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포트라이트’ 실존모델, 가톨릭 성학대 고발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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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2월 15일에 자택에서 찍은 필 사비아노의 사진(출처: AP)

가톨릭 성직자들의 아동 성범죄와 이를 은폐한 가톨릭 조직을 고발하는 내용의 영화 ‘스포트라이트’의 실존 인물 필 사비아노가 사망했다.

11월 2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은 미국에서 수십 년에 걸친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범죄를 폭로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필 사비아노가 6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필 사비아노가 가톨릭 성범죄를 고발하게 된 이유는 그도 어린시절 사제 성범죄의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11살에 고해성사를 하러 세인트데니스 성당에 갔던 사비아노는 가톨릭 사제 데이비드 홀리에게 성행위를 강요당했다. 그 후로도 사비아노는 홀리 사제가 다른 교구로 옮기기 전까지 계속해서 성학대에 시달려야했다.

사비아노는 피해사실을 30년 넘게 숨기고 살았다. 그러나 1992년 홀리 사제가 다른 지역에 가서도 아동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기사를 읽고 더 이상은 숨기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는 영국 데일리 메일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날은 인생을 바꾸는 순간이었습니다. 그가 나에게만 범죄를 저질렀을 거라는 생각이 얼마나 순진한 것인지 깨달았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해당 가톨릭 교구에 소송을 제기했고, 가톨릭교회는 사비아노에게 거액을 제시하며 비밀 유지 계약에 서명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동안 가톨릭이 성범죄 피해자들을 회유해 입을 막았던 전형적인 방식이었다. 그러나 사비아노는 이를 거절하고 피해자들을 모아 더 많은 사제 성범죄에 관한 자료를 수집했다. 2002년에는 보스턴 글로브지의 스포트라이트 팀이 가톨릭 성범죄 사건을 추적하는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며 매우 큰 역할을 했다.

2016년 개봉한 영화 스포트라이트 포스터

그 결과, 스포트라이트 팀은 보스턴 교구에서 최소 70여 명의 가톨릭 사제가 아동 성범죄를 일삼았으며, 가톨릭교회가 이를 알면서도 해당 사제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등 조직적으로 범죄를 은폐해왔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기사는 미 전역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비슷한 피해 제보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후 보스턴 글로브지는 600개에 이르는 후속기사를 냈고, 이로 인해 가톨릭 사제 249명이 성추행으로 형사 법정에 서야만 했다.

필 사비아노는 그 뒤로도 가톨릭 성범죄에 대해 꾸준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보스턴에서 아동성범죄를 일으킨 사제를 은폐해준 버나드 로 추기경이 2017년 로마에서 사망하자 “그가 자신의 창조주와 대면했을 때 이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보스턴 글로브지의 스포트라이트 팀원이었던 마이크 레젠데스는 “필 사비아노는 자신의 피해사실을 들려주며, 이 끔찍한 사건을 보도할 수 있는 결의를 심어줬다”고 했다. 이어 “그는 용감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사비아노의 죽음을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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