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과 과제
유호열 / 고려대 행정대학원장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지난 10년간 추진되었던 햇볕정책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토대로 북한과 주변정세 변화를 감안하여 새로운 대북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햇볕정책은 2차례 남북정상회담의 개최를 비롯하여 당국간 대화 및 각종 남북교류협력의 확대와 이산가족상봉 등 가시적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핵문제에 대한 미흡한 대응과 북한 인권문제를 비롯하여 북한체제의 개혁·개방에 대한 소극적 자세, 그리고 무엇보다 남북관계에서 지나치게 북한의 눈치를 살피느라 원칙없이 접근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 동안 북한에 대해 매년 수십만톤의 쌀과 비료를 제공하는 등 수 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혜택을 베풀었음에도 북한의 대남자세와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했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에 대하여 출발부터 비판적 자세로 공세적 압박을 늦추지 않고 있다. 북한 당국은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아 개성공단내 남북경협사무소 우리측 공직자 11명을 강제로 철수시켰다. 국회청문회 자리에서 행한 김태영 합참의장의 발언을 ‘선제공격’으로 규정하여 발언 취소와 사과를 요구하고 군사적 보복조치를 운운하는 등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더니 ‘비핵·개방·3000’에 대해 북한체제를 모독하고 북한을 흡수통일하려는 불순한 계략이라며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을 ‘역도’라 지칭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불만과 공세적 압박에 대해 아직까지 맞대응은 자제하고 있다. 다만 북한이 오해하고 있거나 추가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해명과 함께 진정성 있는 대화 재개를 촉구하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념의 잣대’가 아니라 ‘실용의 잣대’로 남북관계를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반영하는 듯하다. 북핵문제의 우선 해결과 북한 인권문제 등에 있어 ‘할 말은 하면서’ 남과 북이 호혜적 상호주의에 입각하여 상호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자는 원칙에 충실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향후 5년간 대북정책의 원칙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남북관계를 지혜롭게 풀어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새로운 차원의 남북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남북 당국간 대화가 조속한 시일 내에 재개되도록 하여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당국자들도 언급했듯이 기존의 남북간 합의는 존중하되 남북대화가 재개되면 변화된 현실과 역량을 감안하여 구체적 이행에 관한 재조정이 이루어지도록 북한 당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실용정부가 남북관계에서의 실용적 잣대로 접근하는 일일 것이다.
긴밀한 한미관계의 구축은 북미관계와 남북관계 개선을 동시에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중국은 금년 8월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한반도 주변 정세의 안정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방지하고 남북관계를 선순환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격상된 한중관계를 최대한 활용하여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남북관계를 국제관계의 틀 속에서 풀어나가고자 하는 이명박표 대북정책의 첫 성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