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종교 탐구 <31> 환각으로 신의 존재가 증명되는가
세계 종교 탐구 <31>일반적으로 신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신과 종교를 믿는다. 어떤 이들은 신의 존재를 체험했다고 간증한다. 주로 ‘신을 보았다, 신을 만났다,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얘기들이다. 이러한 생각은 신의 존재에 대한 증거로 여겨지며 종교의 발생과 확산, 유지에 도움이 되었다. 이번『세계 종교 탐구』에서는 그들이 증거한 것이 과연 신의 존재인지 검토해 볼 것이다.
▣ 환각을 종교 현상으로 여기다
인간은 종교적 동물이라고 한다. 원시 문명에서 현대 문명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종교는 어떤 형태로든 존재했다. 자연이나 조상, 신 등의 존재를 믿고 숭배하며 현세와 미래의 복을 기원하는 마음은 다른 동물들과 구분되는 인간의 본능이다. 인간은 초월적 존재와 소통하고자 했고, 이를 도운 것은 ‘실제 감각으로 느낄 수 없는 사물이나 사건을 인식하는 경험’인 ‘환각’이었다.
2021년 3월 국제 학술지 ‘Time & Mind’에는 고대 동굴 벽화의 대다수가 환각 상태에서 그려졌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연구진은 4만 년 전부터 1만 4000년 전에 그려진 여러 동굴 벽화를 분석했고,<자료1> 이를 바탕으로 고대의 사람들이 왜 동굴 깊숙한 곳에 작품을 그렸는지 설명했다. 동굴을 환하게 밝히기 위해 불을 쓰면 산소 농도가 떨어져 저산소증이 나타나 환각이나 유체 이탈을 경험하게 되는데, 이런 상태에서 벽화를 그리는 것은 우주와 상호작용하는 것을 돕기 위한 의도적인 선택이었다고 한다. 때문에 연구진은 벽화를 동굴 예술이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한다. 미술 작품이 아니라 무언가와 이어지기 위해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연구진이 조사한 것은 최고 4만 년 전의 벽화지만, 세계 각지에서 6만 4천 년 전, 7만 3천 년 전의 동굴 벽화나 11만 5천 년 전 벽화를 그리기 위한 빨간색, 노란색 안료가 담긴 용기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인간은 알려진 것보다 더 오래전부터 종교적인 사고와 활동을 하고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동굴 벽화 중에는 황홀경 상태의 샤먼들이 묘사된 경우가 많다. 일례로 아프리카 알제리에 있는 타실리 나제르 고원의 동굴에는 온몸에 버섯이 나 있는 사람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환각 버섯을 이용한 샤먼을 표현한 것이라 해석된다.<자료2> 이 벽화는 약 9000년 전 그려진 것으로, 당시 샤먼들은 미래에 대한 예언, 자연재해에 대한 해명, 질병에 대한 치료 등을 주도하면서 신과 인간의 중개자 역할을 했다. 이들이 신과 소통했던 수단은 환각이었고, 마약은 영적 존재와의 접촉을 위한 망아(忘我)상태를 가장 극적인 효과로 유도하는 방법이었다. 이 같은 전통은 후대에도 이어져 고대에는 신비주의적 종교들이 크게 유행하게 되었다.
▣ 신비주의 종교, 환각 체험을 추구하다.
신비주의(神祕主義)란 인간이 신과 합일되는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사상으로, 수행을 통해 그러한 체험을 의도적으로 추구하고, 체험을 통해 얻은 통찰에 기초해 신과 우주, 그리고 인간의 통합적 관계를 설명하는 종교 전통이다. 신비주의 종교는 신과의 합일 또는 무아경(無我境)과 같이 강렬하고 특이하게 나타난 종교적 체험인 신비 체험을 추구하는데, 체험을 위해서는 향정신성 물질들이 사용됐다.
