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장로님께로부터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목격해

채은주 권사(1) / 인천교회
발행일 발행호수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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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저는 1927년 황해도 옹진군에서 1남 2녀 중 막내딸로 태어났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어머님(故 윤옥산 권사)이 감리교회에 나가시게 되면서 그때부터 저도 어머니 손을 잡고 꾸준히 교회에 다녔습니다. 열여덟 살에 결혼한 저는 8·15 해방 후에 남편과 친정 식구들과 함께 이남으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그 후 1950년 인천에서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중에 육이오전쟁이 일어났습니다. 먼저 피난을 갔던 남편과는 연락이 끊어져 생사를 알 수 없게 되면서, 저는 어머니와 함께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피난을 내려왔습니다. 수원까지 걸어서 오는 동안 폭격이 수시로 쏟아지는 속에서 저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광경을 수없이 보게 되었습니다. 순식간에 쓰러져 죽어 가는 사람들과 끔찍한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사람들, 그 곁에서 겁에 질린 채 울음을 터트리는 어린아이들……. 당시 20대 젊은 나이였던 저는 그 비참한 모습들을 잊을 수가 없었고, 이 험한 세상을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나 하는 생각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인천 논현동에 정착한 저는 쌀과 옷감 등 여러 가지 장사를 하며 네 식구의 생계를 꾸려 갔습니다. 하루 종일 장사를 다니다 집에 돌아오면 아이들이 “엄마!” 하며 반갑게 저를 맞았지만, 마음이 지치고 어두웠던 저는 아이들의 재롱을 보면서도 좀처럼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처참한 전쟁이 휩쓸고 간 후 온 나라가 헐벗고 피폐했던 그때, 내일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두려움이 제 가슴을 무겁게 짓눌러 아무런 기쁨이나 희망을 가질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제 마음을 잘 아셨던 어머니는 매일 저를 위해 기도하시며 동네에 있는 장로교회에 같이 가자고 간곡히 권유하셨습니다. 저는 ‘교회에 다니면 마음이 좀 편안해질까.’ 하는 생각으로 어머니를 따라 장로교회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불의 사자 박태선 장로 부흥집회’라고 쓰인 커다란 포스터를 보고
‘불의 사자’란 말에 호기심 생겨 3일 남은 동산학교 집회에 참석해
단상에 서신 하나님 머리 위에 둥그런 빛이 비치더니
점점 퍼져나가 온몸에서 눈부시게 환한 광채가 쏟아져 나와

그러던 1955년 9월 어느 날이었습니다. 배다리시장으로 장사를 나가던 저는 굴다리 벽에 커다란 포스터가 붙은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불의 사자 박태선 장로 부흥집회”가 일주일간 동산중학교에서 열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불의 사자 박태선 장로…….’ 선명하게 쓰인 그 글자를 속으로 되뇌어 보면서 처음 듣는 ‘불의 사자’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저는 올케 언니에게 집회에 같이 가 보자고 이야기하여, 집회가 3일 남았을 때 언니와 함께 집회장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집회가 열리는 동산중학교 운동장은 여느 학교 운동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넓었으며, 그곳에 수많은 천막이 가설되어 있었습니다. 천막 속으로 들어가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가마니를 깔고 앉아 있는데, 비가 와서 땅이 질척질척한데도 그런 것은 전혀 개의치 않고 기도에만 열중하는 모습들이었습니다. 천막을 치고 많은 사람들이 모인 그곳은 꼭 피난민 수용소 같았고, 저는 축축한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무척이나 불편했습니다. 곧이어 저녁예배가 시작되어 찬송을 부를 때는 사람들이 힘차게 손뼉을 치는데, 저는 교회에 다녔어도 찬송을 부르면서 손뼉을 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 모습이 너무도 어색했습니다. ‘세상에 이런 데가 있나. 예배 시간에 요란스럽게 손뼉을 치다니.’ 하는 생각에 저는 두 손을 꼭 맞잡은 채 손뼉을 치지 않았고, 저녁예배만 끝나면 얼른 집에 돌아가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단상에 서신 박태선 장로님께서는 한 가지 찬송을 수십 번씩 연이어 인도하셨는데, 그렇게 찬송을 세 곡 정도 불렀을 때였습니다. 제가 무심결에 단상 쪽을 바라보는 순간 놀랍게도 박 장로님의 머리 위로 둥그런 빛이 비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윽고 그 빛이 점점 퍼져 나가더니 온몸에서 눈부시게 환한 광채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얼른 두 눈을 비비고 다시 쳐다봤지만 여전히 박 장로님께로부터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오는데, 그 모습이 도무지 세상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습니다. “언니, 장로님한테서 빛이 나와요.” 하며 옆에 있는 올케 언니에게 이야기했더니, 언니는 “빛이요? 나는 그런 거 안 보이는데.”라면서 진짜 빛이 나오느냐고 되물었습니다. 그때 박 장로님께서 단상을 “쾅!” 하고 내려치시자, 거기서 불덩어리가 번쩍번쩍하며 튀어나와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로 쏟아져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깜짝 놀란 나머지 “어머! 단상에서 불이 나와요!” 하며 이야기했는데, 그때 앞자리의 할머님이 저를 보시더니 “새댁이 은혜를 받네요.”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찬송을 부르는 중에 어찌된 일인지 개똥을 태우는 것 같은 역겨운 냄새가 진동을 했습니다. 시골에서 자란 저는 씨를 뿌리기 전에 논밭을 태울 때 개똥 타는 냄새를 맡아 봤는데, 꼭 그 냄새처럼 지독한 냄새가 나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올케 언니에게 개똥 태우는 냄새가 심하게 난다고 이야기했더니, 조금 전에 말씀하셨던 할머님이 돌아보시면서 “그거 개똥을 태우는 게 아니라 마음속에 있는 죄가 타는 거예요.”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난생처음 듣는 이야기여서 ‘죄가 탄다니 그럴 수도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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