인 기후재정 체계를 통한 지원을 촉구했다.

이번 홍수로 인한 물리적 피해액은 약 2조 4천억 원, 복구·재건에는 약 6조 4천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또한 수력발전시설 피해로 전력 부족이 발생하자 인도는 12월 31일까지 하루 최대 654MW의 전력을 네팔에 공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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