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전문의 김효명 교수의 건강 칼럼(3)
노안(老眼)어느 날 외래에 40대를 갓 넘긴 듯한 남자분이 와서는, 요즘 쉽게 눈이 피곤하여지고 사물이 초점이 잘 안 맞는다 하며, 전에 난 기사를 보니 혹시 백내장 초기 증상이 아닌가 걱정되어 왔다고 했다. 다행히 검사를 해본 결과, 백내장 같은 눈 속 질환들은 발견되지 않았고 원거리 시력도 아주 정상이었으나 근거리 시력이 조금 떨어져 있는, 즉 전형적인 노안의 초기 증상이었다. 즉 노안이란 이야기다. 이런 경우에 환자에게 곧이 곧대로 ‘노안이시네요’라고 이야기하면 ‘이 나이에 웬 노안?’, 혹은 ‘아!, 벌써 나도 늙어 가는구나’ 하며 병명을 알아서 좋아 하기 보다는 마음 속에 오히려 다른 병을 얻어 가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아왔기 때문에, 당시 환자분에게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시지만 눈은 그동안 많이 혹사시켜 오셨나보네요. 초점 맞추는 능력이 조금 감소해서 그러니, 앞으로는 세상을 가까운 것 보다는 멀리 내다 보며 사세요!”라고 우회적으로 이야기하여 주었던 기억이 난다.
현대 의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조금만 있으면 평균 수명이 100세를 넘길 것이라는 기대도 곧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신체 구석구석의 기능이 점차 떨어지는 것은 아직 어쩔 수 없는 실정이다. 우리가 어떤 물체를 보려면 수정체를 둘러싸고 있는 모양근이라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수정체가 볼록한 모양으로 변형되면서 초점을 맞추게 되는데, 나이가 들면서 모양근의 수축 기능이 약해진다. 아울러서 수정체 자신도 딱딱해지면서 볼록해지는 것이 점차 어렵게 되고 그 결과 가까운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며, 이를 노안이라고 부른다. 이 환자처럼 40세가 지나면서 증상을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45세 정도를 고비로 노안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더 흔하다.
또한 직업이나 환자의 원래 눈 굴절 상태에 따라서도 증상 발현 시기에 많은 차이가 난다. 즉 원시(먼 거리를 볼 때에도 볼록렌즈 안경을 착용하여야 하는 경우)가 있거나 평소에 책이나 컴퓨터 같이 가까운 곳을 오래 보아야 하는 분이라면 노안 증상을 빠르게 느끼게 된다. 노안은 일단 증상을 느끼게 되면 나이가 들면서 점차 더 심해지며, 60세 정도까지 지속적으로 증상 악화를 경험하게 된다.
노안을 교정하는 가장 흔한 방법은 가까운 곳을 볼 때 돋보기 안경을 착용하는 것으로, 약 1-2년 마다 안경 도수를 변경시켜 주어야 한다. 원래 안경을 착용하던 분들이라면 다초점렌즈를 사용하면 안경에 표시도 나지 않으면서 원거리, 근거리 모두 하나의 안경으로 잘 볼 수 있어서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단 처음에는 약간 어지럽다고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2-3주간 적응 기간이 필요한 분도 있을 수 있다.
노안을 수술로 교정할 수 있냐고 물어 보시는 분들을 종종 보는데, 대답은 물론 가능하다이다. 수술은 크게 백내장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로 나누어 하는데, 백내장이 없는 경우에는 젊은 근시 환자에게 많이 시술되고 있는 엑시머레이저를 사용하여 노안을 교정한다. 이 수술법은 비교적 최근의 방법으로서 현재까지 원래 안경을 착용할 정도의 원시나 근시가 있는 환자에게는 효과가 아주 좋은 편이지만 평소에 정시인 경우에는 그 결과가 아직까지 완벽하진 않다. 또한 양안 중에서 한쪽 눈만을 약간의 근시로 만들어 주어서 돋보기의 도움 없이 근거리를 볼 수 있게 만드는 방법도 있는데, 이를 단안시라고 한다. 즉 한 눈은 먼 곳이 잘 보이게 하고 다른 눈은 가까운 곳이 잘 보이게 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노안과 더불어 수정체에 백내장이 있는 경우라면, 지난 번 백내장 편에서 설명 드린 것처럼 백내장을 초음파로 제거한 다음 다초점렌즈를 눈 속에 집어넣어 줌으로써 노안과 백내장을 한꺼번에 교정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시신경에 이상이 있거나 당뇨망막증, 노인황반변성과 같은 망막 질환이 없어야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대안암병원 안과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