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 물질로 시신이 아름답게 피어나다

제가 전도관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돌아가신 저희 시어머님(故 김신도 권사)을 통해서였습니다.
의정부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는 1947년 스무 살 되는 해에 결혼한 후에도 시댁인 의정부읍 자일리에서 생활하였습니다. 10남매의 맏며느리로 시골 농사 큰살림을 도맡아 하며 하루하루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냈습니다.

태어나서 백일 무렵부터 아프기만 하다가 죽은 아들
몸이 굳고 푸르둥둥하게 피부색이 변해 너무나 안쓰러워
축복 물질로 씻기자 곱게 피어나 마음에 큰 위로를 받아

저희 시어머님은 모태 적부터 믿어 온 감리교인으로 여기저기 부흥집회를 찾아다닐 만큼 열심이셨습니다. 그러던 중 1958년경 어느 날 의정부 읍내에 다녀오시더니, 저에게 그곳에서 있었던 얘기를 들려 주셨습니다. 같은 교회에 다니는 집사님이 “전도관에서 병이 낫는 이적이 일어난다더라.” 하며 같이 가 보자고 해서 따라갔었다고 하셨습니다. 그 집사님과 함께 가서 기도를 드리고 있으니 얼마 후 전도사님이 단에 서셨는데, 천장에서부터 단상 있는 데로 불기둥이 쫙 내리뻗더니 그 순간 시어머니 마음이 뜨거워지면서 눈물이 쏟아지고 마음속 깊이 뉘우치는 기도가 나왔다고 하셨습니다. 그동안 은혜를 받으려고 부흥회마다 다녀 봐도 마음이 답답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참길을 찾았다고 하시며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그때부터 시어머니는 다니던 교회를 그만두고 의정부전도관으로 나가시게 되었습니다. 저는 시어머니를 따라 전도관에 가끔 가 보기는 했지만, 집안 살림과 어린 아이들 뒤치다꺼리로 여유가 없어 계속 다니지는 못했습니다.
그 후 몇 개월이 지난 때였습니다. 한동안 저희 집에 와 계시던 시어머니의 친정 작은아버지께서 낙상을 당해 며칠 앓으시다가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시어머니는 운명하시기 전 숨을 몰아쉬고 괴로워하시는 작은아버지 옆에서 계속 찬송과 기도를 하셨습니다. 그 할아버지가 숨을 거두시고 몇 시간 뒤 의정부전도관에서 전도사님과 교인들이 오셨습니다. 그분들은 시신을 모셔 둔 방에 들어가서 둘러앉아 손뼉을 치며 찬송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시신은 전도사님과 남자 교인들이 씻기셨는데, 홑이불을 젖혔을 때 드러난 푸르죽죽한 시신의 모습을 보고 저는 섬뜩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심부름을 하느라 왔다 갔다 하면서 그분들이 찬송 부르며 시신 씻기는 모습을 처음 보게 되었습니다. 물을 데워다 달라고 하여 가져다 드리니 박 장로님께서 축복해 주셨다는 캐러멜 몇 알을 그 물에 녹여 시신의 몸을 씻어 주었습니다.
찬송이 몇 시간 동안 이어졌습니다. 처음에 빳빳하게 굳었던 시신은 다리에서부터 점점 부드러워지기 시작하더니, 몸 전체가 자유자재로 움직여지는 것이었습니다. 피부 색깔도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할아버지는 원래 피부가 검은 편인데다 돌아가시고 시간이 지나자 퍼렇게 변했었는데, 그런 피부가 아주 뽀얗고 깨끗해진 것입니다. 거뭇거뭇 보이던 검버섯과 주름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돌아가신 분이라고는 도저히 생각이 안 될 정도였습니다. 저는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동네의 많은 사람들이 문상을 왔습니다. 이분들은 관에 모셔진 시신의 고운 모습에 놀라고, 또 전도사님이 시신의 팔과 고개를 움직이며 보여 주자 “참 신기한 일이다.”, “이 나이 먹도록 시신을 많이 봐 왔지만 이런 시신은 처음이다.” 