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압박외교의 효과와 과제
홍현익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금년에 남북관계가 정면 대결 국면으로 급격히 악화됐다. 근본 원인은 연속적인 북한의 도발이지만 한·미의 압박 일변도 외교로 대립이 더 심화됐다. 이런 맥락에서 1985년 미 재무부의 BDA제재가 북한 정권에게 고통만 주었을 뿐 1년 뒤 1차 핵실험으로 이어져 실패로 끝난 것을 상기할 때, 정부의 대북 압박 외교가 이번에는 북핵문제 해결이나 북한의 태도변화 등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가 주목된다.
우려가 앞서는 것은 만약 또 다시 압박이 실패하면 핵미사일을 가진 북한과 냉전적인 정면 대결을 벌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한의 핵 보유시 주한미군에 사드가 배치되고 한·미·일동맹이 획기적으로 강화되면서 한·중, 한·러, 미·중, 미·러 관계도 악화될 가능성이 크므로 우리는 대북 안보 위기와 함께 새로운 냉전적 대립구도 속에 처하고 한국 경제도 막대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제까지 국제제재는 오랜 세월 뒤에야 그 효과가 나타났다는 게 우려스럽다. 미국은 베트남에게 44년,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에게 31년, 이란에게 36년, 쿠바에게 53년의 제재를 가한 뒤에야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성과를 거두기전에 최소 1년 이상 동안 인내심과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협상을 한 점도 현재 한·미의 제재 일변도 정책과는 부합하지 않는다. 유엔제재는 회원국들이 이행을 소홀히 해도 도덕적인 비난만 받는다는 점도 제재에 큰 기대를 갖기 어렵게 만든다. 이란, 리비아와 달리 북한은 자력갱생 경제를 유지해왔으므로 무역 제재가 큰 효과를 보기 어렵고, 이들이 원유수출국인 것과 달리 변변한 수출품이 없으므로 무역 제재를 풀기 위해 양보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더구나 북한의 대외 교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은 항공유를 제외한 석유를 공급하고 민생용이면 석탄 등 자원 수입도 지속할 것임을 이미 안보리 결의안에 명기했다. 따라서 대북 제재 일변도 정책은 박근혜 정부의 임기 내에 북한의 양보를 도출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또한 중·러는 안보리결의안이 대북 제재와 함께 북핵문제의 대화를 통한 해결 노력을 규정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한·미가 제재와 북한과의 대화를 병행하지 않으면 자신들도 제재에 충실하지 않을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제재가 동북아의 군비경쟁을 부추기거나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 악용돼서도 안된다면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한미연합훈련 자제를 주장하고 있다.
결국 한·미의 압박 일변도 정책이 적어도 중단기적으로는 성공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설사 북한이 양보적으로 협상에 나오더라도 미·중, 미·러, 한·중, 한·러 관계가 악화된 가운데 북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정부는 북한 핵 보유시 최대 피해국이 우리임을 자각하고 6자회담과 한반도 평화협정 협상을 위한 4자회담의 병행 개최를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하다. 또한 창의적인 제안을 마련하여 북핵을 동결시키면서 회담을 재개하고, 상호안보와 동시행동의 원칙에 입각해 북한의 핵 포기를 얻어냄으로써 한반도의 평화통일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