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평화의 길
정성장 /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방안에
한·미가 보다 전향적으로 호응하면
북한에 더욱 진전되 비핵화 조치를
요구할 수 있으리라 전망
2017년까지만 해도 남북 및 북·미 대화를 거부하면서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에 매달렸던 북한이 2018년 1월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통해 갑자기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사와 남북한 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 지난 2월 9일 올림픽 개막식에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을 특사로 하는 고위급대표단을 파견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평양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이후 남북 간에는 세 차례나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고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도 개최되었다.
그리고 2018년에 핵 문제와 대외관계에 대한 북한의 정책은 ① 남북대화 모색과 비핵화 협상 거부 단계 ② 북미대화 및 비핵화 협상 검토 단계 ③ 핵실험 중단 및 비핵화 협상 의지 대외 천명 단계 ④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합의 단계 ⑤ 북미 최고지도자 간 신뢰구축 단계 ⑥ 북한 비핵화 진전과 한반도 종전선언 교환 모색 단계 ⑦ 비핵화 시한과 내용 구체화 및 대북 제재 완화 추구 단계의 7단계를 거쳐 변화해왔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비핵화 문제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은 남북 및 북·미 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가 병행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에게 일방적으로 비핵화 일정표를 요구하는 것은 북한이 절대로 수용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 비핵화 일정표와 그에 상응하는 국제사회의 상응조치 일정표에 대한 합의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북한 비핵화가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현 임기 내에, 즉 2021년 1월 이전까지 북한의 비핵화를 5단계에 걸쳐 진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선 1단계에서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영구폐기하고, 2단계에서 북한 중장거리 미사일의 50%를 해외 반출하며, 3단계에서는 나머지 50% 중장거리 미사일도 반출하고, 4단계에서는 북한 핵탄두와 핵물질의 50%를 해외 반출하고, 마지막 5단계에서는 나머지 50% 핵탄두와 핵물질을 반출하면서 각 단계별로 국제사회가 북한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정부는 먼저 북한 비핵화의 1단계에서 김 위원장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제시한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 카드에 대해 한·미가 상응조치로 무엇을 제시할지 조기에 합의에 도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북한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상응조치’에 남북 당국이 모두 희망하고 있는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 그리고 남북한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공사 개시 등을 포함시켜 한국의 이익이 최대한 반영되게 해야 할 것이고,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4자 협상’ 개시도 포함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이 이미 지난 9월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라는 실질적 비핵화와 관련된 중요한 카드를 제시한 지금의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이나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 추진보다 김 위원장의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 카드에 대한 한·미의 ‘상응조치’ 카드를 신속히 마련해 제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만약 북한의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 방안에 대해 한·미가 보다 전향적으로 호응한다면 이후 김 위원장의 답방이나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는 더 신속하고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고, 이를 계기로 북한에게 제2단계, 제3단계의 비핵화 조치도 요구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