하며 탄복을 했습니다. 전도관에 다니고 싶다는 말을 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시어머니께서는 저희 집 사랑방에 기도처를 만들자고 하셨고, 얼마 후 전도사님까지 모시게 되어 자일리에도 전도관이 생겼습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예배 시간 때였습니다. 찬송을 부르고 있는 중 갑자기 아주 좋은 냄새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살아오면서 어디에서도 맡아 보지 못했던 향기로운 냄새가 예배실 안을 가득 채운 것 같았습니다. 예배를 마치자 교인들이 서로 예배 시간 중에 났던 냄새가 무슨 냄새였냐고 이야기를 했는데, 전도사님은 그것이 바로 향취 은혜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사랑방에 모이는 교인들이 하나 둘 늘어 가면서, 저희들은 제단 건물을 짓자고 의견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저희 집 밭을 터로 삼아, 젊은이들이 주축이 되어 진흙으로 벽돌을 찍어 쌓아 올리고, 산에서 나무를 베어 서까래를 얹었습니다. 1958년 늦가을부터 공사가 시작되어 해를 넘겨 아담한 제단이 세워지게 되었습니다.
그 후 1960년경 시동생의 사업이 잘못되어 논밭이 팔리는 바람에 저희 가족들은 흩어져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시부모님은 서울 돈암동으로 이사를 가셨고, 저와 남편은 의정부 읍내에 나와 살았습니다. 당시 저는 남편의 심한 반대로 의정부제단이 가까이 있어도 나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읍내에서 얼마간 살다가 다시 자일리로 돌아왔을 때의 일입니다. 태어난 지 몇 개월 안 된 다섯째 아들이 감기로 무척 고생을 하였는데, 주사와 약도 소용없이 열이 오르고 자꾸 경기를 하였습니다. 하는 수 없이 아이가 심하게 까무러칠 때마다 읍내에서 잘한다는 한약방에 데리고 가서 침을 맞히곤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한약방에 다녀와 아이를 눕혀 놓고 집 앞 개울에 빨래를 하러 나갔는데, 남편이 빨리 오라고 큰 소리로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어떻게 됐나 하는 마음에 급히 뛰어 들어오니 남편 품에 안겨 숨을 거둔 상태였습니다. 아이를 방에 눕혀 놓은 후, 시어머니께 소식을 전하려고 서울로 사람을 보냈습니다. 처음 당하는 일이라 당황이 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하여 시어머니가 오실 때까지 바깥에서 계속 서성이기만 했습니다.
몇 시간 후 시어머니께서 의정부제단 전도사님과 교인들을 모시고 오셨습니다. 아이는 목까지 올라오는 초록색 스웨터를 입혔었는데, 그 사이 몸이 빳빳하게 굳어 옷을 가위로 잘라 벗겼습니다. 아이의 온몸은 매를 맞은 것처럼 벌긋벌긋하고 군데군데 퍼런빛을 띠어 너무나 안쓰러웠습니다. 시어머니는 하나님께서 축복해 주신 손수건이라며 하얀 옥양목 수건을 아이의 얼굴에 덮어 주셨습니다. 교인들과 함께 찬송을 부르면서 축복 캐러멜 녹인 물을 아이한테 발라 주었는데, 빳빳하게 굳었던 몸이 노긋노긋해지고 멍이 든 것처럼 얼룩덜룩했던 피부가 뽀얗게 피는 것이었습니다. 또 얼굴에 덮어 두었던 수건을 들춰 보니, 아기 얼굴이 너무나 예쁘고 입술이 빨간 게 꼭 금방이라도 눈을 떠서 살아날 것만 같았습니다. 백일이 갓 지나서부터 아프기만 하다 간 아이라 가슴이 저미는 듯 했지만, 편안하게 눈을 감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저는 마음의 위로를 받았습니다. 아이가 곱게 피어 가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남편은, 그동안 제가 제단에 나가는 것을 반대하였는데 이제는 제 마음대로 교회에 다니라고 하였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