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이 가야할 길

황성빈 / 세종대 분자생물학과 교수
발행일 발행호수 2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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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빈 / 세종대 분자생물학과 교수

최근 한 전직 대통령이 현 정부를 ‘독재정권’이라 공격하여 많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자살을 택한 한 전직 대통령도 현 정부에 대하여 ‘많은 말씀’을 하였었다. 민주사회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은 그 무게 때문에 그 언행에 신중을 기하고 또 기해야 한다.

첫째, 전직 대통령은 자신의 의견을 대중에게 표현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전직 대통령은 한 개인이기 전에 4천만 국민을 대표하던 공인이었고 이는 퇴임 후에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자신의 의견은 한 개인의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무게’를 지닌 공인의 의견이다. 그 막대한 영향력 때문에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가급적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자칫하면 국민의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키고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둘째, 전직 대통령은 본인의 철학과 다르다 해도 가급적 현 정부를 비판해서는 안된다. 현 정권은 국민이 민주적으로 직접 선택한 것이다. 단 한 표 차이라 하더라도 민주적 선거에 의하여 선택된 정권에 대해서는 그 권위를 인정해야 한다.
이념과 정책이 나의 것과 다르다고 해서 현 정권을 비판하고 공격하는 것은 민주적인 것이 아니다. 일부 세력이 주장하는 ‘민주주의의 위기’는 현 정부 때문이 아니라 바로 ‘나와 다른 철학을 가진 정권을 인정 못하는 현 일부 세력의 그릇된 자세’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자각하여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본질은 ‘다양성의 인정’ 즉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는 자세’이다. 현 정권은 지난 10년간의 좌파 정권에 대한 절망에서 창출되었다. 따라서 비판보다는 지난 과거를 반성하고 현 정권이 잘 하도록 뒤에서 ‘격려 및 조언’을 하여야 하는 것이 전직 대통령이 해야 할 역할일 것이다.

셋째, 전직 대통령은 ‘어떤 형태의 세력화’도 경계 자제해야 한다. 전직 대통령도 한 인격체로서 자신의 이념과 철학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위에서 지적하였듯이 ‘전직 대통령이라는 무게에서 나오는 영향력’ 때문에 개인적인 표현이라 하더라도 더 이상 개인이 아니라 공인 또는 다수의 의견으로 왜곡 인식되어질 수 있다. 나아가 이는 곧 쉽게 집단화 또는 세력화 되어질 수 있다. 정치적이던 비정치적이던 전직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여 형성되는 세력화는 현 정권에게는 매우 부담스러운 존재이며 정치적 사회적 갈등 및 혼란을 유발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전직 대통령은 자신도 모르게 형성될 수 있는 세력화를 경계 및 방지함으로써 현 정권에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적 관계였던 전 현직 대통령이 위기 앞에서 한 목소리를 내는 선진국의 모습은 언제쯤 우리의 자화상이 될 수 있는 것인가? 불과 100년 전까지 왕을 섬겼기에 전직 대통령도 왕처럼 섬기는 이 순수한 민족을 자신의 세력으로 왜곡하지 않고 진정으로 존중할 수 있는 대통령은 언제쯤 나올 수 있는 것인가? 지난 과오를 반성하는 전직 대통령은 언제쯤 나올 것인가? 우리 국민은 언제쯤 ‘나와 다른 생각’과 소통하며 함께 지낼 수 있는 것일까? 모두가 각자 자신을 돌아보고 남보다는 자신을 탓해야 우리의 민주주의가 성숙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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