고대의 대표적인 신비주의 종교에는 그리스의 디오니소스 밀교와 엘레우시스 밀교가 있다. 이들은 환각 물질을 탄 술을 마심으로써 신을 숭배했다. 디오니소스 종교는 숭배 의식의 일환이었던 비밀 야간 집회에서 맥각(麥角)을 탄 포도주를 마시고 환각에 이를 정도로 광란적인 노래와 춤, 난교를 즐겼다. 맥각 성분은 맥각균에 감염된 보리에서 얻을 수 있는데,<자료3> 환각 마약인 LSD와 같은 효과를 낸다. 엘레우시스 밀교에서도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엘레우시스 제전에서 맥각을 넣은 키케온이라는 술을 마시며 환각 파티를 벌였다. 키케온을 마시면 신을 만나거나 사후세계를 보거나 진리를 찾는 등의 영적 체험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초기 그리스도교 가운데 그노시스파는 사물의 본성에 관한 지식을 통해서 구원이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또 그런 지식은 가르침이 아니라 계시를 통해 입문자에게 전해진다고 믿었다. 그들은 우리가 사는 현실이 근본적으로는 환상이며, 영혼은 오로지 환각 상태에 들어가야만 진정한 현실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명한 균류학자 R. 고든 왓슨(Robert Gordon Wasson)에 의하면 이들은 환각 상태에 이르기 위해 환각성 버섯을 섭취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았다.
고든 왓슨은 또한 힌두교의 경전 리그베다에 나온 불사의 음료 ‘소마’가 환각 작용을 하는 광대버섯으로 만든 것이며, <자료4> 이것이 정신적 각성을 위한 도구로 쓰였다고 주장했다. 수행자가 초자연적 기쁨의 상태에서 신비 체험을 하도록 도와줬다는 것이다.
신비 체험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는데,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환청과 환시다. 종교 체험을 한 사람들은 어떤 것을 보고 들을까?
▣ 일반적인 종교적 환각 증상
종교에서 주장하는 신성한 체험은 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일반적으로 신이 계시를 내렸다, 천사를 보았다. 신이 부활하여 승천했다는 등의 내용들이다. 1세기 로마에서 활동한 한 종교지도자의 얘기를 예를 들어본다.
“그가 태어나기 전, 한 형상이 하늘에서 그의 어머니에게 나타나 그녀가 낳을 아이가 신성한 존재라는 것을 알렸다. 그는 자라서 순회 설교자가 되어 제자들을 모으고 병자를 고치고 귀신을 쫓아내고 죽은 자를 살렸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부정적인 관심을 끌었고, 반대자들의 고발로 그는 처형되었다. 그의 사후 일부 추종자들은 그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그를 만졌고, 그가 하늘로 올라갔다는 것이다. 추종자들은 계속해서 그의 가르침을 퍼뜨렸고 얼마 후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기록되었다.”
다양한 신비 체험이 종합되어 있는 이 예시의 주인공은 1세기, 그리스도교의 예수와 동시에 활동했던 티아나의 아폴로니우스이다. 사람이 부활했다던가 승천했다는 서술은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 당대에는 일반적인 종교적 설화 또는 종교 체험 이야기였다.
1세기,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도 자신의 양아버지 카이사르가 ‘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고 주장했고, 그가 죽자 사람들은 아우구스투스가 신들의 세계에 들어갔다고 믿어 그의 신전을 세웠다. 후대의 황제들도 아우구스투스를 이어받아 신의 아들로 추앙받았다.
부활하는 신에 대한 설화, 신이 하늘에 거주하고 하늘로 올라간다는 개념은 1세기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고대부터 이어져 온 종교계의 전통과도 같다. 그리스도교 역시 그들의 경전에 “그리스도께서 만일 다시 살아나지 못하셨으면, 우리가 전파하는 것도 헛것이요. 또 너희 믿음도 헛것이며, 또 우리가 하나님의 거짓 증인으로 발견되리니…(고린도전서 15장 14~15절)”라고 적었을 정도로 부활의 사건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러나 ‘예수 부활 사건’<자료5>을 서술한 네 개의 복음서는 무덤이 비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천사의 출현이나 상황 묘사, 등장인물 등 모든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다. 또한 부활한 예수가 제자들에게 나타났다는 장소도 서로 다르게 기록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실들로 보아 부활 사건에 대한 서술은 역사적 기록이 아니라 비역사적, 설화적, 신화적 기록인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부활을 포함해, 방언, 구마, 승천, 신의 계시와 환상을 보았다는 이러한 신비주의적 종교 체험은 현재까지도 그리스도교의 훌륭한 포교의 수단이 되고 있다.<자료6,7>
▣ 종교 체험에 대한 정신의학적 해석
마약과 환각에 대한 과학적 지식의 발전은 종교 체험에 대한 기존의 초자연적 해석을 현실적 해석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다음으로는 환각과 종교 체험에 대한 연구들 몇 가지를 소개해본다.
