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라고 하지 말라” EU가 금기어로 지정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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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1일(현지 시각) 바티칸에 세워진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앞을 지나가고 있다./AP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크리스마스’라는 말은 차별적인 말이라며 이를 사용하지 말라는 내부 지침을 발표했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 일지오르날레는 지난 1일(현지 시간) 유럽연합이 성별과 인종, 문화, 종교로 인한 낙인과 차별방지를 위해 용어 사용에 주의하자는 취지로 ‘포용적 소통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문서에는 사용하지 말아야 할 용어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용어 등이 구체적으로 나열됐다. 대표적으로 남성 대명사를 사용하지 말고, ‘체어맨’(Chairman) 대신 ‘체어’(Chair), ‘레이디스 앤 젠틀맨’(Ladies and gentlemen) 대신 ‘컬리그’(Colleagues) 사용을 권고하는 식이다.

그런데 ‘크리스마스(Christmas)’가 사용 금지 단어에 포함됐다. 모든 EU 직원이 기독교인은 아니며, 모두가 기독교 휴일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사람들이 서로 다른 종교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민감하게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대신 ‘홀리데이(Holiday)’라는 용어를 쓸 것을 권고했다. 또한 가상의 부부를 언급할 때 쓰는 ‘마리아와 요한’을 ‘말리카와 훌리오’로 대체하며 일반적으로 한 종교에서 나온 이름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이에 교황청은 반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6일 기자회견에서 EU의 차별 금지를 위한 내부 지침을 두고 ‘이념적 식민화’라며 독재에 비유했다.

그는 이 문서가 시대착오적이라며 “역사적으로 많은 독재정권이 이 같은 일을 시도했다”고 덧붙였다. 또 “유럽연합은 건국 선조들의 이상을 받아들여야 하며, 이념식민화의 길을 닦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는 국가를 분단시키고, 유럽연합을 망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프란치스코는 이달 초 그리스를 방문하며 “유럽 지도자들이 종교적, 인종적, 문화적 차이를 환영하고 통합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유럽연합은 해당 내부 지침 문서는 진행 중인 작업이었다며, 추후 업데이트 된 버전을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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