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高油價)의 위기와 기회
최근 국제유가가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어 회복세에 있는 세계경제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3차 오일쇼크’가 우려되고 있다. 세계경제는 1973년 중동 산유국의 대미 석유수출 금지 결의 때와 1979년 이란혁명 때 1, 2차 오일쇼크를 겪고 혹독한 대가를 지불한 바 있다.
1, 2차 오일쇼크가 석유공급 여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정치적인 공급통제에 의해 야기됐지만, 이번 고유가 사태는 석유공급의 절대량이 부족한 가운데 수요가 확대되어 시작됐기 때문에 더욱 위험할 수 있다. 원자재의 블랙홀이라는 중국의 석유소비는 지난해에 비해 20% 늘어났으며, 미국도 경제회복으로 석유소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여기다가 중동정세의 불안과 끊임없는 테러가 고유가를 부채질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규모에 비해 에너지 소비량이 지나치게 많다. 에너지 소비증가율이 세계 1위이고, 국민소득 대비 일인당 에너지 소비량도 세계 최고로 미국의 2 배, 일본의 4 배에 달하여 고유가 피해가 더욱 크고 광범위할 것이 예상된다.
석유자원은 공기와 같이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므로 세계가 지금같이 사용하다가는 언젠가 고갈되고 만다. 과학자들은 지구상의 석유 매장량이 1조 배럴 정도이며 이는 인류가 약 40 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의 석유 생산량이 2010년께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석유가 고갈되면 석유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석유문명’은 종언을 고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문명의 종말보다 더욱 두려운 것은 석유의 고갈이, 인류의 생존을 위해 지구가 보유하고 있는 필수적인 자원의 하나가 상실되는 것을 의미한다는 사실이다.
석유의 고갈에 따라 지열(地熱)의 조절기능이 상실되고 지구의 기상이변이 가중되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미증유의 재앙을 부를 수도 있다. 지금 빙하가 녹아 맨하탄이 물에 잠긴다는 환경영화가 미국민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는데 그것이 현실이 될 지도 모르는 것이다.
일찍이 석탄을 연료로 증기기관을 개발하여 근대문명의 꽃을 피우고 그 후에는 중동의 대규모 유전발견을 계기로 값싼 석유에너지에 안주해 왔던 인류는 이제 석유를 고갈시켜 재난에 봉착할 위기에 처하였다. 그러나 고유가가 지속되면 석유의 사용은 감소할 것이며 대체 에너지의 개발이 촉진되어 석유자원의 고갈도 지연될 수 있을 것이다. 인류가 고유가를 기회로 삼아 원자력, 풍력, 태양에너지 등 대체 에너지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석유자원을 보존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이다.