2001년, 미국에서는 종교적인 체험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다. 신경과학자 앤드류 뉴버그(Andrew B. Newberg)는 티베트 불교 신자들이 명상할 때 뇌의 혈류량을 측정하여 두뇌활동을 연구했는데, 그 결과 깊은 명상이 이루어지는 동안 3차원 공간 인식을 담당하는 두정엽 활동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자료8> 또 캐나다 로렌시아대 신경과학 교수 마이클 퍼싱어(Michael A. Persinger)는 두뇌에 약한 전자기를 흘려 보내는 실험을 했는데, “5명 가운데 4명이 신비한 체험을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실험 결과들에 과학자들은 종교 현상은 두뇌의 전기적 신호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의 종교학자 휴스턴 스미스(Huston Smith)는 향정신성 식물과 약물의 종교적 의미를 다룬 그의 저서에서 “적절한 상황에서 적절한 대상자가 환각제를 사용할 경우,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것과 거의 똑같은 종교적 체험을 유도할 수 있다……. 통계상으로는 자연상태에서 특정한 환각제를 복용할 경우, 오늘날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에서 3분의 1가량이 종교적 체험을 할 수 있다……. 대상자가 강력한 종교적 기질을 지니고 있는 경우, 종교적 체험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75% 증가하고 종교적인 장소에서 환각제를 복용할 경우, 그 가능성은 90% 증가한다”고 밝혔다.
정신의학적 측면에서 종교 체험은 ‘종교망상’과 ‘환각’으로 설명한다. 종교망상은 과대망상의 하나로 자신이 메시아 혹은 전지전능한 신이라고 주장하거나 악마가 씌였다던가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고 하는 등의 망상을 말한다. 환각은 ‘실제 감각으로 느낄 수 없는 사물이나 사건을 인식하는 경험’으로, 환각을 의학적 용어로서 처음 사용한 정신의학자 에스키롤(Jean-Étienne Dominique Esquirol)은 ‘대상이 없는 지각’이라고 정의하였다.<자료9> 1988년, 종교적 내용의 망상과 환각을 보이는 환자 집단과 비종교적 내용의 망상과 환각을 보는 집단을 비교·조사한 결과, 종교적 내용의 환각을 보는 집단이 종교를 갖고 있는 경우가 더 많았으며, 그리스도교가 전체의 75.4%, 불교가 8.8%를 차지했다. 환각의 내용은 신이 자신에게 접근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병원에 오기 전까지의 치료방식으로는 비종교적 내용의 집단이 방치하거나 병원을 들리는 경우가 많았던 것에 비해, 종교적 내용의 집단은 교회나 기도원을 이용한 경우가 가장 많았고, 굿을 하거나 점을 보기도 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간질 환자가 경험하는 종교적 계시가 부분적으로 본인의 종교관에 의존함이 발견됐다. 서양의 간질 환자는 발작 중에 예수, 그리스도교의 신, 천사를 볼 수 있고, 그들이 듣는 목소리는 그리스도교에 귀의할 것을 지시할 수 있다. 반면에 간질 발작을 겪는 일본인은 부처에게 기도하라고 지시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무슬림들은 알라를 볼 것이고, 힌두교인들은 힌두교의 신을 볼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 기독교의 중심인물인 바울도 간질을 앓았다고 한다. 바울이 권장했던 대표적인 신비 체험인 방언도 증세가 간질과 흡사하다.
‘대상이 없는 지각’이라는 환각의 정의처럼, 환각의 내용은 실재하지 않는다. 인간 욕구의 95%는 무의식의 지배를 받으며, 환각의 내용은 전의식이나 무의식수준의 자료가 감각적인 형태로 의식수준에서 표현된 결과이다. 그런 점에서 정상인들의 꿈은 환자들의 환각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현실 같은 꿈이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 있다. 무엇이 현실인지 분명히 알기 때문이다. 진실인지 무엇인지 분명히 안다면 헛것을 구분할 수 있지만 환각을 보는 사람들은 환각을 진실이라 믿는 경우가 많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종교 체험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는 이유는 실재가 없는 현상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겪었다고 주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다수결이 아니다. 진실한 체험이 있는 종교는 의심의 여지 없는 진실이 자연히 드러나 보일 것이다.
1세기, 내가 신이다-신이라 주장한 사람들
1세기, 예수가 활동하던 시대, 로마는 거의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었고 로마 제국 안에서 여러 문화가 뒤섞이면서 여러 종교와 신들이 경쟁을 하게 되었다. 당시 많은 종교 운동이 있는 가운데 일부는 예수와 거의 동일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예언자와 메시아 신의 아들들도 많았다. 기적을 행하며 영적인 진리를 설파하는 선지자들도 각지에 등장했다. 동정녀의 몸에서 태어났다는 사람들이나 성찬식을 열었다거나 부활했다는 이들도 나타난다.
티아나의 아폴로니우스
아폴로니우스는 예수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도 그를 낳기 전에 신성한 존재를 낳을 것이라는 신의 계시를 받았다. 그는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를 설파했으며 배고픈 자를 먹이고 병든 자를 고치며 죽은 사람을 살렸다고 한다. 추종자들은 그를 신이라고까지 불렀는데 그는 추종자들을 끌어모으며 예수와 경쟁했던 여러 영적 지도자들 중 한 명으로 기독교를 근본부터 위협하는 인물이었다.
시몬 마구스
시몬 마구스는 예수의 가르침보다 더 인기를 얻었던 종교의 흥행사였다. 마술사 시몬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유대 이웃나라인 사마리아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그는 이집트에서 로마까지 여행하며 가르침을 전했고 성경에도 언급될 만큼 막강한 존재였다. 시몬의 추종자들은 그가 메시아라고 믿었다. 서기 삼백년까지도 시리아와 이집트 로마에까지 여전히 시몬을 신이자 구원자로 숭배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가 기독교를 받아들인 뒤에서 시몬의 교회는 사라지게 되었다.
아우구스투스
예수 시대 이전, 이미 신의 아들이 있었다. 로마 제국 하의 시민에게 황제를 신들 중 하나로 받들게 하는 것은 로마의 관습이었다. 로마 황제는 삼백 년 동안 계속해서 신전에서 열광적인 숭배를 받았다. 현 황제와 선대 황제들의 조각상들은 신전에 놓이기 전 사람들이 보는 앞을 행진하곤 했는데 종교 행사의 절정은 항상 만찬이었다. 예수가 황제만이 쓸 수 있는 신의 아들이란 호칭으로 불리는 것은 제국에 대한 범죄 행위였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황제를 숭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신론자라 불리기도 했다.
시몬 바르 코크바
예루살렘의 유대인 지도자 시몬 바르 코크바는 예수와 마찬가지로 다윗 왕의 후손이었고 추종자들을 거느린 카리스마 넘치는 선지자였다. 바르 코크바는 로마와 싸워 예루살렘을 로마의 점령에서 벗어나게 했고 이후 유대 전역에서 로마군을 무찔렀다. 서기 1세기 유대인들에게 바르 코쿠바의 군사적 승리는 예수에 비해 그가 더 나은 메시아 후보라는 인상을 주었고, 그를 구원자로 표현한 주조 동전까지 있었을 정도로 많은 유대인들이 진짜 메시아가 왔다고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